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 19:1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왜 불교여야 하는가
우리는 많고 많은 종교 중에서 불교를 종교로 택해서 믿고 있다.
자기가 믿는 종교가 가장 좋은 종교라는 것이 절대적 믿음, 신념 체계이다.
그런데 왜 불교가 가장 좋은 종교인가?
그것을 제대로 생각하고 믿는 이들이 드문 것이 사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절에 가는 도중에 “어디 가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개가 “저 기 간다.”고 얼버무려 버린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분명하게 표현하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다른 친구들이 많이 있는 데도 유독 그 친구를 좋아하고 많이 만나는 것은
공부를 잘 한다던가, 성실하다던가, 마음이 순수하다던가 하는 등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대답을 못하는 것을 친구가 본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결혼을 해서 살고 있으면서도 딱히 좋은 점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또 왜 불교를 믿느냐고 물으면
‘다른 종교처럼 믿음을 강요하지 않아서,
일요일마다 나가지 않고 초파일만 가도 되니까,
그냥 좋은 종교 중의 하나이니까’ 하는 등의 맥 빠진 대답을 듣곤 한다.
부처님께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하셨을까.
‘다른 이도 좋지만 나도 괜찮은 사람이니 한번 믿어보렴.’ 하고
얼버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셔서 그 체온이 느껴지는 초기 경전인
『아함경』 중에서 중간 길이의 경들을 모아 놓은 『중아함』의 업상응품 도경의 말씀을 통해
불교를 믿어야 하는 이유를 보도록 하자.
‘업業’은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우리의 행위를 뜻하며,
‘상응相應’은 ‘서로 맞는다, 대응한다’는 뜻이고,
‘도度’는 ‘제도한다, 건넨다, 구원한다’는 뜻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는 세 가지 제도설三度處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첫째는 모든 것을 절대자가 제도한다는 설로 존우조론尊祐造論이라 한다.
둘째는 운명이 제도한다는 설로 숙명조론宿命造論이라 한다.
셋째는 아무렇게나 된다는 설로 무인무연론無因無緣論이라 한다.
존우尊祐라는 것은 절대자를 뜻하는 것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은 절대자가 만들었으니
제도 또한 절대자가 한다는 것이다.
당시의 브라만교 또는 오늘날의 기독교, 이슬람교 등
절대자인 신을 믿는 종교가 거기에 해당한다.
숙명은 운명과도 같은 말이며 사주, 팔자, 관상, 수상 등의
운명론에 의해 태어났으므로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인무연론은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으니 내키는 대로 막 살다 가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세히 말 안 해도 틀렸다고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첫째, 둘째인데 오늘날에도 숭배하는 이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런 이론들을 믿게 된다면
살생, 도둑질, 거짓말 등의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내 책임이 아니야, 절대자, 운명……의 책임이야.’라고 하면서,
행위를 한 존재의 도덕적 책임을 부정하게 되므로 잘못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데
절대자의 섭리나 사주 팔자에 그것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하면,
이 또한 행위자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게 되므로 잘못이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행위자의 도덕적 책임과 자유의지를 긍정하는 기반 위에서 말씀하고 있다.
나의 감각 기관인 눈, 귀, 코, 혀, 몸, 뜻과 감각의 대상인
색, 소리, 냄새, 맛, 촉감, 법이 있어서 스스로 구제해주고 스스로 구제받는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신을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이 세상에 계시더라도
우리가 알고 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
하느님의 아래로의 사랑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위로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아래로의 사랑과 위로의 사랑이 만나야 참 사랑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각 기관인 주관이 감각 대상인 객관을 만났을 때
있는 그대로 보고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참 평화요
행복이며 구제된 상태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것이 우리가 불교를 믿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서 많고 많은 종교 중에서 불교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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