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峨嵯山) 예찬(禮讚) / 유당 남도영
오늘은 며칠간 내린 비가 그친 휴일이라 뒷산에 올라 보았다.
아차산은 산이 높지 않아 서서히 오르면 산책하듯 편하고 좋다.
영화사 쪽으로 오르다보면 솔바람소리가
도시의 소음으로 마비된 귀를 씻어주고,
아카시아 향기 따라 조금 더 오르면 까치 뻐꾸기 꿩 잡새 등의
활기찬 '구애(求愛)'
의 노래를 들으면서 힘든 줄 모르고 중턱에 오른다.
어린 시절 꼴망태 메고 앞산으로 소풀 뜯기고 솔방울 따면서 듣던
추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비에 씻겨 청명(淸明)해진 소나무 사이로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밟고 오르다
보면 그동안 땅속의 기운과 섞여서 숙성된 발효사료같은
향긋한 낙엽냄새가 코를 적당히 즐겁게 한다.
그동안 도시에서 들여 마셨던 찌꺼기들을 정수기의 필터처럼
걸러주어 피곤해진세포들을 보우링하듯 활발발하게 해준다.
정상에 오르면 남북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덕소를 지나 도도하게 흘러오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 풍경은 서울의 '3대 명풍경'이란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면 태양과 한강물이 어울려
수화기제(水火旣濟)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는 느낌이다.
한강물이 내 가슴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아
온 몸이 확 트이는 통쾌함 !
그런 한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전쟁터에서 승리한 전사가
기쁨을 안고 당당하게 활개치며 귀향하는 듯하다.
한강은 이렇게 유유자적하게 어머니 품에 안기듯
인천 앞바다로 모여 화동(和同)
하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걱정하며 살고 있는가 !
정상에서의 또 한 가지 장관은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서울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면서 삼각산 도봉산 봉우리를 걸치는
석양의 노을이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 소원을 빌어보고 싶어지는
우주의 신비를 느낀다.
이웃 용마산과 함께 아차산은 참회하는 '기도터'로도 명당이라 하겠다.
또한 정상에 자리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어린 아차산성을 지나
긴고랑을 따라 내려오면 두 시간의 행보에 젖은 땀으로
적당히 긴장이 풀린다.
이때에는 참새 방앗간처럼 자주 들리는 곳이 있다.
솔바람 소리 들으면서 소나무 아래 걸터앉아
'마늘쫑'을 고추장에 찍어 한잔 들이키는 막걸리 맛이란 . . .
그래서 이곳 아차산은 스트레스와 공해에 찌든 서울 시민들에게
심신을 걸러주는 곳이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귀중한 명소가 되어
주말이면 많은 시민이 찾아든다.
가까운 가족 친지와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동서울의 보고(寶庫) !
아차산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