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거울은 그저 담담히 비출 뿐이다

2008. 9. 25. 08:4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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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거울은 그저 담담히 비출 뿐이다
  

 진리는 어렵지 않으나 다만 간택하는 마음이 탈이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없으면 환하게 밝아지리라.
      - 신심명 중에서 (승찬선사) 
 
 
우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지금 이 시간에도 교회나 절, 또는 여러 종교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편치 않은 마음을 청정하게 바꾸어, 보다 안정된 삶을 보장받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대로 마음이 청정해지고 삶이 안정된다해도, 그것은 잠시일 뿐이다. 그것이 곧 산란해지고 갈등을 겪게 되리라는 것은 상식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늘 반복되는 부질없는 노력은 그만 끝내야 하지 않을까? 
 
흔히 불가에서는 마음을 맑은 거울에 비유하곤 한다. 맑은 거울은 그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 즉 아름답거나 추한 것, 즐겁거나 괴로운 것, 번듯하거나 초라한 것 등 그 무엇도 차등 없이 비추어낸다.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본래 모습이다. 마음은 물들거나 청정한 일조차도 없는, 의식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에 비친 그림자를 나의 마음인 줄 알고 살아가는 한 끊임없이 절로 교회로 경전 속으로 보다 나은 그림자를 좇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목전에 펼쳐지는 모든 모습은 인연화합으로 잠시 머무르는, 스스로의 성품이 없는 그림자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보다 투철히 자각하여, 거울이 모든 모습을 가감없이 그대로 비추듯이, 그 상황을 아무런 비판이나 정당화 함이 없이 정관靜觀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에도 물들지 않는 참된 성품이 드러날 것이다.
 
 
 그림자는 형상으로 말미암아 일어나고, 메아리는 소리를 따라온다.
그림자만 다룬다면 한갓 몸만 고달플 뿐인데, 이는 형상이 곧 그림자의 근원인 줄 모르기 때문이요, 소리를 지르면서 메아리를 그치게 하려 하나, 이는 소리가 바로 메아리의 근원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 향向 거사
 
 
나의 마음은 진정 맑은 거울 같은 존재일진대, 그 거울 위에 추한 모습이 비추건, 초라한 모습이 비추건 '참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인연이 다하면 그러한 모습은 이내 사라질 터이고, 사라진 그 자리엔 언제나 맑은 거울 같은 나의 마음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괴롭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나의 마음이라고 여기는 한, 우중충한 그림자를 핑크빛 그림자로 바꾸려는 부질없는 노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추악하거나 훌륭한 그림자라 할지라도 그 스스로의 성품이 없듯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모습이 그와 한 치도 다르지 않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가 참이요 진실이다. 맑은 거울은 모든 모습을 그저 담담히 비출 뿐이다.  
 
  중생의 마음은 허공과 같거늘
  번뇌가 다시 어디에 붙으랴?
  오직 온갖 일을 바라고 구하지만 않는다면
  번뇌는 자연히 스러지리라.
                            
                - 보지寶誌 선사(대승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