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를 먹다가 / 박선희

2009. 4. 11. 10: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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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사과를 먹다가 / 박선희
  
      풋사과를 먹다가 혀를 깨물었다 순간, 혀끝에 사과꽃이 얼얼하게 만개하는 것을 느꼈다 풋사과 한 알에 함부로 마음을 빼앗겼던 罰이다 혀가 있는 줄도 몰랐던 허튼 시간까지 꽉, 깨물렸다 시간의 살점도 얼얼하다 많이 아파야 돌아본다는 거 그게 통증이라는 거 마른침을 삼키며 깨닫는다 꿀꺽 하는 순간 내 몸 속 먼길 가버린 풋사과처럼 아픔도 꿀꺽 삼키면 먼길 가 버릴까 사과나무 한 그루에 풋내 나는 내 가여운 虛가 깨물렸다 -시집<여섯째 손가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