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다의 슬픔
한편 아난다 존자는 세존이 말씀하시는 동안에도 슬픔을 참지
못한 채, 슬며시 정사(精舍) 안에 몸을 숨기고,
"아! 나는 배워야 할 것, 이루어야 할 것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런데 저 자애로움이 깊으신 큰 스승님께서는 나를 두고
가시려 하다니"라며, 문고리를 부여잡고 소리를 죽여 가면서
울었다.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가 곁에 없는 것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비구들아!
아난다 존자가 보이지 않는데, 어디 갔느냐?"
어떤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서 입멸하시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참지
못하여 정사에 들어가, 문고리를 부여잡고 '
아! 나는 배워야 할 것, 이루어야 할 것이 아직 많이 있는데, 저
자애로움이 깊으신 큰 스승님께서는 나를 두고 가시려 하다니'
라며 울고 있사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 비구여! 너는 아난다가 있는 곳으로 가 '그대, 아난다여!
큰 스승님께서 그대를 부른다'고 전하여라."
"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그 비구는 대답하고, 곧 아난다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아난다여! 큰 스승님께서 자네를 부르시네."
그러자 아난다 존자도 "알았네, 벗이여!"라고 대답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세존의 처소로 갔다.
그리고 세존께 절을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아난다 존자가 한쪽에 앉으니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다음
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너는 나의 입멸을 한탄하거나 슬퍼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난다여!
너에게 항상 말하지 않았더냐?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일지라도 마침내는 달라지는
상태, 별리(別離)의 상태, 변화의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아난다여!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무너져 가는 것, 그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하여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만류해도,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것이니라.
아난다여! 너는 참으로 오랜 동안 사려 있는 행동으로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심으로 시봉하였
느니라.
너는 또한 사려 있는 말과 사려 있는 배려로써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 피우지 않으면서 일심으로 시봉하였다.
아난다여! 너는 많은 복덕을 지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에 수행에 노력하여 빨리
번뇌 없는 경지에 도달함이 좋으리라."
다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던 수많은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에게도 지금 나의
아난다처럼 수승한 시자(侍者)가 있었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출현할 수많은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 여래들도 나의 아난다처럼 훌륭한 시자가 있을 것이니라.
이렇게 비구들이여!
여래에게는 항상 훌륭한 시자가 있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아난다 존자는 지혜가 있어 그 스스로
'지금은 비구들이 여래를 만나기에 좋은 때',
'지금은 재가신자, 여성 재가신자, 왕후, 신하, 다른 종교인들,
그 제자들이 여래를 만나기 좋은 때'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는 특별히 네 가지 훌륭하고 뛰어난 점이 있느니라.
그 네 가지 장점이란 무엇이겠느냐?
비구들이여!
비구다운 이들이 아난다를 만나고자 한다.
이 사람은 단지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아난다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비구니다운 이, 재가신자다운 이, 여성 재가신자다운 이도
아난다를 만나려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단지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
하는데, 아난다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전륜성왕에게도 마찬가지로 네 가지 특별히 훌륭
한 장점이 있느니라.
그 네 가지 장점이란 무엇이겠는가?
비구들이여! 왕족 혹은 바라문, 자산가, 사문들이 전륜성왕을
만나러 오느니라.
그때 그들은 왕을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혹 왕이 무엇을 말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
하느니라.
그러나 비구들이여! 반대로 왕이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한 점, 남달리 뛰어난 장점이
있느니라.
즉 비구들이여!
비구와 비구니, 재가신자와 여성 재가신자들이 아난다를 만나러
온다.
들은 동일하게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하는데, 아난다
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이 흡족해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는 이상과 같은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하고 남달리 뛰어
난 장점이 있느니라."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다음
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이렇게 쿠시나가라처럼 작은 마을, 외진 시골
에서 열반에 드시려는 것은 그만두시옵소서.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이 아니더라도 찬파나, 라자가하, 사바티,
사케타, 코삼비, 바라나시 등과 같은 큰 마을이 몇 군데나 있지
않사옵니까?
세존이시여!
이런 큰 마을에서 열반에 드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런 큰 마을에는 왕족의 대집회장과 바라문의 대집회장, 자산
가의 대집회장 등이 있으며, 뿐만 아니라 여래께 깊은 숭경
(崇敬)의 생각을 품고 있는 이도 많이 있으므로 여래의 사리
(遺骨) 공양도 정성을 다하지 않겠사옵니까?"
"아난다여!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이 쿠시나가라를 작은 마을, 외진 시골
마을'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은 쿠시나가라가 이처럼 작은 마을이지만 옛적에는 그렇지
않았느니라.
- 열반경(涅槃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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