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피겨스케이팅 연기를 선보인 ‘피겨요정’ 김연아(17.군포 수리고). 김연아는 16일 새벽(한국시간) 2007-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
| |
|
|
이번 시즌 강화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채점 기준과 위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김연아(17.군포 수리고)의 뛰어난 정신력의 조화가 빚어낸 금메달이었다. 김연아는 2007-2008 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64.62점)과 프리스케이팅(132.21점)을 합쳐 총점 196.83점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 시니어 데뷔 무대에서 치른 첫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던 김연아는 두 시즌 연속 '왕중왕' 자리에 오르면
서 '피겨 요정'에서 당당히 '피겨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김연아에게 이번 금메달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점프 기술의 정교함과 정확성을 ISU 심판진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게 무엇보다 소중한 결과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199.52점을 받으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고,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아(동메달)에 앞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우위를 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ISU의 채점 강화 기준은 '정석 점프'로 단련된 김연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아사다는 올해 2차 그랑프리에서 러츠 점프에서 '잘못된 에지(Wrong edge)' 판정으로 잇달아 감점을 받으면서 추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러츠 점프의 경우 바깥쪽 에지를 사용해서 도약해야 하지만 아사다는 그동안 습관적으로 도약 순간에 안쪽 에지를 사용했던 것. 결국 점프에 대한 부담은 슬럼프로 이어졌고, 이번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의 트리플-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ISU 심판 교육에서 '모범 사례'로 꼽혔던 김연아의 점프 기술은 가산점까지 받으면서 강화된 채점 규정 하에서도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133.70점)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김연아의 위기 관리 능력도 한층 돋보였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부담스런 마지막 연기자로 나서 첫 번째 점프과제인 트리플-트리플 점프 콤비네이션에서 손을 짚는 실수를 범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무사히 연기를 마쳐 자신의 ?! 쳅?베스트 점수를 받아 냈다.
또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연기 초반 트리플 루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완벽한 마무리로 연기를 마치면서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제대로 발휘했다. 트리플 루프는 김연아가 지난 시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점프 기술이지만 올해 처음 시도해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계기를 마련해준 터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아사다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점프 콤비네이션을 실패한 뒤 급격히 무너지면서 이어지는 트리플 러츠를 시도 조차 못하는 등 정신력 싸움에서 김연아에게 크게 밀리고 말았다.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1위에 올랐지만 총점에서 김연아에게 무려 5.24점이나 뒤지는 점수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더구나 7개의 점프에서 3개의 점프가 감점을 받았다.
'교과서 점프'와 타고난 강심장으로 무장한 김연아의 힘찬 행보에 걸림돌로 다가설 적수는 당분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래는 이번 대회의 러시아 방송 버전 동영상. 아래쪽엔 프로그램 순서대로 정리된 연기 내용이다.
01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02 트리플 룹 03 플라잉 싯스핀 04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05 스파이럴 시퀀스 06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07 플라잉 체인지풋 컴비네이션 스핀 08 트리플 러츠 09 트리플 살코 10 체인지 싯스핀 11 직선 스텝 시퀀스 12 더블 악셀 13 체인지 스핀 컴비네이션
- 롱 프로그램 첫 번째 순서였던 아사다 마오도 훌륭했다. 예상했던 대로 SP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과감하게 펼쳤다. 트리플 악셀과 3단 콤비 점프까지, 아사다 마오의 이름값이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투풋 랜딩으로 트리플 악셀에서 감점, 플러츠를 버리지 못한 러츠 점프에서 또 감점. 아사다 마오가 노미스로 프로그램을 마쳤지만, 그녀가 김연아를 뛰어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만일 김연아가 트리플 룹에서 넘어지지 않았으면 총점 200점을 넘겼을테니, 아사다 마오가 억울할 일은 전혀 없다. 그것은 프로토콜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Japan version, interview
'역시 김연아'. 일본도 감탄.
김연아(17)의 피겨스케이팅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에 대해 일본 언론도 일제히 관심과 찬사를 보냈다. <닛칸스포츠>와 <산케이스포츠>는 김연아의 우승이 확정된 직후인 16일 아침 일제히 인터넷판 톱기사로 김연아의 우승과 아사다 마오의 준우승 소식을 타전했다.
두 신문은 쇼트프로그램에서 참가자 6명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프리스케이팅 연기 1위로 종합 2위로 올라선 아사다의 소식을 위주로 전했지만 김연아가 종합 1위로 그랑프리 파이널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는 대목을 빠뜨리지 않았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1위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서도 안정된 실력으로 종합 점수 196.83을 기록해 아사다(191.59)를 따돌렸다.
일본 언론들은 쇼트프로그램 결과가 나온 다음부터 김연아의 우승을 예견하듯 찬사를 보내며 평정심을 잃고 연속 3회전 점프 시도 중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아사다와 대조했다.
<스포츠닛폰>은 '과연 김연아'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김연아가 연속 점프에서 실수를 범했지만 발군의 표현력으로 쇼트프로그램 2007년 세계 최고점수를 얻었다'라고 보도했다.
<스포츠호치> 역시 "나만의 연기에 집중했다"란 김연아의 코멘트를 전하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무너지지 않은 정신력이 돋보였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신문은 김연아를 두고 '한국의 국민 아이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