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스럽다" …네티즌 비난 가열

2007. 9. 4. 20:31일반/생활일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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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자스럽다" …네티즌 비난 가열
[프레시안] 2007년 09월 02일(일) 오후 02:55   가| 이메일| 프린트
[초점]'공격적 선교' 논란 가중… "국민만 바보된 느낌"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2일 모두 귀국했지만, 각종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피랍자들에 대한 동정론보다는 비난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막대한 금액이 몸값으로 지불되었다는 소문에 이러한 비난 목소리는 더욱 격화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피랍자들의 입국 기자회견 때는 한 남성이 계란을 던지려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되는 등 실력행사도 일어나고 있다.
  
  피랍자들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끼친 걱정은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면서 "앞으로 국민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지만, 네티즌들은 피랍자 가족들과 일부 개신교 단체들의 태도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 거액 몸값 지불설로 격앙
  
  공동체에 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종교적인 내부논리에 매몰돼 피랍을 초래한 행위를 '순교를 각오한 행위'로 합리화하며, '자기책임 하에 또다시 활동하겠다'는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피랍자스럽다'는 신조어를 퍼뜨리고 있다. 이 신조어는 "곤경에서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하거나 기타 민폐를 끼치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 이라고 비꼬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탈레반 고위인사가 "우리는 한국정부로부터 20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며 "이 돈으로 우리는 무기를 더 구입하고, 통신망을 재정비하고, 더 많은 자살테러공격을 수행하기 위한 차량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는 영국의 <로이터 통신> 보도 이후 '몸값 지불' 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네티즌들의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정부에 대해 피랍자 측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인질들 때문에 한국이 테러지원국이 된 것 아니냐","이젠 한국인들은 납치 1순위가 될 것"이라는 등의 댓글을 올리면서 "정부가 피랍자 측에 몸값 등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랍사태를 초래한 유사한 행위가 재발되고, 대다수 국민은 세금만 바치는 바보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출비용 부담시켜라'는 네티즌 청원에 수만명 서명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청원 코너에 제기된 "아프칸 피랍자 구출비용 부담하라"는 내용의 청원에는 2일 오후 2시 현재 네티즌들의 서명이 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다른 청원들에 대한 서명 참가 규모는 통상 몇 백명이나 많아야 몇 천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 네티즌들의 비난 열기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가 피랍자 측에 행사하겠다는 구상권은 샘물교회 측이 부담 의사를 밝힌 피랍자 항공료 등 극히 일부에 국한될 전망이다. 구상권은 '남의 채무를 갚아 준 사람이 원채무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또는 다른 사람의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사용자나 국가가 배상할 경우 나중에 불법행위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납치된 자국민 구출에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한 선례나 판례가 없을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은 아프간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법적인 논란을 떠나서, 네티즌들과 피랍자 측의 대립은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앙을 공동체 도덕보다 앞세우는 일부 개신교 단체와 피랍자 가족들의 발언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주요 기독교계 선교책임자들 20여명이 모여 아프칸 피랍사태 사후대책에 대해 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정부가 탈레반과의 공식합의에서 아프간 내에서의 기독교 선교금지라는 조항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 우려한다"며 "한국교계는 향후 세계봉사연합기구를 설립하고 위기관리팀을 운영하여 모든 단기해외봉사팀의 위기적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위험지역에서의 선교활동을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봉사활동 형식의 선교에 논란…동영상 유포도
  
  협의회는 "봉사자가 피랍될 경우, 정부가 협상창구로 나서지 않고 세계봉사연합기구 내 위기관리기구가 전면에 나서 위기관리를 함으로써 기독교봉사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랍자의 한 어머니가 피랍 기간 도중 딸에게 보낸 자필편지 형식의 글도 네티즌들의 격앙된 반응을 불렀다.
  
  이 편지에는 "배형규 목사님과 심성민 형제가 흘린 피도 아프간 땅에 생명싹이 돋는 밀알로서 많은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는 벅찬 감격으로 다가왔다"라거나, 피랍자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는 한 피랍자 가족에게 "이 젊은이들이 얼마나 귀하고 자랑스러운데요. 가문의 영광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선택을 한 거예요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러한 태도는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가 지난달 12일 설교에서 "우리 성도들이 납치된 건 어쩌면 하나님의 계시일 수 있다" "아프간에 뿌려진 성도들의 피가 헛되지 않고, 언젠가는 복음의 열매를 맺을 것" "앞으로 3000여 명의 배형규가 나와야 한다. 선교가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한 인터넷 기독교 매체의 보도가 맞물려 '공격적 해외선교'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일부 네티즌들은 "말로는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이번 피랍자들이 어떤 식으로 선교활동을 했는지 보라"며 세계적인 UCC 사이트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 주소(http://www.youtube.com/watch?v=ocPVnI_veOM)를 퍼뜨리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예수를 영접하라" "예수님은 우리의 구세주" 등 한국말로 아프간 어린이들에게 반복해서 복창하게 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탈레반은 1일 발표한 성명애서 "이번 (한국인 피랍) 사태는 미국이 아프간 국민에게 자행하고 있는 야만적 행위에 대한 반작용이자 피랍됐던 23명의 한국인들이 아프간에서 행했던 기독교 선교작업이 원인이다"고 주장했다.

이승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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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