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1. 11:1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미소론/유안진
국보 제78호
삼국시대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한장 사진만으로도
새 정토(淨土)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아름다운 극치
극치의 신비 신비로운 절대
이 미소 이상은 모두가 게거품질이고
이 미소 이하는 모두가 딸꾹질이다
안면근육경련이다.
합장(合掌)/김소월
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 빛은 배여와라.
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燈)불 빛에 거리는 헤적여라, 희미(稀微)한 하느편(便)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힌,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四方)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하고, 더 안가고,
길가에 우뚝하니. 눈감고 마주서서.
먼먼 산(山). 산(山)절의 절 종(鍾)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해인사/조병화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송광사에 와서/ 이근배
아직도 흐르고 있느냐
조계산이 온 몸으로 끌어 안던
밤이 살 냄새를 다 씻지못하고
물소리는 저데로 치닫고만 있느냐
피가 비칠세랴
뼈가 드러날세랴
사랑은 숨죽여 안개속에 묻히더니
그 입덧은 자꾸 기어나와
국사전 뒷뜰에 부스럼같은
상사화로 피어 있구나
눈에 보이는 것은
본래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름이야 열번 백번
바뀐들 어떠랴
산에 오면 나도
산이 되어야 할텐데
감로탑 앞에 서면 나도
머리깍은 돌이 되어야 할텐데
왜 내겐 물소리 뿐이지
저 삐죽삐죽한 상사화들이
내 잃어버린 사랑으로 보이지
왜 나는 물소리가 되지 못하지
헛것들에 갇혀서
돌아오는 길을 잃고 있지
백담사 /이성선
저녁 공양를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은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아나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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