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배치계획

2007. 7. 13. 14:27일반/생활일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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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배치계획

 

- 한국전통마을의 환경생태적 해석을 통해서 도출된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계획지침들 중  배치계획에 적용될 수 있는 사항들을 소개한다. -

  한필원 / '설비저널'  vol.29  No.6 (2000. 8)

글머리에

 필자는 우리의 전통마을을 환경생태적으로 해석하고 그로부터 환경친화적 주거단지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도출하는 일련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1) 이는, 전통마을의 환경친화적 계획요소들을 주거단지 계획의 단계에 따라 현대 주거단지에서 적용될 수 있는 계획개념(planning concept)으로 유추, 변환하고 현대적인 지침으로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이같은 연구는 우리의 현실적 조건에 부합되고 지역적ㆍ문화적 정체성이 있는 환경친화적 주거단지를 창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에너지 절감 등 환경적 요건은 주거단지의 배치를 결정하는 데 점차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선행 연구들에서 얻어진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계획지침들 중에서 주로 배치계획을 하는 데 유용한 것들을 설명하기로 한다.

먼저, 환경친화적 단지의 입지로서 요건을 갖춘 부지를 선정한다. 부지가 선정되면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미시적으로 부지의 자연조건을 분석하여 부지에 관한 구체적인 환경정보를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지가 가지고 있는 환경조건에 부합되는 환경친화적 계획의 기본방향과 계획요소들이 선택되어야 한다.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환경친화적 계획요소라 하더라도 특정한 부지의 여건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그 부지의 단지에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조건을 갖춘 부지가 선택되었을 경우 그 부지의 특성에 근거하여 계획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방침에 따라 환경친화적 계획의 다양한 지침들 중에서 유용한 지침을 선정하여 분야별로 계획을 한다. 분야별 계획에서는 공통적으로 에너지 절감을 고려하여 단지가 하나의 합리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되도록 한다.

 

자료; Colquhoun, Ian; Fauset, Peter G., Housing Design, Batsford, 1991, p.91

25호의 주택으로 구성된 이 단지의 배치 에는 에너지 절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 용하였다. 이 단지에서는 주거와 커뮤니티 센터를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배열함으로 써, 남향의 창을 통한 패시브 솔라 에너지 와 각 건물의 지붕에 설치된 대형판으로 집적되는 액티브 솔라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였다.

<그림 1> 덴마크의 'Sol og Vind(Sun and Wind)' 단지

1.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계획개념과 계획과정

전통마을의 환경생태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계획개념을 유추하면 <그림 2>와 같다. <그림 2>에서 직선 위에 표기된 내용은 각각의 개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계획의 요소와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계획개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과정은 <표 1>과 같이 제시할 수 있는데 이 계획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그림 2> 전통마을에서 유추된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개념

2. 환경친화적 계획요소

<표 1>의 계획과정에 따라 전통마을에서 발견된 환경친화적 계획요소들 중 현대의 주거단지에 적용성이 큰 사항들을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계획요소들을 수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지침을 배치계획의 단계에서 논한다.

<표 1>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계획과정

3. 토지이용방식 : 다양한 토지이용이 결합된 풍부한 공간 형성

생물의 서식지로서 적합한 곳은 다양한 토지이용이 만나는 접점이다. 예를 들면, 삼림이나 들판의 내부보다 삼림과 들판(초원)의 경계에서 더 많은 종류의 새들이 발견된다. 전통마을들에서도 세 가지 이상의 토지이용 상태가 만나는 지점이 수 곳씩 발견되곤 한다. 환경친화적 토지이용계획에서는 이와 같이 다양한 토지이용 상태가 서로 결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곧, 환경요인의 변화가 일어나는 토지이용의 점이대(ecotone)를 형성하여 다양한 생물이 공생하도록 한다. 그러나 토지가 잘게 쪼개져서 토지이용의 가장자리가 너무 많을 경우 일반적으로 생물적 다양성이 감소하므로 넓은 보전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 2> 전통마을의 해석을 바탕으로 한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의 계획요소

계획의 단계 계획의 분야 계획요소

 

입지선정

자연조건 분석

 

기후 및 지형조건 주변 경사녹지(경사도 30%이상) 확보
일정 경사도(20% 이내)를 가진 부지 확보
녹지체계 및 수계 기존의 녹지 또는 농경지와 인접
자연수계의 최대한 활용
배치계획 토지이용방식 다양한 토지이용이 결합된 풍부한 공간 형성
동선체계 자연요소, 외부공간, 보행동선을 엮는 matrix system
도로를 등고선과 최대한 근접시키고 수로와 병행
자연요소의 도입 광역자연체계와 연계(주변 자연요소를 단지 내부로 도입)
토지이용, 주거블록 등의 경계요소로서의 자연요소
자연요소에 상징성 부여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녹지 조성(향토수종과 유실수 식재)
복합기능을 가진 연못과 수로 조성
수공간과 녹지의 결합
건물 배치 일조와 통풍 고려
공용시설은 자연요소에 인접배

주거동과

단위주거 계획

 

주거동 계획 자연조건에 순응하는 주거동 유형의 다양화
단위주거 계획 자연조건에 따라 단위주거의 구성 다양화
난방, 채광, 통풍을 고려한 공간층(layer) 배열

텃밭, 마당, 툇마루 등 전통주택의 환경친화 요소 도입
일조공간의 도입

순환체계 물 순환 시스템 우수 저류시설 확보
연못에서 생활하수를 생물학적으로 처리
폐기물 순환 시스템 유기성폐기물(주방쓰레기, 분뇨)의 퇴비화

이렇게 다양한 토지이용 상태가 결합하는 풍부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단지의 토지이용이 다양화되어야 한다. 택지, 공공시설지, 외부공간, 공원 등 제한적인 기존의 토지이용방식으로는 풍부한 생물의 서식지를 조성하기 어렵다. 외부공간과 공원은 녹지와 수공간을 결합하여 다양하게 조성하며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부지 내에 있는 경사지의 자연법면은 보존하여 생물의 서식공간으로 조성하며 표토(表土)는 보존하거나 재이용한다. 그리고 단지 내부에 농경지를 포함시켜 토지이용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토지이용상 자연요소가 불가피하게 단편화된 경우에는 소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corridor)를 마련하여 준다. 차도에 의해 녹지가 단절되어 생물의 이동이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터널 등 도로를 횡단하는 요소를 설치한다.

4. 동선체계

자연요소, 외부공간, 보행동선을 엮는 매트릭스 시스템(matrix system)

전형적인 전통마을의 길체계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동선이 연못(亭子), 수로 등 마을공간 내의 자연요소에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구성되어 마을공간에서 자연요소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된다. 이러한 전통마을의 특징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요소를 가까이 하고, 그것을 유지관리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방안이므로 환경친화적 계획에서 중요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단지 내의 자연요소에 주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녹지, 수공간 등 자연요소,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보행자동선을 엮는 매트릭스 시스템을 구성한다.

단지의 각 부분에서 수변으로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못과 같은 정적(靜的) 수공간을 영역의 중심요소로 배치하도록 한다. 그리고 여기에 단지의 공공시설을 연계시켜 단지의 중심공간으로 조성한다. 그리고 단지의 보행축이 이 중심공간을 통과하도록 함으로써 수공간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단지의 주출입구에서 중심공간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처리함으로써 중심공간은 단지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 녹도를 구성할 경우에는 보행자 전용도로 또는 자전거도로를 병행 설치하여 녹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도록 한다.

그러나, 현재 주거단지의 공원이 주민들의 무제한적인 접근으로 손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접근하여 관찰하고 감상하되 직접적인 접촉은 제한함으로써 자연요소의 손상을 방지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도로를 등고선과 최대한 근접시키고 수로와 병행시킴

전통마을은 일반적으로 마을의 중심도로인 안길과 수로가 병행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도로가 자연수계의 수로와 병행하기 위해서는 도로가 주변보다 지형이 낮은 지점을 따라 형성되어야 한다. 곧, 도로를 상대적으로 낮은 지형의 등고선과 최대한 일치시키거나 지형이 가장 완만하게 상승하는 지점을 따라 조성함으로써 수로와 병행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도로의 경사도가 작아져서 지표수의 이동 등 도로의 배수처리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도로의 레벨이 외부공간보다 낮게 되어 차도의 소음 등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감소된다. 이 때 생기는 법면은 녹지의 띠로 조성한다. 특히 보행로를 지형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형성할 경우, 지형이 가장 완만하게 상승하는 지점을 따라 조성하여 자연수계와 보행로가 병행하게 함으로써 사람의 이동에 따라 신변에서 친숙하게 수공간을 접하도록 계획한다.

5. 자연요소의 도입

환경친화적 토지이용계획에서는 자연요소, 곧 녹지와 수공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주거단지에서는 녹지와 수공간 등 자연요소가 환경생태적 기능보다는 위락적 또는 미적(장식적) 기능에 치중하여 도입되었으나, 환경친화적 단지에서는 그것들이 미기후 조절, 야생생물의 서식지 제공, 자원 생산 등 환경생태적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전통마을에서 도출된 계획요소는 다음과 같다.

광역자연체계와 연계(주변 자연요소를 단지 내부로 도입)

환경친화적 단지에 도입되는 자연요소는 광역 자연체계와 연계되어 연속성과 일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주거단지는 광역체계와의 연계라는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나 전통마을에서는 연못, 수로 등 수공간과 녹지가 주변의 수계 및 산림과 연계되고 있다. <그림 3>은 기존의 주거단지와 전통마을에서 자연요소가 갖는 성격의 차이를 개념적으로 설명해준다. 단지의 자연요소들이 광역체계와 연계될 때 환경생태적 기능을 다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전통마을의 특성은 환경친화적 단지에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주거단지에 조성되는 녹지의 경우, 마을의 녹지와 주변의 산림이 연결되는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강수가 집중되어 단지에 조성된 수공간에 필요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수공간을 광역 수계와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연못과 수로를 단지 내에 조성할 때에도 그것을 광역의 자연수계에 연결하여 수자원을 확보하고 환경생태적 기능을 다하도록 한다.

이 '광역체계와의 연계'라는 지침은 주거단지를 개발할 때 부지에 존재하는 자연요소의 보존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단지 내에 존재하는 자연요소들 중 일부의 요소는 유지하고 일부의 요소는 개발을 위하여 제거할 필요가 있을 경우, 광역체계와 연계되어 환경생태학적 의미가 큰 요소는 반드시 보존하도록 한다.

 

<그림 3> 주거단지에서 자연요소의 성격

경계요소로서의 자연요소

전통마을에서 토지이용 또는 영역의 경계는 자연요소로 구분되고 있다. 또한 주거지도 자연요소인 수로나 녹지에 의해 분절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전통마을의 계획요소를 수용하며, 소하천과 같은 흐르는 선적인 수공간은 도로와 같이 배치하여 영역의 경계를 형성하는 요소로 계획하도록 한다. 또한 토지이용의 경계 또는 주거 블록 등의 경계도 인공재료의 담장이 아니라 생울타리로 조성하여 부드러운 단지 환경을 만든다.

자연요소에 상징성 부여

자연요소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은 전통마을의 독특한 특성이다. 자연요소에 상징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이 위치하는 장소의 성격이 규정되고 동시에 자연요소가 일상생활에서 주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요소를 거주자의 공동의 재산으로 유지관리하는 바탕이 된다.

단지의 입구 및 몇몇 중요성을 갖는 지점을 선정하여 자연요소를 상징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주거단지를 실존적 의미를 갖는 환경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녹지 조성

녹지는 쾌적성을 부여하는 것 이외에 다양한 환경생태적 기능을 갖는 자연요소로 환경친화적 단지에 필수적인 자연요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의 기온과 강수량 조건은 초원, 낙엽수림, 침엽수림 등 여러 형태의 녹지를 조성하는 데 적합하므로 이러한 기후조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녹지를 조성하도록 한다. 전통마을에서와 같이 녹지에 복합적인 환경생태적 기능을 부여하고 점, 선, 면의 다양한 형태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녹지의 기능에 부합되는 구체적인 형태를 결정하고 향토수종 중에서 적합한 수종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방풍림의 경우 기본적으로 조밀 식재가 가능한 침엽수가 적당하며, 아왜나무, 후박나무, 녹나무 등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전통마을에서와 같이, 가능하면 감나무 등의 유실수를 식재하여 전통적 외부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수확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조장하도록 한다.

녹지가 가지는 주요한 두 가지 기능과 조성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기후 조절의 기능을 하도록 그늘 형성과 방풍효과를 고려하여 식재계획을 세운다. 녹음수는 여름철에는 그늘을 제공하고 겨울철에 일조를 확보하도록 낙엽수를 선택하며 남∼서쪽에 식재하여 오후의 강렬한 일조를 차단한다. 겨울철 주풍 방향을 고려하여 방풍식재를 한다. 방풍식재는 서양측백과 같은 침엽수로 조밀하게(밀폐도 50 ∼70%) 식재하고 폭 10 ∼ 20m, 길이 수고의 12배 이상이어야 효과가 있다.2)

둘째, 생물체의 서식공간을 제공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녹지를 조성한다. 그러나 다양한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는 많은 수의 작은 녹지보다 적은 수의 큰 녹지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활엽수와 침엽수를 혼용하여 수종을 다양화하고 향토 수종군락을 보호한다. 생물서식지로는 균질의 잔디보다 야생초지가 더 적합하며 녹지가 단절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단지내부로 주변부 녹지를 도입하고 브리지(bridge), 언더패스(underpass), 데크(deck) 등을 이용하여 녹지와 공원을 연결하고 녹도를 통한 녹지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단지에서 자연상태의 녹지가 최대한 유지되도록 하고 지하주차장 상부, 테라스 부분 등은 인공의 초지(草地)를 조성하여 녹지 피복율을 높인다. 이 경우 형성된 초지는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적정한 수분을 보유하고 하부의 건물 부분과의 사이에 단열, 방습 처리를 하여야 한다.(그림 4)

<그림 4> 건물 구조체 위 초지의 단면구성

 

복합기능을 가진 연못과 수로 조성

수공간을 정지된 물과 흐르는 물로 나누고 연못, 작은 시냇물, 하천 등 다양한 형태로 연출하여 형성한다. 전통마을의 수로는 토지이용의 경계를 이루는 경관요소로서, 우수와 생활하수를 자연정화하는 장소로서, 또한 수계를 연계하는 요소로서 환경생태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환경친화적 단지에서는 이와 같은 자연적인 작은 하천을 유지하고, 부지 내에 작은 하천이 없을 경우, 수로를 조성하여 단지의 수공간을 연계하도록 한다. 또한 전통마을에서와 같이 외부공간의 중심요소, 미기후 조절, 우수와 생활하수의 정화지 등의 복합적 기능을 갖는 연못을 도입한다. 이와 같이, 수공간은 가능한 한 환경생태적으로 복합적인 기능을 갖도록 한다. 그밖에도 습지와 같이 환경생태적으로 의미가 큰 요소를 도입한다.

수공간과 녹지의 결합

전통마을의 수공간은 녹지와 어우러져 환경생태적으로 풍부한 공간을 이룬다. 연못의 주변에는 관목과 교목이 적절히 혼합, 식재되며 수로변에는 초목의 띠가 형성된다. 이러한 수공간과 녹지의 결합방식은 오늘날 오염물질의 정화, 토양침식의 방지, 야생동물의 서식지 제공을 목적으로 하천변에 설치되는 식생대인 VFS(Vegetable Filtering Strip)와도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수공간이 독립적으로 조성되는 것보다 녹지와 어우러짐으로써 생물의 다양성을 높이고 수자원을 정화하는 등 환경생태학적 측면에서 풍부한 공간이 조성된다.

현재 주거단지에 수공간을 도입하는 경우 수공간만을 조경요소로 도입하기도 하나,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에서는 수공간의 연변을 녹지의 띠로 구성함으로써 수공간과 녹지가 결합된 풍부한 공간을 조성하도록 한다.

6. 건물배치 계획

여기서는 주거동과 공공시설의 배치에 관한 지침을 제시한다. 전통마을에서는 주거동과 대응되는 공간단위가 없으나 전통마을의 주거지(부분)와 단위주거의 해석을 통하여 관련되는 계획지침을 제시할 수 있다.

일조와 통풍 고려

전통마을에서 주거지 배치의 기본 원리 중 하나는 '일조와 방풍'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녹지의 배치와 단위주거의 부속채 배치가 이러한 원리에 따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의 단지에서도 건물을 일조와 방풍을 고려하여 배치함으로써 에너지 사용 부하를 절감하고 단지 내의 환경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대의 일조를 위해서는 주거동의 일렬 배치보다 일부 겹침 배치가 유리하다. 최대의 통풍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일부 겹침 배치가 유리하다. 또한 주거동을 풍향과 45도가 되도록 배치하면 풍속을 50 ∼ 66%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3) 단지의 주진입로는 겨울철의 주풍방향과 직교되는 방향으로 냄으로써 도로의 풍속을 감소시킨다. <그림 5>는 북위 38도의 지역에서 여름철 주풍이 남풍, 겨울철의 주풍이 북서풍일 경우 최대의 일조(동짓날 4시간)와 통풍 그리고 방풍을 위한 배치의 한 예를 보여준다.

공용시설은 자연요소에 인접배치

전통마을에서 마을의 가장 중요한 공동시설인 정자(정자)는 대개 연못과 인접하여 배치된다. 따라서 주민들이 공동시설인 정자를 이용하면서 사회적인 접촉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연요소를 접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 주거단지에서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공시설 또는 공동시설을 배치할 때는 이러한 방법에 따라 연못 등 자연요소를 중심으로 배치하도록 한다.

필자는 일련의 선행 연구들을 통하여, 우리의 전통마을에서 자연환경, 자원, 에너지를 대하는 태도와 방법들로부터 환경친화적 계획개념과 계획요소를 도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전통마을에 내재한 환경친화적 계획원리와 요소들을 배치계획 단계에서 제시하여 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전통마을을 미시적으로 분석하여 도출한 환경친화적 계획요소와 방법은 현대 주거단지에 적용될 수 있는 유용한 지침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5> 최대의 일조와 통풍을 위한 주거동 배치

1) 기 발표된 연구로 '한필원, 전통마을의 환경생태학적 해석 -경북 김천시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을 대상으로 -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12권 7호(1996. 7.)'가 있다.
2) 이영무, 자원절약형 단지계획, 기문당, 1991, p.109
3) Olgyay, Victor, Design with Climate, 1963, p.100(이영무, 앞의 책, p.49에서 재인용)

 

출처 : http://ata.hannam.ac.kr/%7Ehpw/aaj/en-la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