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에게 탁발하다
서암스님께서는 쉽게 탁발을 하시곤 했다.
준수한 용모와 수행력에서 우러나는 위엄과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염불소리를
갖추신 까닭이었다.
50년대 그 어려운 시절에는
거지가 그리도 많았다고 한다.
하루는 스님이 탁발을 다니시는데
거지들이 줄줄이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스님. 사람들이 스님에게는
돈과 음식을 잘 주면서도
우리 거지들에게는 잘 주지 않으니
스님이 탁발하시면
우리에게 좀 나누어 주시오."
스님이 가시던 길을 돌아보시며
"그대들도 복을 좀 짓지 않겠나?"
하시면 오히려 거지들에게 빈 발우를 들이미셨다.
"아니, 우리 같은 거지들에게
얻을 게 뭐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오?"
"귀한 것을 구하는 것이 나이네.
뭐라도 좋으니 조그마한 복이라도 지으시게."
"우리에게 먹다 남은 부스러기 과자가 있으니
이것도 괜찮겠습니까?" 하며 내놓았다.
스님은 "좋구 말구" 하시며
그들이 내미는 때묻은 과자를
너무나도 맛있게 드시었다.
"별 이상한 스님을 다 봤구먼.
그나저나 평생 처음 남에게 베푸는 일을 해 봤네.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구먼."
하고 좋아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서암스님의 '소리없는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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