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키워주는 한나라당

2007. 6. 16. 19:18일반/생활일반·여행

728x90
노 대통령 키워주는 한나라당
[오마이뉴스   2007-06-16 13:22:23] 

[오마이뉴스 고태진 기자] "열린우리당이 선택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이 "명백한 선거법 위반 행위"라며 중앙선관위 3차 고발을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고발하는 것은 자유다. 그런데 별 실효성도 없는 이런 정치적 행위가 자신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죽어도 한나라당의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을 입밖에 냈다고 해서 고발한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며, 인기없는 대통령의 지지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 아닌가?

오히려 이런 한나라당의 행위는, 뚜렷한 여권 대선주자가 없는 현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자꾸 키워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다.

또 다들 알 만한 내용이 있다. 지난 노 대통령의 임기 동안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쉴 새 없이 노 대통령을 공격해 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책적인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이념이나 이미지, 사소한 발언을 꼬투리 잡아 해 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연정까지 제의했으나(대통령 자신도 실책이었음을 인정했다) 한나라당은 무시하였고, 줄기찬 대통령 공격으로 정치적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복수

최근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일종의 한나라당에 대한 복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대통령이라도 지금 상황에서 한나라당 비난에 주저하지 않을 것 같다. 전임 대통령들은 임기 말에 측근 비리나 자신의 약점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노 대통령은 그런 것에 거리낄 것이 없다.

오히려 주가지수나 각종 경제 지표 들을 동원해서 자화자찬에 나서고 있으며, 스스로를 평가하겠다고 참여정부평가포럼이라는 친위 조직을 만들어 정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임기 말의 노 대통령을 이렇게 대선의 정치판에 끌어낸 것은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방어기제의 작동일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정치용어도 한나라당의 실책일 수 있다. 이로써 두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적으로 만든 것이다. 부쩍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가 요즘 주목받고 있는데 김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에 가세했다. 이 '잃어버린 10년'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현 대통령의 손을 굳게 맞잡게 만들었다. '잃어버린 10년'은 당장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게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1994년에 북한 폭격 일보직전까지 전쟁위기를 초래하고 1997년 외환위기로 나라를 망할 위기에 몰아넣었던 정치 세력이, 한반도 평화를 신장하고 북핵 위기를 해결하였으며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주가 1700시대를 연 정부에 할 얘기가 아니었다. 이제는 신물이 난 '좌파정권'이라는 말장난도 마찬가지다. 한미FTA 체결을 강행한 정부에 좌파정권이라니 바보 아닌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나라를 위해 잘해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어떻게 라도 끌어내리기 위해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제껏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뭘 잘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보다는 대통령을 공격하고 반대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어왔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미쳐 날뛰다가' 망할 뻔한 것이 2004년의 대통령 탄핵이었다.

노 대통령을 대선의 정치판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대통령을 마구 때리고는 방어나 항변도 못하게 하는 것은 누가봐도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다. 왜 이명박은 대통령을 공격하는데 대통령은 중립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주장하려면 이명박 전 시장도 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하지 말아야 하고 '잃어버린 10년' 따위의 말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불가능

물론 대통령 선거라는 것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의미도 있는 만큼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현 정권의 항변권도 주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통령을 단순히 공직자로 간주하여 정치적 중립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있는 현행 선거법도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관위에 고발을 하고 검찰에게 수사를 촉구하더라도, 그로 인해 노 대통령이 위축시키리라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잉 대응은 오히려 노 대통령을 임기 말의 죽어 가는 권력에서 불러내서 대선의 정치판에 멍석을 깔아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지금 상황이 국회의원 선거나 지자체 선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간 한나라당이 반노 정서로 선거에서 연전연승해 온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가 끝나가는 대통령 고발보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검증에 더 신경쓰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해 더 나을 것이다./고태진 기자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고태진님은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됐으며, 2004년 6월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 시민기자 대표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가해 300여 세계 언론인 앞에서 시민참여저널리즘을 소개했습니다. 현재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 ⓒ 2007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