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에 "먼저 행동하고 생각하라." 라는 한 마디를 심지에 부여잡고 그저 스치는 한마음 내어 그 먼 길을 달려오신 법우님이 계셨습니다. 부처님을 찾아... 깨달음의 작은 씨앗을 찾아...
그 말... 그건 그저 스치는 한마디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행심을 일구는 수행 기도문이기도 합니다.
대학교때인가 도반들 10여명과 함께 매주 공부할 재료(기도문-혹은 화두-)를 가지고 한 주간을 화두삼아 공부하고 주말이면 모여 함께 법담을 나누고 수행을 점검하는... 그런 수행모임을 했었답니다.
그러던 중 어떤 한 주의 기도문이 "저질러라. 표현이 성불의 지름길이다" 였습니다. 일단 마음 나는 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마음 가는데로 이런 저런 걸리는 것들일랑 모두 접어두고 일단 저질러 보라는 것입니다. 모두들 '한번 저질러봐?' 하는 마음으로 제각기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났습니다.... 여자 법우 한 분이 머리를 삭발하고 나타났습니다. 한 법우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머리를 삭발한 여법우는 오래 전부터 출가에 대한 마음이 있었는데 한마음을 내기가 그렇게 힘들더라면서 머리를 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그냥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타나지 않은 한 친구는 학교고 공부도 일단 다 때려치고 돈 걱정도 제껴두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무전여행을 전국 사찰로 떠났던 것입니다.
다녀와서 하는 말이 불교학과 학생증 하나만 가지고 있으니 전국 어느 사찰이든 먹고 자고가 프리페스더라는 겁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고...
발길 닫는데로 마음 가는데로 그저 내맡기고 가니 길이 보이고 고스란히 소중한 인연이 모여들고 그러더라고 신심을 내며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것을 배워 대학 3학년 말 겨울방학 때 그저 마음 하나 가지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길을 찾아... 미국행 차표 왕복 두 장을 가지고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었답니다....
돈도 별로 없었고 더구나 겨울이라 추웠으며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하루하루 참으로 마음의 심지에 의지해 턱 맡기고 다니니 좋은 인연들만 만나게 되고 너무나 좋은 수행을 했었답니다.
한국인 사찰에 다니며 좋은 스님들과 포교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이따금 오늘밤은 어쩌지? 하고 걱정이 앞설 때면 그 조바심 나는 마음을 더욱 턱 놓고 갔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길이 보이곤 했었답니다.
참 좋은 기억입니다.
그 어린 날 우리가 수행했던 "저질러라 표현이 성불의 지름길이다' 란 말이 부처님 오신날 바로 그 법우님이 말씀하신 '먼저 행동하고 생각하라.' 는 말과도 같은 말이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맑은 수행을 하셨다고 느껴봅니다. 우린 생각의 꼬리, 분별심의 꼬리를 따라 마음을 빼았겨 버리기 쉽답니다...
마음에서 시키는데로 마음 가는데로 하고 싶어도 이놈의 분별심이 가만히 놔두지를 않는답니다. 이따금은 사회적 통념이 나를 바보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럴때는 그저 과감히 놓아버리고 저지르는 것처럼 훌륭한 수행이 없습니다. 그렇게 저지르고 나면 그놈의 분별심이 꼬리를 빼고 도망가지요.
부처님 오신날 먼 길 찾아 오신 법우님들도... 그렇게 저지르고 나니 좋은 도반, 좋은 법우, 좋은 인연도 만날 수 있었을테고... 법우님들 모두 참 좋은 도반을 얻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참 좋은 깨침의 씨앗을 심지 않으셨나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한마음내셔서 와 주신 법우님들 때문에 더욱 부처님 오신날 행사가 밝아졌어요.. 참으로 기억에 남을 날이었습니다.
그럼 이 다음에 더욱 좋은 인연, 좋은 만남 기다리며 일상 속에서 늘 깨어있으시길... 두 손 모아 백성사 부처님 전에 발원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