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戀歌)

2008. 7. 4. 16:1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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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戀歌)
    초파일에 / 강영미 당신 만나러 가는 길이 어찌 그리도 아득하던지요 철원 민통선 지나 도피안사. 묵직한 청동 불상 만나러 가던 날 그 길고 긴 먼 길도 허사였습니다 유채꽃이 현기증 일으키던 바다 건너 제주도. 관음사의 부처님 미소 속에도 당신의 심장 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초록 물결로 일렁이던 유월의 설악산. 찾아간 봉정암 사리탑 앞에서 뭉쳐서 움직이기도 힘든 다리 모아 밤새 가부좌 틀고 있어도 당신 숨결은 내게 전해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방향도 이유도 모르고 그저 찾아다닌 길이었습니다. 사춘기 지나 청년이 되어서는 세속적 사랑에 눈이 멀어 잠시 당신을 잊고 지냈습니다. 세속의 때에 절어 - 어느 순간 눈앞이 캄캄하게 멀어버리고 귓속에 수십 마리 벌이 날고 냄새도 입맛도 잃어 버려 수천 길 낭떠러지 벽 앞에 엎드려 일주일을 울었습니다. 몸 속의 진액들이 눈물로 다 빠져버린 곳에 풋 솜 같은 당신의 온기가 아침 햇살 같은 미소로 고운 연등 하나 밝혀 주셨지요. ....... 당신 만나러 가는 길이 어찌 그리도 멀었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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