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같은 이라야 알 수 있다/지한선사

2009. 9. 13. 23:0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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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주(醴州) 협산(夾山) 선회(善會) 선사가 처음에 선자(船子,華亭) 화상을 참문했을 때,

    선자가 묻기를, ···

      『대덕은 어느 절에 사는가?』
      『비슷하면 살지 않고, 살면 비슷하지 않습니다.』
     이에 선자가 다시 묻기를,···
      『그대가 '비슷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 비슷하지 않다는 게 뭔가?』
      『이는 <목전의 법>이 아닙니다.』
      『어디서 배웠는가?』
      『눈과 귀로는 미칠 바가 아닙니다.』

     이에 선자가 말하기를, ···
      『한 구절의 꼭 맞는 말이 만겁에 당나귀를 매어두는 말뚝이니라.

    천 자의 실을 드리우는 것은 깊은 못에 뜻이 있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세 치 갈고리를 떠나서 말하지 않는가?』 하였다.

     

    이에 선사가 입을 열려고 망설이는 것을, 선자가 삿대로 떠밀어서 물에 빠뜨려버렸다.

    선사가 물에서 나오려고 하니, 선자가 다시 말하기를,
      『말하라, 말하라!』 하매, 선사가 다시 입을 열려고 망설이거늘, 선자가 또 때리니,

    선사가 이에 크게 깨닫고는 고개를 세 차례 끄덕였다.
     이에 선자가 말하기를, ···
      『낚싯대 끝의 줄은 그대 마음대로 희롱하라마는 <맑은 물결 범하지 않는 뜻>은

    저절로 뚜렷하니라.』 하니, 선사가 묻기를,
      『줄을 버리고 낚시도 던지시니, 스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실을 드리워 맑은 물에 띄우는 것은 <있고 없음의 뜻을 정하려는 것>이다.

    속히 말하라, 속히 말하라!』 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
      『말이 비록 현묘함을 띄었으나 길이 없고, 혀끝으로 이야기를 하나 말함이 아닙니다.』

    하니, 선자가 말하기를,
      『강물을 죄다 누비면서 낚다(釣)가 오늘에야 비로소 금 비늘(金鱗)을 만났도다』하매,

    선사가 귀를 가리거늘, 선자가 말하기를, ···
      『그렇니라, 그렇니라!』하였다.

     

     

                    한 어린이가 두 손아귀 가득히 풀잎을 들고 와서
         이게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어린이가 모르듯 나도 모르는 것을,···

                  이제 그 어린아이의 물음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 · · · · ·

                    쉿! 입만 뻥끗해도 천리 밖이다.


                    묘한 종지(宗旨)는 재빠른 것이어서
         말로 설명하려 하면 벌써 늦는다.

                    잠시 '말'을 따라 알려고 하면
         곧 '신령스런 기틀'을 미혹한다.


             눈썹을 끄덕여서 물음을 대신하고
         마주 서서 빙그레 웃으니,
         이 무슨 경계이던가?
         '도'가 같은 이라야 알 수 있다.


         

                           ― 지한 선사(智閑 禪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