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3. 11:3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석굴암대불/유치환
목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
천년을 차거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먼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없이 지새는 흰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라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적적히 눈감고 가부좌하였노니.
돌아가는 길/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우담바라 / 임영조
청계사 극락보전 삼신불 앞에
낯선 새떼들 왁자지껄 붐빈다
네가 곧 부처다
네 마음이 절이다
아무리 일어줘도 못 알아들으니
답답하신 부처는 문뜩 우담봐라!
스스로 이마 찢고 꽃을 피웠다
앞뜰 냉이 꽃다지도 덩달아 피고
저 아래 마을에선 입이 싼
풀잠자리 웃음소리 자지러지고
오늘도 무사히 봄날은 간다.
불국사(佛國寺)/박목월
흰달빛
자하문(紫霞門)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大雄殿)
큰보살
바람소리
솔소리
범영루(泛影樓)
뜬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달빛
자하문
바람소리 물소리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석굴암(石窟庵) /김상옥
오줏이 연좌(蓮坐)우에 발돋움하고 서서
속눈섶 조으는듯 동해를 굽어 보고
그 무슨 연유(緣由) 깊은 일 하마 말씀 하실까
몸짓만 사리어도 흔들리는 구슬소리
옷자락 겹친 속에 살ㅅ결이 꾀비치고
도도록 내민 젖가슴 숨도 고이 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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