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구나, 아들아 !

2009. 5. 11. 11:05일반/생활일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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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구나, 아들아 !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오늘도 하루해가 저무는구나 ....

먼산 저곳에는 너희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구나!

이제 나도 짐을 놓고 떠날때가 된것 같다...

아들아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