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인도 여행기 8 / 가얏고
2008. 7. 17. 14:08ㆍ일반/생활일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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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여행 8일째
한국에 있었으면 입춘이다.
아직도 인도에서는 한여름 속을 다니고 있다.
이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인도 여행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미답지를 찾아갔다.
핑크 도시 ‘자이푸르’로 가는 길에서 조금 벗어나
5C경 굽타 왕조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막의 입구에 버려져 있는 아바네리의 옛 고성을 찾아갔다.
역시 안개가 자욱한 아침
끝도 없이 펼쳐진 유채밭을 보며 약 3시간을 달려갔다.
‘아바네리’란 지명은
아바(즐거움) +나가리(동네)라는 뜻인데
성주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단다.
폐허가 되어, 버려져 있는 성곽 안으로 들어서니
참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국내에서 유적답사를 다닐 때도
현존하고 있는 무슨 유명한 사찰 보다는
다 허물어지고 흔적만 남아있는 무슨 사지(寺地)를 답사할 때가
훨씬 은밀한 아름다움과 상상의 여운이 있어 좋았던 것처럼
녹이 슨 빗장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의 설렘을
아무도 몰랐으리라~!
떨어져 나온 기둥이며, 여러 가지 문양들을
언젠가 유명한 유적지가 되어 전시할 날을 위해
따로 보관하는 곳이 있었다.
단순함을 기본으로 삼는다는 굽타 왕조의 문양들이라 생각하며
유심히 차이점을 발견해보려고 노력했다.
우아한 곡선의 형태, 풍부한 장식성,
넘치는 리듬감으로 특징지어지는 이러한 문양들은
아바네리 조각군의 빼어난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면서도, 아주 편안함을 주는 이런 곡선미의 절정은
바로 사르나트에서 보여준 <전법륜부처상>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촬영할 수 없어
물간타쿠티 사원에 있는 모조상으로 보여주었던 그 부처상~!
(기행문 3번을 참고하시길)
버려진 지 천 년의 세월은 족히 견디고도 남았을 성곽은
아직도 그 모양새를 선명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성의 재료가 되는 돌들은 거의
인도 어디에서나 붉은 색 사암이다.
이번에 한국에서부터 우리를 따라 온 가이드는
알고 보니, 현지 여행사 사장이었다.
우리 일행과 함께 인도에 온 두 가지 목적
첫째는 인도 여행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아
그 구체적인 사항을 몸소 시찰하러 온 것과
둘째는 새로운 여행지 하나를 개척하기 위해 왔는데
바로 그곳이 아바네리였다.
따라서 아마도 한국인으로서는 우리 일행이
최초로 아바네리의 이 버려진 성곽에 발을 디딘 것이라 하니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이곳은 물이 귀한 사막 입구의 지대라 그런지
성 안에 거대한 물 저장고가 있었다.
이 끝없이 이어진 질서정연한 돌계단 아래쪽에
깊이를 모를 오래된 물이 고여 있었는데...
달빛 밝은 날~!
전망대에 앉아서 내려다보면
달빛에 비친 셀 수 없는 돌계단들이
천 마리의 학이 날개를 모으고 가지런히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이곳에 있는 유일한 호텔의 사장님이 얘기를 한다.
달빛 비치는 날, 앉아 있고 싶었지만
타즈마할에도 다시 못 가본 여정이니 어쩌랴~!
끝없는 계단의 아래쪽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오래 전에 주인을 잃은 고성에는
갈가마귀떼들이 터전을 잡아, 더러
사람의 인기척에 놀랐는지
하늘이 새까맣게 몰려 날아오르고는 했다.
생명감 잃은 성곽 주변에
그나마 생명이 있는 것들이니
한 폭의 그림인양 모습이 이국적이었고
문득 - El condor Pasa란
남미(南美)의 진혼곡이 떠올랐다.
혹시 조류학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 사진의 새들이 갈가마귀가 맞는지 자세히 봐주시고
인도에도 갈가마귀가 텃새인지도 가르쳐주시길...
성 안에 있는 이 비밀통로는
자꾸 꺾여지면서도 지하로 약 30Km를 도망갈 수 있는 통로라 하니
솔가지 횃불 들고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호기심 억누르고 참았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에서도 그랬었지만
저런 통로로 들어가면 어디엔가
과거로 돌아가는 신비한 마술의 문이 있을 것만 같다.
얼굴이 다 파손되어 잘 보이지 않는 이 조각상은
만지고 쓰다듬기만 하면 엄청난 재물운이 따른다는
그런 속설 때문에 이런 모습으로 남았다.
그래도 재물에는 모두 혹해서
우리 일행들 모두 쓰다듬고, 끌어안고
또 사진도 찍고 야단들을 쳤다.
사진으로나마 쓰다듬고 모두들 부자 되시길...()-
아쉬운 발걸음으로 빗장을 다시 걸고 돌아나오니
바로 건너편에 떨어져 나온 돌조각을 쌓아서 만든
조그만 힌두 사원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모셔져 있는 신이다.
그런데, 이 신의 얼굴이 보는 각도에 따라
무섭게도 보였다가, 화나는 모습으로도 보였는데
내 사진에서는 이상하게 웃고 있다.
힌두 사원 앞을 지키는 시바 링거(남근석)
힌두 사원 앞에서 단체로 잠시 기도를 올리고
이 사막 입구의 마을 아바네리의 두 번째 스페샬 코스
낙타 사파리를 하기 위해 약 1Km 길을 걸어갔다.
이 조그만 마을은 불가촉천민의 집단촌인데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순박해 보였다.
밝은 얼굴로 인사도 잘 하고, 가끔 어린 아이들이
머리를 감는 시늉을 하면서 손 벌리는 것을 보고
외국인들이 와서 1회용 샴푸를 주고 갔던 모양이라고 해석했다.
지붕에 널어 말리는 소똥은
잘 말리면 훌륭한 땔감이 된다.
마을의 낙타들이 모두 예쁘게 치장을 하고 우리를 기다렸다.
둘씩 짝을 지어 낙타에 올라탔다.
아직 제대로 된 코스로 잡지 못한 채
맨 앞에 가는 낙타들을 따라서 그냥 동네 한 바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세상에...한 50분 탔을까?
모두들 엉덩이가 까져서 그날 밤
방마다 약 빌리러 다닌다고 난리가 났었다.
말 타는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이며 타야 하는데, 모두들
떨어질까 무서워서
낙타의 등짝만 움켜쥐고 있었으니...
외지인들을 거의 보지 못한 동네 아이들이
아니 어른들까지 모두 몰려서 난리가 났다.
표정들이 어찌나 밝고 신선한지...
용기 있는 아이들은 쫓아와서 악수도 하고
<나마스떼>만 연발한다.
영어는 인사말 정도만 할 줄 알아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면서도
각자의 언어로 떠들면서 즐거워했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한 언어는 바디랭귀지
손짓, 몸짓, 얼굴 표정으로 대충 통했다.
마을 사람들과 헤어져, 점심이 준비된 호텔로
또 입에 맞지도 않는 식사를 위해 갔다.
호텔에 있는 특이한 화장실 표시
어느 호텔이든지, 화장실 한 구석엔 이렇게
인도 현지인들을 위한 배려가 있다.
휴지 쓰지 않는 사람들은
볼일 본 후에 물로 씻으라고 마련해 둔 바가지는
인도의 어느 호텔없이 꼭 같이 요렇게 생겼다. ㅎㅎ
점심 후 우리는 다시 핑크 시티 자이푸르로 이동을 시작했다.
1.El Condor pasa / 팬플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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