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삭발/원성스님

2008. 7. 20. 15:2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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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삭발


        원성 스님



슬픈 가지곤 왠만한 설움 가지곤
좀체 눈물을 보이지 않던 내가
새벽 먼동에
파르라니 깎은 머릴 매만지며

나의 믿음이신 그분의 품에 이르러서는
그만 흥건히, 흥건히, 목놓아 울어 버렸다.

찬 눈 몰아치던 간밤에
좌복을 함께 적시던 알알이 3천 주.

하얀 눈서리가 장삼 등골에 맺혔더랬어도
가슴 사늘하게 쓸어 내리는 풍경 소리가
나를 놀라게 해도
한 마음 오직 한 생각.

샘가에 이르러 꽁꽁 언 살얼음 깨고
옥수를 긷는 붉은 손가락.

오늘을 기다려 사뭇 시집살이 억척 마당쇠였던
행자 생활.
끝내 운명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였다.

첫 삭발
머리처럼 송송한 세상의 인연이
부뚜막 장작과 함께 훨훨 타오르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