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 나순옥
2008. 9. 20. 13:3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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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나순옥
전생과 내생 사이 잠시 쉬다 가는 곳 사시사철 목 축여 줄 물줄기로나 흐르다
그 근원 끊어진대도 노래하며 찾아든다면
여기는 어느 간이역일까. 기차에서 내려서면 배롱나무 진분홍 꽃 이파리가 하늘 거리며 달려 나오는 곳. 뚱딴지나 삼국화 노란 꽃이파리가 환한 웃음으로 팔 벌 려 가슴 내려주는 곳. 밀양이나 압록 아니면 도경리여도 좋겠다.
여기는 금생의 내가 잠시 내렸다 가는 간이역. 부디 만나는 낯선 얼굴들이 그냥 말붙여도 좋을 것 같은 순한 사람들이면 좋겠다. 주름 많은 얼굴에 흰 머릿수건 을 인 할머니는 다 알아들으면서도 자꾸 "뭐라고?, 뭐라고?" 부러 가는 귀먹은 체하며 칠이 다 벗겨진 나무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신다. 다 알아도 모른 척, 맘에 들지 않아도 낯빛을 바꾸지 않는 무던한 사람들. 이름 도 희미해진 간이역에서 만나는 얼굴들은 나이 지긋하여 노래 한 자락 청하면 선뜻 불러주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글 - 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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