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아무 일 없었다 / 현정선원

2016. 11. 13. 22:3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728x90


[문]다 제가 지어 제가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을 당하면 그 탓이

저 밖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답]중생이 저 밖에 뭔가 있다고 제 스스로 지어놓고 수천만 년 동안

그렇게 업이 길들여졌는데 몇 마디 알아들었다고 당장

그 진로환망(塵勞幻網)에서 훤칠하게 벗어나기가 그렇게 쉽기야 하겠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소? 이른바 닦음 없이 닦아 나아가야 하오.

지금까지 여러분이 알고 있는 수행은 어떤 거요?

이 고깃덩어리를 잘 갈고 닦아서 복도 받고 성인도 되고

뭔가 한 수 하려는 것 아니오?  누가? · · · · · · 환화공신(幻化空身)이오,

이놈은. 닦아서 나중에 공덕을 받을 놈도 없고, 공덕을 쌓아놓을 곳도 없는 거요.

 

 그러니 그 닦음은 본래 아무 공덕도 취하고 버릴 것 없는 닦음인 거요.

뭔가를 위해서 하는 유위행이 아니라 소리요.
흔히 벗어나기 위해서 어쩐다고 하지만 언제 갇혔던 적이 있었소?

제가 스스로 노끈 없이묶였던 것뿐이오.

이런 것이건 저런 것이건 이 세상 만법이

몽땅 제가 지은 생각만으로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오.

법의 성품은 본래 빈 것이기 때문에 중생이 그렇다고 지으면

렇다고 지은 대로 응해주는 것뿐이오.

그러니 노끈도 없이 묶여있던, 제가 지은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주 간단하오. 그저 문득 무심에 드는 거요.

밖에 탓이 있다는 미망(迷妄)에서 헤어난다고 하지만

허깨비가 어떻게 미할 수가 있겠소?

또 반대로 허깨비가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소?

그러니 밖이니 안이니, 깨달음이니 미혹함이니 그런 생각 다 놓고,

놨다는 생각조차 다 놓고 몰록 무심에 들면

제가 본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머지않아 알게 될 거요.

탓이 밖에 있건 안에 있건, 걸리건 안 걸리건, 깨닫건 미혹하건,

그걸 제 뜻에 맞게 억지로 잡아 틀려고 끙끙거리며 헛애 쓰지 말고

그냥 놔두시오.

그게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건데 그걸 상관해서 뭐하겠소?

소위 일승법(一乘法)은 유위의 노력을 통해서

구경의 깨달음을 증득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오.

바로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본래 아무 일 없었다는 사실을 투철하게 깨닫는 거요.

그것만이 깨달음으로 가는 외길이오.

 

- 현정선원 법정님


REPEAT:

옛사랑이 생각날때 듣는 조용한 노래모음3(발라드 가요/KPOP BALL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