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재가자도 불도를 이룰 수 있는가
깨달음이란 절에 있느냐, 집에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다.
출가했더라도 마음은 늘 세속에 가 있다면
수행자라 할 수 없으며,
재가자라도 마음이 속세에 물들지 않았다면 수행자인 것이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듯이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면 반드시 수행의 열매 맺을 것이다.
한편 재가자들은 부부관계를 하므로 음욕을 없애지 못하였다는 시비에 대해서도
달마스님은 <혈맥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어떤 이가 물었다.
“속인은 처자가 있어 음욕을 없애지 못했거늘 어찌 부처를 이루지요?”
이렇게 답하였다.
“견성만을 말했을 뿐 음욕은 말하지 않았으니 성품을 보기만 하면
음욕이 본래 공적해서 끊어 없앨 필요가 없으며, 또 집착하지도 않으니
설사 남은 습기가 있더라도 해치지 못한다.
무슨 까닭이냐? 성품이 본래 청정하기 때문이니,
비록 오온의 몸 속에 묻혔더라도 그 성품이 본래 청정해서 물들이지 못한다.
법신은 본래 느낌이 없으며, 주림과 목마름도 없으며, 추위도 더위도 없으며,
질병도 없으며, 은혜와 사랑도 없으며, 권속도 없으며, 괴로움과 즐거움도 없으며,
좋고 나쁨도 없으며, 길고 짧음도 없으며,
강함과 약함도 없어서 본래 한 물건도 얻을 수 없건만,
다만 이 몸이 있기 때문에 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괴질과 질병 등의 모습이 있게 되었나니
만일 속이지 않게 되었거든 마음대로 행동해 보라.
생사 가운데서 자유로움을 얻어서 모든 법을 굴리어 성인들의 신통과 같이
자유로와 걸림이 없으면 편안치 않은 곳이 없다. 만일 마음에 의심이 있으면
결코 모든 경계를 통과하지 못하여 생사의 윤회를 면하지 못하겠거니와
만일 성품을 보면 천민이라도 부처를 이루리라.”
재가자라고 하더라도 성품을 보았다면
모든 것이 공함을 깨달아서 어느 것에도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을 것이므로 처자가 있더라도 걸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수행에 있어서는 출가자, 재가자, 여자, 남자 등 외형의 조건이나
겉으로 드러난 생활모습에 앞서 마음에 걸림이 있는지 없는지가 더욱 중요하며,
깨달음에서는 먼저 자기 성품을 보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