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길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거나 탐스러운 과일이 달린 나무 밑에는
어김없이 길이 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들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향기나는 사람에게는 사람이 많이 따르지요.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상대를 위해 아량을 베푸는 너그러운 사람.
그래서 언제나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오는 사람.
그 향기가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을 적셔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나 또한 그 향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스치듯 찾아와서 떠나지 않고 늘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사람.
소란피우며 요란하게 다가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떠나는 사람
소리없이, 조용히, 믿음직스럽게 그러나 가끔 입에 쓴 약처럼
듣기는 거북해도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해 주는 그런 친구들이 있지요
우리 곁에는 어떤 사람들이 머물러 있을까요?
있을 땐 잘 몰라도 없으면 표가 나는 사람들,
순간 아찔하게 사람을 매혹시키거나 하지는 않지만
늘 언제봐도 좋은 얼굴, 넉넉한 웃음을 가진 친구들,
그렇게 편안하고 믿을 만한 친구들을 몇 이나 곁에 두고 계십니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가깝고 편안한 존재인지 그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싶습니다.
두드러지는 존재, 으뜸인 존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 보아도 물리지 않는 느낌,
늘 친근하고 스스럼없는 상대, 그런 친구들을
곁에 둘 수 있었으면, 나 또한 남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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