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 연석회의 창립선언식 전 묵념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촛불시민 자발적 네트워크 형성 주목
촛불 시민 단체들이 ‘촛불시민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라는 이름의 상시 의결 및 활동 기구를 꾸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촛불 시위가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시기에 기존에 시민운동을 주도하던 주류 시민단체들이 아닌 촛불 시민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연석회의는 24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촛불시민연석회의 창립선언식’을 열고 공식 활동선언을 했습니다. 연석 회의는 안티 이명박 카페, 진실을 알리는 시민모임,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지난 해 촛불 운동을 주도했던 누리꾼 및 시민단체들이 모여 구성됐습니다. 현재까지 17개 촛불단체들이 참여해 연석회의 창립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참여하는 촛불 단체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촛불시민연석회의 창립 선언식 소식을 짧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헌법제1조>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시작한 선언식은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제도권 정당 관계자들과 진보연대, 동아투위 등 시민단체 대표들과 구속됐다 풀려난 안티이명박 카페 부대표 백은종씨 등 촛불시민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촛불연석회의 “이명박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
연석회는 왜 만들어진 것일까요. 연석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항해 나가는 활동을 주로 전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석회의는 24일 ‘촛불시민연석회의 창립선언식’을 갖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고, 가진 자들과 소수 선택된 자들만의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며 “촛불의 힘으로 야만적인 이명박 정권에 전면 대항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촛불연석회의 창립 일자를 24일로 잡은 것은 지난 1년 동안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독주와 실정을 반복한 이명박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석회의 출범은 지난 해 12월부터 ‘연석회의 준비모임’을 꾸려 총 5차례 회의를 갖고 준비돼 왔습니다. 그간 뿔뿔이 흩어져 개별적으로 활동해온 촛불시민들을 규합하려는 노력이 있어왔는데 그것이 결실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연석회의는 “기존 촛불시민들이 따로 활동해 효율적인 활동을 벌이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고 긴급한 사회적 의제가 생겼을 때 힘을 모으기 위한 촛불시민 연석회의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주류 시민운동 내에서 영향력 확대될까
그러나 연석회의 출범에는 기존의 촛불운동을 주도해왔던 주류 시민단체들에 소외감을 느껴왔던 일반 촛불시민들이 촛불운동 진영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의지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석회의의 한 관계자는 “그간 ‘광우병 대책회의’와 ‘용산 대책위’ 등에 참여했던 일반 촛불시민 단체들이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 왔는데 이번 연석회의 출범을 계기로 동등한 주체로 대접받을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석회의는 각 단체 및 시민들의 공동대표 의결기구로서 존재하고, 운영위원회가 실무를 맡아 상시적인 활동을 합니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주로 반민생적인 정부 정책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고, 용산참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특별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17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는 연행자들의 벌금문제 해결과 법률 지원과 부상자 치료비 모금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석회의의 본격적인 활동은 각 단체들을 좀 더 규합하고 내부 체계를 다듬어 3월 중순 이후 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모아져 출범한 촛불시민연석회의가 앞으로 기존 시민운동 진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촛불시민들의 힘을 얼마나 모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25일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되는 날입니다.
<안티이명박 카페 부대표 초심씨가 인사를 하고 있다>
<촛불시민단체 회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촛불시민연석회의 창립 선언문
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며,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고 그 정신을 존중한다.
우리는 이 땅에 나라를 세운 이후 수많은 외세의 억압과 침탈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지켜왔으며 수많은 폭정에도 포기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완성했다. 이는 우리 민족자존의 근거이며 세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을 자부심이다.
이는 단순한 열망만이 아닌 수많은 선열들의 피와 죽음,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멀리는 3.1운동과 4.19 혁명, 가까이는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화 항쟁까지, 고귀한 피 흐르지 않은 때 없었으며 거룩한 죽음 놓이지 않은 곳 없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지금껏 지켜온 공통의 가치와 우리 국민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가꾸며 더욱 굳건히 완성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것이 역사로부터 부여받은 우리 모두의 소명이며 지금 이 자리에 살아 있는 대한민국 구성원의 책무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과제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물려받고 이룩해 온 민주주의와 소중한 가치들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국민들로부터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정권을 마치 자신들의 사유물인 양 휘두르며, 역사를 거스르고 헌법을 유린하며 생명을 멸시하고 있다. 나아가 정권을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야만과 파렴치로 무장하고 용산대참사와 같은 온갖 폭압을 자행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불의를 위해 의를 누르고 그른 것을 위해 옳은 것을 가리며 왜곡을 위해 바름을 망가뜨린다. 강자를 위해 약자를 밟고 가진 자를 위해 없는 자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중략)
대운하 반대,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민생문제, 조중동에 맞서 참 언론을 되찾기 위한 진실을 알리는 시민 캠페인, 뉴라이트에 맞선 역사바로세우기,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운동 등 계층과 부문, 지역에서 꾸준하게 민주 민생의 제권리 확보를 위하여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온 촛불 단체 및 시민들은 이러한 엄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을 연초부터 치열하게 전개해 왔다.
그 결과 우리들의 의지를 한데 모아 선배 열사들의 선혈로 지켜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항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제 정당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맞서고 있는 전 세계 민주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활동하게 될 촛불연합조직 건설의 필요성을 다함께 동감하였다.
그 결과 희생과 평화의 상징이며 저항의 표상인 촛불의 정신을 드높이기 위하여 ‘촛불시민 연석회의’를 창립하기로 결의하였다.
‘촛불 시민 연석회의’는 불의에 맞서 의를 세우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것이며 민주시민의 권리로써 독재에 맞설 것이다. 개발이란 논리 앞에 존엄한 인간의 가치를 놓을 것이며 압제로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권력의 폭압보다 자유를 향한 국민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오늘, 촛불들의 단결된 힘으로 불의하고 야만적인 이명박 정권에 전면 대항해 나갈 것을 엄중히 선언한다.
(중략)
2009년 2월 24일 촛불시민연석회의 참가자 일동
명동 성당 앞에 있는 ‘개념 촛불가게’ 무료 홍보
#뽀너스
촛불시민연석회의 출범식이 열린 프레스센터 19층 바로 위 20층에서는 조갑제씨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참 절묘하게도 겹쳤더군요. 출범식이 열리던 도중, 프레스센터 복도에서 보수단체 시민들과 촛불시민들간 몸싸움이 강하게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보수단체에서 오신 분들은 촛불시민들을 "빨갱이"라고 부르고, 촛불시민들은 보수단체 시민들에게 "수구꼴통"이라고 서로 비난하다 싸움이 붙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