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칼럼]이명박 씨의 막가파식 막말실수

2007. 6. 3. 09:1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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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칼럼]이명박 씨의 말실수
말실수 대상은 주로 약한 자들...만약 철학없는 경영인이라면
2007년 05월 30일 (수) 박정희 논설위원 jhpark@idomin.com
   
 
 
한 사람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의외로 찰나일 때도 있다. 겸손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곤란한 지경에 빠지자 정석으로 문제를 풀기보다 사회고위층 누구누구와 잘 안다고 거들먹거릴 때, 법없이도 살 사람같은 낯빛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남이 보지않는다고 남의 차가 부딪히든 말든 저만치 차를 밀어버리곤 나몰라라 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 실망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이런저런 개인적 경험이라면 불쾌하기는 해도 상대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지도자를 꿈꾸는 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명박씨가 줄줄이 사탕처럼 내놓은 '말실수' 얘기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종교적발언으로 문제된 적도 있지만 그런것은 제외하더라도, 올해 들어 논란된 것만 엿보자.

'(박근혜씨를 겨냥)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있다'(2007.1),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을 빗대)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받은 사람들'(2007.2), '인도에선 대학출신 종업원들이 자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다, 초과근무해도 수당을 안받는다더라.

노조도 안만드는데 프라이드가 있어서 그런 모양'(2007.5.7), '낙태는 기본적으로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애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2007.5.12), '대학교수는 방학이 있고, 일 안해도 봉급나오고, 출·퇴근시간도 없다.

오케스트라 연주가도 한 달에 한 두번 공연하면 나머진 자유시간'(2007.5.16), '(벤처기업연합회에 방문한 자리에서 영화 '마파도 2'의 성공을 벤처 정신에 비유하며) 중견배우들 한물 가신 분들 모여가지고 하니까 돈 적게 들고 돈 버는 거지. 이게 바로 벤처 정신이야.'(2007.5.18) 말실수뿐 아니다. 그는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은 최연희 의원을 일부러 자청해서 만나 도움을 청한 바도 있다.

이씨의 말실수 대상은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주로 힘없고 권력없는 약자다. 한 전문가는 "개발시대 공사판 건설판에서 건설노동자들과 기싸움을 벌이면서 살아온 삶의 궤적이(말실수 속에)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입사 12년만에 현대건설 사장자리에 오르는 성공신화를 이룩했으니 오죽했겠느냐는 게다.

독선과 저돌성이 자신도 모르게 체질화되었을 개연성도 있고, 그가 국가지도자가 된다면 시장경제주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는 경계했다. 공감하는 바다. 평소엔 약자를 존중하고 약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실상 약자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이씨의 말실수내용은 이토록 사례가 많은데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지율이 더 올랐다는 통계도 있었다. 정동영씨가 노인비하 발언으로 의장직까지 내놔야 했던 점이나, 노무현대통령이 말실수로 벌집처럼 만신창이 되던 때에 비하면 평온하기 그지없다. 물론 핵심은 유력보수언론들이 주목해서 대서특필하느냐 아니냐 여부겠다. 조중동은 이씨의 말실수를 아주 작게 취급해왔다.

하지만 나는 궁금하다. 과연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걸 되레 자부심있는 것이라는 그릇된 노동관을 가진 사람이, 태어나기전 장애인인줄 알았다면 낙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젊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여자배우를 공적인 자리에서 함부로 비하해서 말하는 사람이 이끌어가려고 하는 대한민국은 어떤 것인가.

또 술먹고 여기자를 성추행하고도 술집주인인줄 알았다며 이중삼중으로 여성을 모독하는 의원을 제발로 찾아가서 손내밀며 도와달라고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이용할 수 있는 면모를 보여주는 정치인이 만들어갈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합천의 일해공원명칭논란에 대해서도 "일해공원이 뭔지 모른다"며 민감한 문제에 시치미부터 떼고보는 노회한 정치인이 이끌어갈 사회는 어떠할까. 물론 예단은 금물이다. 여론지지율 1위를 달린다고는 하나 한나라당 경선도 남았고, 대선까진 아직 변수가 많으니 말이다.

난 지도자가 될 사람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철학을 지닌 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 일변도로는 이제 지구적위험이 뒤엉킨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세계화라는 거센 물결에서도 유럽을 중심으로 착취하지않는 공정무역, 착한 무역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잘 이해하는 자, 그런 정신을 기업에 요구하고 나라를 정비할 수 있는 자,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돕고 어깨겯고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자, 그런 자가 지도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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