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하기 뜬구름일세 / 부설거사 사부시

2015. 5. 8. 13:2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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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 - 김용택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허망하기 뜬구름일세 / 부설거사 사부시

 

처자와 권속들이 대숲처럼 많이 있고

금은보화와 비단들도 언덕처럼 쌓였는데,

죽음에 다다르니 나 홀로 가는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허망하기 뜬구름일세.

 

매일매일 세상사 속에서 시달리다가

벼슬이 겨우 조금 높아지니 머리는 이미 백발이네.

염라대왕은 벼슬이 높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허망하기 뜬구름일세.

 

비단결 같은 마음과 훌륭한 말솜씨와 뛰어난 문장과

만승의 제후라도 다생토록 아만만 높이는 근본이어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허망하기 뜬구름일세.

 

가령 설법이 구름 같고

비 내리는 것 같아서 하늘에선 꽃비가 내리고

돌이 점두를 하더라도 온전하지 못한 지혜로는

생사를 면할 수 없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허망하기 뜬구름일세.

 

 

妻子眷屬森如竹 金銀玉帛積似邱

처자권속삼여죽 금은옥백적사구

臨終獨自孤魂逝 思量他是虛浮浮

임종독 자고혼서 사량타시허부부

 

朝朝役役紅塵路 爵位纔高己白頭

조조역역홍진로 작위재고기백두

閻王不怕佩金魚 思量他是虛浮浮

염왕불파패금어 사량타시허부부

 

錦心繡口風雷舌 千首詩輕萬戶候

금심수구풍뢰설 천수시경만호후

增長多生人我本 思量他是虛浮浮

증장다생인아본 사량타시허부부

 

假使說法如雲雨 感得天花石點頭

가사설법여운우 감득천화석점두

乾慧未能免生死 思量他是虛浮浮

건혜미능면생사 사량타시허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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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는 인생이 무상하고 세상사가 무상하다는 내용의 말씀이 대단히 많다.

 불교에서 발심한다는 것은

첫째 무상한 세상사를 버리고 영원한 출세간의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근본 취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신라의 부설 거사가 지은 이 사부시(四浮詩)는

 7언 절구 네 개로 되었고 끝에는

뜰 부(浮)자로 운을 달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부설 거사는 어려서 출가하여 남들 못지않은 수행도 하였다.

 그리고 인연을 따라 환속하여 처자식도 거느려 보았다.

 처자식이 있으면서도 출가수행자보다도

 더욱 열심히 정진하면서 높은 경지까지 이른 분이다.

이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의 뼈저린 말씀이기에

 사람들의 가슴에 더욱 깊이 와 닿는다.

형식도 잘 되었지만

그 내용이 인생사의 무상을 노래한 것으로는

 제대로 잘 갖추고 있어서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 애송된다.


   처자와 권속,

금은보화,

그리고 높은 벼슬이 죽음 앞에는

모두 아무런 쓸데가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비단결 같은 마음씨나 훌륭한 말솜씨,

 뛰어난 문장은 결국 사람들의 아만만 높이는 근본이 된다고 하였다.

 나아가서 출가 수행하여 경전 공부를 많이 하고 설법을 잘하여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돌이 점두를 하는

 지극히 감동적인 법문을 하더라도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면

 생사해탈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무서운 경계를 하였다.


   부처님이 설법을 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이야기는 대승경전에 많이 전한다.

그리고 완석점두(頑石點頭)라는 말이 있다.

 중국 진(晉)나라 때 도생 법사(道生法師, 372~434)가 있었다.

 그는 어려서 법태(法汰) 스님을 따라 출가하여 불도를 닦아

불경을 암송하고 벌써 15세 의 어린 나이에 불경을 강의하였다.

 그 후 그는 장안으로 가서 구마라습(鳩摩羅什, 344~413)에게서 수업을 받고

여러 종류의 불서(佛書)를 내었다.

 그는 불경에 대해서 아주 심오한 깨침이 있어

때때로 새로운 경지를 발견하고

그 동안 배워오던 구파의 스님들의 이론을 배척하였다.

 뒤에 남쪽으로 내려가 소주(蘇州) 호구산(虎邱山)으로 들어갔다.


   도생 법사는 호구산에 입산하여 다만 혼자뿐이니,

산위의 돌과 바위만을 상대로 해서 불법을 강론하였다.

 그는 늘 자기가 주장하는 바의 정묘(精妙)한 불법을 강론하고

앞에 있는 돌과 바위에게 묻기를

“내가 말한 불법이 이치에 합당하느냐?” 하니

 모든 돌과 바위가 듣고서 함께 머리를 끄덕였다.

 이 말이 곧 산 아래로 퍼지자 열흘쯤 지나

각 지방의 스님들이 구름같이 호구산으로 모여 들었다.

그의 불법은 너무도 설득력이 있어서

 돌과 바위마저도 깊이 감화되어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호구산 위에 ‘생공석(生公石)’

 또는 ‘점두석(點頭石)’이라고 해서

도생 법사가 설법을 하던 곳과

그 돌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비록 그와 같다 하더라도

부설 거사의 안목으로는 오직 허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