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따라 구름따라/매월당 김시습 설잠스님
2009. 2. 9. 11:0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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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라 구름 따라
- 매월당 설잠(조선 1435-1493)
천 봉우리 만 골짜기 저 넘어에
외로운 구름과 새는 홀로 돌아가네
금년은 이절에 머물지만
내년에는 어느 산으로 떠나야 하나
바람자니 송창松窓은 고요하고
향불 꺼진 선실은 한가롭기만하네
이 생도 나와 이미 인연이 다하였으니
물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리라
萬壑千峰外 孤雲獨鳥還 此年居是寺 來歲向何山
만학천봉외 고운독조환 차년거시사 래세향하산
風息松窓靜 香소禪室閑 此生吾已斷 棲迹水雲間
풍식송창정 향소선실한 차생오이단 서역수운간 * (소=金+宵)
* 산승의 진면목이 이러하리라. 걸망하나 달랑메고 지팡이 짚고 뜨락
나서면 어디로 가야하나 막막하기 그지없는 것,
혹 그 절에 방부나 받아 줄런지. 매월당다운 하소연이다.
석양에 지는 해마저 원망스럽습니다.
걷는 것 자체가 수행의 한 몫이었던 그 시절. 물 가는대로 구름 가는대로
몸을 맏겨야만 하는 장부의 고뇌 . . .
'금년은 이절에 머물지만 내년에는 어느 산으로 가야할지 . .'
선객의 자재하면서도 오로움이 진하게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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