淨諸業障菩薩章(정제업장보살장) 1
네 가지 상을 제하는 법
그때 정제업장보살(淨諸業障菩薩)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며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두 무릎을 세워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대비하신 세존께서 저희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일인 일체 여래의 인지(因地)의 행상을 널리
말씀하시어 대중들로 하여금 미증유를 얻어 조어(調御)
께서 항사겁을 지나도록 애쓰신 경계인 일체 공용을
모두 보기를 마치 일념과 같이 하게 하시니
저희 보살들은 깊이 스스로 기뻐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원각의 마음이 본성이 청정하다면 무엇 때문에
더럽혀져서 중생들로 하여금 답답하여[迷悶]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까. 오직 원하옵니다.
여래께서 널리 저희들을 위하여 법성을 개오(開悟)하여
이 대중과 말세 중생으로 하여금 장래의 안목을 짓게 하소서
이렇게 말씀드리고는 오체투지하며 이같이 세 번 거듭
청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정제업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들이 이에 모든 대중과 말세 중생을 위하여 여래에게
이같은 방편을 물으니 이제 자세히 들으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
이에 정제업장보살이 가르침을 받들어 기뻐하면서 대중들
과 조용히 들었다
"선남자여,
일체 중생이 비롯함이 없는 옛부터 망상으로
아 인 중생 수명(我人衆生壽命)이 있다고 집착하여
네 가지 뒤바뀜[顚倒]을 잘못 알아 참 나의 체로 삼는다.
이로 말미암아 문득 미움과 사랑의 두 경계를 내어서
허망한 체에 거듭 허망을 집착하는지라
두 허망이 서로 의지하여 허망한 업의 길을 내니 망업(妄業)
이 생기므로 망령되이 유전함을 보며 유전을 싫어하는 이는
망령되이 열반을 보느니라
이로써 능히 청정한 깨달음에 들지 못하나니 깨달음이 들
어가는 이들을 거부함이 아니며 능히 들어가는 이가 있더
라도 깨달음이 들어가게 함이 아닌 까닭이다.
그러므로 생각을 움직이고 생각을 쉼이 다 답답함으로 돌아
가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비롯함이 없이 본래 일어난 무명으로써 자기의 주재(主宰)
를 삼았기 때문이다
일체 중생이 태어날 때부터 지혜의 눈이 없어서 몸과 마음
등의 성품이 다 무명이다
비유하면 사람이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분명히 알아라
나를 사랑하는 이는 내가 수순해주고 수순하지 않는 이에게
는 원망을 품나니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무명을 자라게
하는 까닭에 상속하여 도를 구하여도 다 성취하지 못하느
니라."
- 원각경(圓覺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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