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야의 종을 33번 칠까?

2008. 2. 25. 23:2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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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33번 치는 것은 조선시대에 이른 새벽 사대문 개방과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타종, 즉 파루를 33번 친데서 연유한 것이다.

  시계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해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짐작했다. 해시계가 보급된 후엔 조금 나아졌지만 밤중에 시간을 몰라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밤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정부가 맡은 큰 일 중 하나였다.

  자시, 축시, 인시 등으로 불렀던 하루 12시간 중 밤에 해당하는 5시, 즉 술시(19시 부터 21시까지), 해시(21시 부터 23시까지), 자시(23시에서 01시까지), 축시(01시부터 03시까지), 인시(03시 부터 05시까지)까지는 이를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으로 나누어 각 경마다 북을 쳤다. 또 각 경은 다시 5점(오점)으로 나누어 각 점마다 징이나 꽹과리를 쳤다. 한 경은 오늘날 시간으로 따지면 2시간, 한 점은 24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소리를 모든 주민이 들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대문이 닫히고 주민 통행금지가 시작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 만큼은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다.

 
이경에는 대종을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이라 했고, 오경에는 33번 쳐 이를 파루라 했다. 
인정에는 28번을 친 것은 우주의 일월성신 이십팔수(28별자리)에게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에 33번을 친 것은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하루의 국태민안을 기원한 것이었다.


관련 어휘

파루 (罷漏)
조선시대 도성안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기 위하여 종각(鐘閣)의 종을 치던 일.
일출·일몰의 시간차와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대략 새벽 4시 무렵인 오경삼점(五更三點)에 33천(天)의 뜻으로 33번을 쳐서 파루를 알렸다. 반면 밤 10시 무렵 종을 28번 쳐서 인정(人定)을 알리면 통행금지가 시작되었으며, 이를 위반한 사람은 경수소(警守所)에 구금하였다가 다음날 곤장형을 집행하였다.

인정 (人定) 
조선시대 통행금지 시간을 알리기 위하여 종을 치던 제도.
매일 밤 10시경 종을 28번 쳐서 통행금지를 알렸다. 태조 이성계(李成桂)는 1395년 도성을 쌓고 4대문과 4소문을 내, 이 문들을 종루에서 치는 종소리에 맞추어 개폐하도록 하였다. 인정 이후에는 정병 2명이 요령을 흔들며 궁성을 순회, 위반자는 곤형(棍刑)에 처했다. 한편, 매일 새벽 4시에 종을 33번 쳐서 통행금지 해제를 알렸는데 이를 파루(罷漏)라고 하였다. 인정은 우주의 일월성신 28수(宿)에 고하는 것이고, 파루는 제석천(帝釋天)이 이끄는 하늘의 33천(天)에 고하여 그날의 국태민안을 기원한 것으로 불교와 관계가 있다. 뒤에 끝소리 <정>이 <경>으로 변하여 인정을 전하는 큰 종을 <인경>이라고 불렀다.

오경 (五更)
고대 중국의 시각(時刻) 제도. 하룻밤을 다섯 시각으로 나눈 것을 말하며, 한국·일본에서도 쓰였다. <경(更)>이라는 것은 야경(夜警)을 하는 사람이 교대하는 것을 뜻한다. 오후 7시 또는 8시부터 순차적으로 2시간씩을 단위로 초경(初更;甲夜·一鼓)·이경(乙夜·二鼓)·삼경(丙夜·三鼓)·사경(丁夜·四鼓)·오경(戊夜·五鼓) 등으로 구분하여, 오전 5시나 6시에 이른다. 경(更)은 <역(歷)> <경(經)>이라고도 하였다. 특히 마지막의 제오경을 가리키기도 하고, 하룻밤을 뜻하기도 한다.


이십팔수 (二十八宿) 

 

하늘의 적도와 황도 부근에서 천구를 28개 구역의 부등부분(不等部分)으로 나누어 설정한 별자리. 각 구역에서 대표적인 별자리를 그 구역의 수(宿)라 부른다.

28수는 다시 동·서·남·북 등 각 7사(舍)로 구분하는데
① 동방7사: 춘분 초저녁 동쪽 지평선에 떠오르는 순서에 따라 각(角)·항(亢)·저·방(房)·심(心)·미(尾)·기(箕) 등 7개의 수
② 북방7사: 하지 초저녁 지평선에 떠오르는 순서에 따라 두(斗)·우(牛)·여(女)·허(虛)·위(危)·실(室)·벽(壁)등 7개의 수
③ 서방7사: 추분 초저녁 지평선에 떠오르는 순서에 따라 규(奎)·루(婁)·위(胃)·묘(昴)·필(畢)·자·삼(參) 등 7개의 수
④ 남방7사: 동지 초저녁 지평선에 떠오르는 순서에 따라 정(井)·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 등 7개의 수
등으로 구별한다.

28수는 원래 달의 천구상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겨났는데 그 시기는 주(周)나라 초기(BC 1100년 무렵)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각 수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1개의 별을 수거성이라 하고, 그것으로부터 하늘의 적도를 따라 측정한 각 거리를 입수도(入宿度)라 하며 별의 위치를 나타낸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인도에서는 묘수(昴宿)를 기점으로 하고 우수(牛宿)를 뺀 27수가 이용되었는데, 인도의 수에는 그날그날의 길흉에 대한 미신이 수반되어 있다. 이것은 당(唐)나라 때 중국에 전해졌다

제석천 (帝釋天 〔범〕 ?akrodevandra) 범천왕(梵天王)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신(神). 원래는 바라문교의 신으로서, 인도 최고의 성전(聖典)인 《리그베다》에서는 뇌정신(雷霆神)이며 무신(武神)이다. 베다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인드라(Indra)가 원명이며, 아수라(阿修羅)와의 싸움에서 용맹을 떨쳤다. 불교에서는 수미산(須彌山) 정상에 있는 도리천의 선견성(善見城)에서 살며, 사천왕(四天王)을 통솔하고 인간계도 감시한다고 한다. 초기의 불경에 그 이름이 나오며, 특히 《대승열반경(大乘涅槃經)》 <성행품(聖行品)>에 있는 설산동자(雪山童子)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 이야기에서 제석천은 나찰(羅刹;귀신)로 변신해서 동자의 수행을 시험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 밀교에서는 호세팔방천(護世八方天) 및 십이천(十二天)의 하나로서 동방을 수호하는 신이다. 한국에서는 단군의 할아버지를 <석제환인(釋提桓因)>이라고 한 단군신화에서 제석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제석신앙은 하늘에 대한 외경심리와 결부되어 있는데, 하늘의 주인과 제석천을 동일시하여 숭배하였다. 그러다가 불교가 들어오면서 이러한 민간신앙은 그 이론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신라시대의 제석신앙은 석굴암 석실에 대범천(大梵天)과 나란히 조상(彫像)되어 있는 제석천을 통해 엿볼 수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매년 정월에 궁중에서 제석도량을 베풀었고, 제석천에 대한 호국진병(護國鎭兵)의 신앙의식이 많이 해졌음을 《고려사》 등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도리천
불교 용어. 육욕천(六慾天)의 둘째 하늘. 대승불교의 정토신앙(淨土信仰)으로 발전하였으며 다라야등릉사(多羅夜登陵舍)의 약칭이다.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須彌山) 꼭대기 염부제(閻浮提) 위 팔만유순(八萬由旬)에 있다고 한다. 또 이것의 가운데에는 제석천(帝釋天)이 사는 선견성(善見城)이 있으며 그 사방에 8천(天)이 있고 그곳에 천중(天衆)이 있다고 전한다. 보통 33천(天)이라고 번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