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닥의 물결 소리는 바다에 이르러서 쉬도다

2009. 12. 25. 20: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728x90

 

     

    37

    장사(長沙)가 어느 날, 산(山)을 돌고 와서 문 앞에 이르니, 수좌(首座)가 묻기를, · · ·

     『 화상께서는 어디를 다녀오십니까?』
     『 산을 돌고 온다.』
     『 어디까지 갔다 오십니까?』
     『 처음엔 방초(芳草) 따라 나섰다가 나중에는 낙화(落花) 따라 돌아왔느니라.』하니,

    수좌가 말하기를,· · ·
     『 마치 봄 소식 같습니다.』하였다.

     이에 선사가 말하기를,···

     『 가을 이슬방울이 연(蓮)꽃 위에 떨어지는 것보다 나으니라.』 하였다.

     


     이에 설두현(雪竇顯)이 송하기를,· · ·

      온 누리에 티끌 하나 없으니
      뉘라서 눈을 뜨지 않으랴?
      처음엔 고운 풀을 따르다가
      또 다시 지는 꽃을 따라 왔다.
      여윈 학은 싸늘한 나무에 앉았고
      미친 원숭이는 묵은 터에서 휘파람을 분다.
      장사(長沙)의 '무한한 뜻'(無限意)이여!

     


     이에 법진일(法眞一)이 송했다.


      일 없이 지팡이 끌고 오락가락 했거늘
      큰 방 수좌는 어디 갔다 오시냐 하네.
      기묘(奇妙)함과 절승(絶勝)함을 다 궁진(窮盡)했으니
      유산(遊山)하며 공연히 갔다 왔다고 속이지는 못하리.

     


     천동각(天童覺)이 말하기를,· · ·


     『가벼운 연기 어린 '납자의 집'에 계절의 명물인 봄맞이의 기상이 아름답다.

    낙화유수의 무한한 뜻은 산 구경하는 멋을 장사에게 주었도다.
     기억컨대, 장사가 산 구경을 갔다 오니, (中略) · · ·

    「가을 이슬이 연꽃에 떨어지는 것보다 나으니라」하였는데, · · ·
     ≪몸과 마음이 일여하여 물·아(物我)가 동체라.

    그러니 산하대지를 굴려서 자기에로 돌릴 필요도 없고,

    또 자기를 가지고 산하대지를 지을 것도 없어서,

    마치 구슬의 광채가 도리어 스스로를 비춤과 같도다≫.
     일체시 일체처에서 어떻게 해야 이렇게 수용(受用)할 수 있겠는가?· · ·

    천 봉우리의 산세는 메뿌리 근처에서 멈추고,

    만 가닥의 물결 소리는 바다에 이르러서 쉬도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