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부작 일일불식(日日不作 日日不食)

2009. 5. 18. 09:1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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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부작 일일불식(日日不作 日日不食)

 

고려국의 공민왕의 왕사이신 나옹스님에게는 누이가 하나 있어서

어쩌다가 스님 계신 절에 몸을 의탁합니다

 

스님께서는 중국에 다녀오시면서 고려의 법을 높이 드날릴만큼

훌륭한 스님이신데, 누이는 성품이 괴퍅하여 절에 살면서

스님의 뒤만 믿고 잣세만하고 대중의 화합을 깨뜨리며

사중의 일은 손톱만큼도 도울줄 모릅니다

 

자연히 대중들의 입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나게 되고 마침내

스님의 귀에 그 이야기가 들어가니 스님은 누이를 불러서 말하기를

 

"절에 와서 사는 일은  탐진치 삼독에 젖은 몸과 마음을 닦아

정토에 나는 수행과 깨달음을 얻는 것인데 누이는 절에 와서

밥만 축내고 대중들의 화합하는 분위기도 망치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디 내가 얼굴을 들겠습니까" 하고 말하니

 

누이는 아주 당연한듯이

"스님이 이미 훌륭한 도인이신데 내가 무슨 노력을 한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저 우리 스님의  누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정토에 나는 업은 이미 닦은 것이니 더 이상 내게 말하지 마세요" 합니다

 

스님은 말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공양간에 일러서

누이가 오면 절대로 밥을 주지 말도록 이야기 해둡니다

 

때가 되어 공양간에 간 누이는 나옹 스님의 신신 당부 아래

모르쇠로 일관하는 후원 사람들에게 쌀알 한톨 얻어 먹지 못하고

공복으로 방에 돌아가게 되니 누이는 속으로 열불이 나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여전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누이는

더이상 참을수 없다 싶어서 스님을 찾아

왜 자신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 것인가 따집니다

 

스님은 웃으면서

"나는 내가 먹으면 누이도 배부른줄 알았는데 아니던가요" 하니

 

누이는 "아니 스님 그런 법도와 이치가 어디 있습니까"

이에 스님은

"먼저 내가 누이에게 '마음을 닦고 염불을 하며 기도를 하라하니 누이는

내게 이미 도인 스님이 계신데 내가 왜 그렇게 어려운 수행을 해야 하는가'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처럼 내가 수행한 공덕으로 누이가 극락에 갈수 있는 힘이 있으니

그럼 내가 밥을 먹으면 누이에게는 배 정도는 불러야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누이는 다음 날부터 행실을 달리하여 도량의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보살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절에 살며 밥 값은 하며 살아야 하는데 무위도식으로 일관하면서

남들과 시시비비만 일삼는 사람 즉 열반당 도깨비들에게는 귀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습니다

 

선원 청규를 지으셔서 노동과 선을 함께 닦는 것으로 시주의 은혜를 받지

아니하고  자급 자족함을 선원의 가풍으로 삼은 백장 스님도 그러셨다지요

 

구십여세가 넘어서도 후학을 지도하시는 틈틈이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서

작물을 돌보시며 애쓰시는 스님을 좀 쉬시게 해드리고 싶은 제자들이 어느 날

스님의 호미를 감추어 버립니다. 호미가 없으시면 밭에 안나가실테니 말입니다

 

정말로 스님은 호미가 없자 그날로 밭에 나가시는 것을 쉬셨으니

제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옳았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그날 사시 공양에 백장 스님은 참석을 하지 않으시니

제자들이 몸이 불편하시지 않은가 여쭈어 보자 스님은

 

"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일세 (一日不作이면 一日不食일세)" 하고 답하십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를 먹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다

 다음 날 제자들은 하는수 없이 스님의 호미를 가져다 드렸고

스님은 그날 공양에 참례하셨다고 전합니다

 

오늘은 사월 보름이었는데 절에 오신 보살님들께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구십 상수를 하시더라도 마음이 살아 있으면 그분의 인생은 언제나 청춘이요

삼사십을 먹었어도  마음이 죽어 노력이 없으면 그 사람은 노인과 다름 없으니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하여 영원한 청춘으로 살아가자 하였습니다

 

스님과 불자로 가장으로 주부로 직장인으로 자식으로 학생으로서

밥값을 제대로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 송암사람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