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이한 세가지 물건/칠현녀경

2013. 5. 30. 19:4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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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사이한 세가지 물건  / 일붕 서경보 큰스님

 

 

서로 부르고 불러서 갔다 돌아오니

만호천문에 정히 봄빛이로다.

 

<칠현녀경>에 보면,옛날 부처님이 계실당시 어느 거부 장자에게

딸7형제가 있었다 ,다른집 청춘남녀들은 봄옷을 새로 지어 입고

춘색을 탐하여 경치 좋은 산으로 꽃구경 가는사람도 있고

 

유원지 같은 들이나 강변으로 나가 삼삼오오 떼를지어

노래와 춤으로 들놀이를 하기도 하며,배타고 강물위를 두둥실

떠서 선유(船遊)를 하며 즐기고 감미로운 술과 안주로써

권하고 마시고 하여 취홍이 도도해 봄 가는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전춘시(箋春詩)를 읊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 거부장자의 딸 7형제는 그 좋은 산수의 경치를 모두

피하고 공동묘지로 갔다.이곳은 죽은 사람의 시체가 쌓여 있는

수풀이다.악취가 코를 찌르고 썩어가는 시체에 구더기가 들끓는 곳이다.

인도에는 고래부터 4가지의 장례법이 있으니

 

하나는 시체를 불에태우는 화장이요,둘째는 강물에 띄어버리는 수장이요 ,

셋째는 흙속에 묻는 토장 즉 매장이요,

넷째는 시체를 나무숲속에 그대로 내버리는 임장인데,

형세가 지낸만한 사람들은 두터운 관속에 넣어서 버리기도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은 그대로 옷만 걸친 알송장으로 지낸다.

 

우리나라 같으면 모두 시체 유기죄에 걸릴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나라 풍속에는 사회적 습관이 그러하니까 당연지사로 여길뿐 이다.

그런데  이 유별난 형제들은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시다림'을 찾아갔다. 그 시다림의 처참한 광경은 이루 말 할수

없어 마치 적병과 마주싸운 격전지에 무수한 시체가

버려져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냄새도 고약하지만 여우가 뜯어 먹거나

개나 맹수가 뜯어 먹다가도 내보린 시체는 머리와 다리와 팔들이 각각 떨어져

딩구는 것도 있고,창자만 파먹어서 시체에 구멍이 뻐금하게 뚫려있는

시체도 있다.그야말로 인간 종말의

참상이라 할까? 그런데 이 얄궃은 7형제의 여자들은 어찌

된 일인지 보통여자들 같으면 기절할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야말로 미친 여자들이 아니라면 생사의 진리를 깨달아 느낌이 있는 여자들이라

 하겠다. 이들가운데 맏이 되는 여자가 여섯동생들과 같이 망연하게

흉측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수많은 시체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많은 

시체를 가리키면서 여러 동생들에게

말하되,"저 많은 시체들은 여기 있지만 사람들의 영혼은 다

어떤 곳으로 갔겠느냐?" 하고 물었더니 그 중에 한여자가 답하되,

 

"글쎄올시다.어디로 가고 어디로 갔을까요?" 하고 묵묵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나머지 여자들도 각기 제 나름대로 사람의

생사가 공화(空華)와 같이 허망한 것임을 깨닫고.불생불멸의

자심 각체(覺體)를 반성반관 하고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 제석천왕이 이들 칠현녀(七賢女)를 고맙게 여기고

그들 머리위에도 天花를 뿌려 주었다.요즘으로 말하면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는 축하의 선물이다.그리고는 내려와서 이르되,

"성제(聖 )들이여,무슨 물건이 소용 되십니까?구하는 바가

있다면 내가 종신토록 공급하여 드릴까 합니다" 하더니,

 

한여자가 답하여 말하되,' 우리집은 국내에서도 이름난 부자 장자의 집이므로

사사(의복,음식,와구,탕약)와 칠진(금,은,유리,자기,마노,산호,진주)이

다 구족하기때문에 세상의 물질가운데는 구할것이 없나이다,

그러나 오직 세가지 물건을 구하고자 하온데

이것을 구해 주실 수 있을는지요?'

"말씀이나 해보시오"

 

'세가지란,하나는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요,둘째는 음과 양이

아랑곳 없는 땅 한조각이요, 셋째는 소리를 지르되 메아리 울림이 없는

산골짜기 한곳 입니다' 했다 재석이 듣고 답하되,

"일체 소유의 물건은 내가 다 갖고 있으되 이 세가지 물건만은

나도 얻을수가 없나이다" 하니 또 여자가 말하되,

 

'천신께서 만약에 이것이 없다면 어찌 사람을 구제하며 사람의

요구를 들어 줄수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이때 재석도 이 3가지 물건이 의심스러워 칠현녀와 같이 부처님께

가서 물었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교시가(제석의 별명) 야 ,이 세가지 물건은 나의 여러 제자가운데 대 아라한도

이뜻을 알수가 없을 것이요,오직 모든 대보살이라야 이 뜻을 알것이니

네가 어찌 알수가 있겠느냐" 하셨다

 

그런즉 이 3가지 물건은 불가사의한 물건이라 하겠다.그 뒤에 장로선사라는 이가

이 애기를 들어 말하되,

"대중아 제석이 칠현년의 한 물음을 듣고 곧 거꾸러져 삼천리나 물러갔구나,

그러나 당시에 칠현녀가 나에게 이 불가사의한

세가지 물건을 요구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였으리라.

 

첫째로 뿌리 없는 나무를 요구한다면 나는 다만 이르되,이

'시다림'이라 하리라.두번째로 음양이 없는 땅을 요구한다면

나는 이르되 봄이오니 풀이 스스로 푸르다 고 하리라.

셋째로 브르짖되 메아리 울림이 없는 산골짜기를 요구한다면

 

나는 다만 이르되,돌덩이가 큰것은 크고 작은것은 작다고 답하였으리라

.내가 이렇게 대답하였을것 같으면 칠현녀는 내게와서

손을 모으고 항복하였을 것이고,제석천왕께서는 또한 몸을 움직여

나아갈 탈출구가 있었을 것이니라.또한 이르겠노라

 

무슨까닭인고?칠현년의 본 곳은 아직도 스스로 가시수풀에 걸려 신음하며

해탈을 못하고 있으니 이들을 거기에서 나오도록

하려면 무엇이라 이를 것인가, 함참있다가 이르되

 

서로 부르고 서로 불러 갔다가 돌아오니

만호천문에 정히 춘색이 찬란하도다.

 

했다. 이상에서 말한것은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염송에 있는

설화인데 장로선사의 법문이 없이 <칠현년경>만 본다면

그야말로 칠현년가 요구한 3가지 물건은 영원히 수수께끼가

되고 말았을것이다.모름지기 장로선사의 법문은 보물중에도 보물을

우리에게 준 셈이다. 

 

불교에서는 표전(表詮)과 차전(遮詮)이

있는데 한 가지도 없는 이치에서 용(用)으로는 만 가지로 벌어져 나오는

현상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명자(名字)와 의리(義理)를

순서적으로 누구든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것을 표전이라고 한다.

 

또 이 만 가지가 하나인 체(體)로 돌아가는 실상(實相)을

말할때에는 차전으로 표시한다.즉 동일한 것을 있다고 말하는것은

표전이요,반대로 없다고 말하는것은 차전인 것이다.

 

이밖에도 전간전수(全揀全收)라는 술어도 있는데 전간은 차전과 같고

전수는 표전과 같은것이다 . 그런데 동일한 법문이라도

표전으로 설명하며 앝은것 같고,차전으로 설명하면 깊은것 같다.

 

그러므로 강사들은 학인에 대하여 표전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초학자가

들어가기가 싶다.그러나 선사들은 차전으로 말하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이다.예를들면 실상(實相)이요

 

법신(法身)은 비신(非身)이라고 하는바 똑같은 진여불성을 실상 또는 법신이라

 말하는것은 표전이요.무상이다,비신이다 하는것은 차전이다.

<칠현년경>에 나오는 술어의 경우도 이와 같은 것이니

 

'무근수'라든지 '무음양지''규불향산곡'은 칠현녀가 차전으로

말한것이므로 재석이 알 도리가 없고,나한이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장로선사가 이르되,무근수는 시달림 수풀이요,

무음양지는 그대로 음양이 비치는 봄동산의 푸른 풀이요,

규불향산곡은 그대로 심산궁곡의 큰 바위와 작은돌이라고 표전으로

설명한 것이다.

 

선사들은 대개 남이 알시 힘든 법문을 하는것인데,간혹 직설로써 표전으로

솔직히 표현하는 일도 있는것이다 학인으로서는

이런 경우를 알아야만 불교의 禪語가 동문서답의 부조리한

모순 같으나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칠현년경>에 대하여 장로선사가 통쾌하게 대답하였으니,

첫째는 죽었던 재석을 살렸고,둘째는 칠현년의 교만을 꺽고

가시수풀속으로 몰아넣었다.칠현년가 세가지 물건의 물음에

재석이 답하지 못한것을 장로가 답하였으니 재석을 골리려든

칠현년가 손을 들게 되었고,무거무래역무주(無去無來亦無住)

인간의 영성(*靈性)인데 어디로 갔느냐고 하는 물음에 막히고

말았으니 인간이 무상하다는것을 느꼈으나 해탈도를 알지

못하였으니 가시수풀속에 들어가서 허둥지둥 하는것을

가르킨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탈출구를 만들어 틔어 주었으니 '시달림'에서 시체를

 버리고 간 영혼의 간 곳을 물어서 무엇할것이냐"?너희가 서로 부르고 놀다가

너의 집으로 돌아가면 그대로 오나가나 춘색이 무르녹아 있을것이 아니냐고

선사가 염회(捻廻)한것이다.

 

 

 

   원공법계제중생자타일시성불도 ()...

 

 

 

 

 

죽화(竹花) / 임보

 


초공(草公)이란 자는
대나무 밑에서 살고 있는데

댓이파리 하나만 잡고도
소리를 잘한다

그가 만든 소리는
관현(管絃)의 세상 위의 것이어서
뭇 짐승들도 다가와 갸웃거리는데

어떤 때는
천리 밖의 봉황도 날아들어
그의 대밭에 깃들기도 한다

그런 때는 대들도
달빛 같은 허연 꽃을
밀어 올리기도 한다.

 

 

 

 

 

Varsog / Anne V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