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8. 18:18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100일 기도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할가? / 법상스님
기도는 말 그대로 '비는 것'이다.
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루기를 원하는 것이고,
원하는 바가 크고 강할수록 우리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진다.
그러나 다른 말로 기도가 간절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게 바란다는 말이며
그 이면에는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움 또한 크게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기도의 의미가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데 있을까?
그렇지 않다.
수행자의 기도는 내가 바라는 바를 얻고자 함이 아니고,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그 결과에 휘두르지 않을 수 있는
강인한 내적인 수행력을 쌓는 데 있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이 비워지면
결과에 대한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며
그랬을 때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기도의 참의미가 아닐까?
기도를 하면서, 수행을 하면서 목표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집착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면 그건 벌써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도와 수행은 아무런 이유가 붙어서도 않되고
어떤 조건이나 거래의 마음이 붙어서도 않된다.
수행하고 기도하는 순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완전히 이룬 순간의 것이지, 기도를 했더니 이렇게 되더라거나
기도를 했는데 원하는대로 되지 않더라거나 그런 분별이 붙는다면
그것은 부처님이나 하느님과 거래를 하자는 것이지 참된 기도가 아니다
만약 기도만하면 다 이룰 수 있고 기도를 안하면 떨어지는
그런 부처님이나 신이 있다면 당장 그런 종교는 버려야 할 것이다.
부처님이나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
만약 기도만 하면 붙여주는 신이 있다면
기도는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
내기 며칠 동안 기도할 테니까 진급하게 해주시고,
합격하게 해주시고, 일 잘풀리게 해주시고,
그러면서 부처님이나 하느님과 장사를 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거기에 무슨 공덕이 있을까?
입시기도든, 진급기도든
그 기도의 목적은 합격이나 진급에 있지 않다.
다만 입시나 진급이라는 그 결과 앞에서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롭고 당당한 내 안의 중심을 잡는 데 있다.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그 결과에 당당하고 겸허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 공부를 하는 데 기도의 목적이 아닐까.
참되게 기도하고 정진하는 수행자라면, 인과를 믿고
신의 섭리를 믿는 종교인이라면 내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한만큼
온당한 결과를 받는 것이 당당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는 신도중에 언젠가 100일 기도가 끝났는데
진급에 떨어진 적이 있다.
가족에서 가장의 진급은 심각하게 다가오는 데도
그분은 훌훌 털어버리고 의연한 모습과 진지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에 나 자신 감사와 감동이 다가왔다.
신도님들께 수행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본보기가 되었다.
비우고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마음을 비우기 위한 기도,
그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의 중심과 평안을 가져오는 기도가 되어야한다.
어떤 사람을 보면 사업의 실패든 진급의 실패든
어떤 괴로운 일이 있어도 자기의 중심을 놓지 않고 아픔 속에서
잠시 주춤거릴 뿐 툭툭 털고 일어설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 힘의 원천은 비움에 있다.
'저 사람은 뭐든지 잘 할 것이다'가 아니라
그 길이 아닐 때는 바로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결과가 나쁘드라도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다.
오직 성공만을 바라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은
그런 믿음을 쉽게 발견할 수 없
아무리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미끄러지는 때가 있고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을 비워야하지 않는가?
이때는 비움이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기도할 때는 마땅히 기도만 할 일이
다만 합격이나 진급 등 어떤 목적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어떤 결과 앞에서라도 내안의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해 질 수 있도록,
조급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을 맑게 비울 수 있도록 비움의 기도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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