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큰스님]아프네! 아파! 내 몸이 매우 고통스럽다!

2008. 7. 29. 14:5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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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큰스님]아프네! 아파! 내 몸이 매우 고통스럽다!-현각스님의 회상, '큰 고통 속의 위대한 서원'에서

 

 

 



숭산스님이 가진 위대한 서원의 힘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리 해도 모자랄 것이다.
큰스님의 몸짓 하나하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그리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눈빛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큰스님의 한국어 법문 테이프를 듣고 큰스님의 열정과 헌신, 노력, 예리함, 그리고 특히 그 자비로운 음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큰스님의 영어 법문을 들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누구든지 큰스님의 사진을 가지고 있거나 말씀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면 언제든 만물을 구원하고자 했던 큰스님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헌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생을 통해 이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서원(Great Vow)이다.

 

 

-중략-

 


큰스님께서는 2002년 늦겨울부터 2003년 봄까지 몇 달 동안  서울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셨다. 육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큰스님은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려 하지 않으셨다. 큰스님은 휠체어를 타고 병원 안을 돌아볼 경로를 만들어야겠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어느 날 나는 대관스님과 함께 큰스님의 휠체어를 밀게 되었다. 그날 따라 특히 큰스님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입원실에서 나오면서부터 큰스님은 누구에게랄 것 없이 큰소리로 "아프네! 아파! 내 몸이 매우 고통스럽다!"하고 큰소리 치셨던 것이다. 이것을 듣고 대관스님이 큰스님께 몸을 기울여 이렇게 말했다.

 


"스님, 스님의 고통을 저희들에게 주십시오. 스님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는 법문 대결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었다. 대관스님의 얼굴에는 슬픔과 근심의 표정이 역력했다. 이것은 제자로서 스승에게 갖는 연민의 표현일 뿐이었다.

 


"뭐라고 했나?"
숭산스님은 내 얼굴과 대관 스님의 얼굴을 번갈아 올려다 보시며 물으셨다.

 

 

"스님의 고통을 나누어 달라고 했습니다.
절반은 내게, 절반은 현각스님에게. 부디 스님의 고통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그러나 큰스님은 거절의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아니, 아니, 아니야. 고통은 나 혼자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해.
자네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지 않아. 나 혼자 견딜 것이네."
대관스님도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스님. 저희는 정말 스님의 고통을 없애 드리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을 걸세. 내 고통은 매우 비싸거든!"
"얼마입니까? 저희가 스님께 그 고통을 사겠습니다."

 내(현각스님)가 말했다.

"내 고통은 매우 비싸. 자네들은 결코 살 수 없을 거야!"
그러자 대관스님이 큰스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수봉선원을 팔아 그 돈을 드릴게요. 그럼 고통을 파시겠습니까?"

 


큰스님은 그 말에 침묵을 지키셨다. 그러나 대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맹수가 먹잇감을 노리고 움츠리고 있을 때, 비록 아무 움직임 없이 조용히 있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고요하고 평화롭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님은  휠체어 바퀴가 카펫이 깔린 바닥을 몇 바퀴 굴러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돈은 받겠네. 그리고 다른 선 센터를 빌려 만물을 고통으로부터 구원할 것이네!"

 


이 말에 나와 대관스님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큰스님조차 웃음을 참지 못하셨다.
"이 정도면 괜챦은 사업이지,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끝도 없이 웃고 또 웃었다.
나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웃음 뒤에 오는 편안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하! 역시 스님은 맹수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으셨어!'

 


그 날 밤(큰스님 다비식 날) 절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휠체어의 스님에게서 배운 일생 최대의 법문을 생각하자 눈물이 두 눈을 적셔왔다.

 

                      -선의 나침반2 109-114

 

 


*普賢主

 

숭산큰스님!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으면 저런 말씀을 하셨을꼬!

 

 

 

젊은 날, 몸을 돌보지 않으시고 정화 불사하시다 얻으신 지병 당뇨.
그리고 그런 몸으로도 당신을 돌보지 않으시고 전 세계를 누비시며,
고뇌 중생들을 해탈의 길로 인도하셨던 큰스님!

 

 


그 아픈 몸으로도, 세세생생 중생 제도의 서원을 놓지 않으셨던 큰스님!
그 큰스님께서,
얼마나 아프셨으면 저런 말씀을 하셨을꼬...


아프네! 아파! 내 몸이 매우 고통스럽다!


언제나 밝고 힘찬 모습 잊지 않으시던 큰스님의,
그 큰 고통, 큰 비원(悲願)이,

마치 지금 현실의 일인 것처럼  제 옆에 느껴지는 듯 합니다..._()_

 

 

 

**사족**

 

부디 내 자랑, 내 교만으로 서푼어치도 안 되는 경계로,

허망한 언어 유희로 중생을 가르치려 들고 내 아는 것 자랑이나 하시려는,

오늘 날의 가짜 스승님들이시여!

부디 큰스님의 저 큰 고통, 저 큰 비원에서,

당신의 모습을 비춰 보실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