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간경수행의 대상

2010. 5. 6. 19:5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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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간경수행의 대상


 1)경전의 의미


  경전은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경을 비롯하여 수행자들이 지켜야할 계율을 담은 율장과 경과 율에 대한 해석이나 교리에 대한 연구 성과를 모은 논장의 삼장으로 나눌 수 있다. 경율론 삼장을 통털어 일컫는 말로 일체경, 또는 대장경이라고도 부른다. 부처님의 말씀은 처음에는 암송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후대에 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함께 모여 합송함으로써 경전을 결집하였다. 4차에 걸친 결집이 있었으며, 3차 결집 때 비로소 문자로 기록되었다. 인도에서 산스크리트어로 결집된 이후에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팔리어 경전과 한역 경전이다. 특히 한역 경전은 아함경 및 그에 대한 주석서를 비롯하여 대승경론을 막라하고 있으므로 그 중요성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고려 때 몽고의 침입으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국란극복의 의지를 대장경 편찬사업으로 발휘하여 오늘날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고구려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게 되었다. 고구려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로 선정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화재로써가 아닌 살아있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전이 없다면 우리는 어디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겠는가.

  경전은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당시의 중생들과 그 뒤의 중생들을 깨침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베풀어놓으신 은혜로움인 바, 우리가 보게 되는 경전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불보살님의 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경전은 부처님께서 자신의 삶을 또 다른 모습으로 남기신 것을 말하는 바, 곧 부처님께서 영원한 모습으로 살아 계시는 또 하나의 여래세계인 것이다.


 2)경전의 갈래


  부처님의 말씀은 정해져 있는 바가 없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진리로 가는 길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그만큼 방편도 다양하다. 따라서 경전에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는데 이에 따라 12부로 구분하였다.


  보살마하살은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12부경인 수다라, 기야, 수기경, 가타, 우타나, 인연경, 아파타나, 여시어경, 본생경, 광경, 미증유경, 논의경을 듣고 또 모든 성문들이 들었거나 듣지 않은 것을 듣고자 하며, 그를 모두 다 외고 받아 지니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대지도론 33권>, 이하 인용함)


  ①수다라(Sutra)

  계경(契經) 또는 법본(法本)이라 하며 경전 가운데 법의를 직설한 장행문(長行文)이다. 계경은 이치에 계합하고 근기에 계합한 경전을 말한다.


  모든 경 가운데 사실 그대로 직설하는 것을 수다라라 하나니, 이른바 4아함과 모든 마하연경과 2백5십계경이다. 삼장에서 나오는 그 외에도 역시 모든 경이 있나니 모두를 수다라(修多羅)라 한다.


  ②기야(Geya)

  응송(應頌) 또는 중송(重頌)이라 하며 앞의 장행문에 응하여 거듭 그 뜻을 운문으로 편 것, 곧 송을 말한다.


  모든 경전 안에서의 게송을 기야라 한다.


  ③화가라(Vyakarana)

  수기라 하며 보살에게 주는 성불한다는 기록의 경문으로 경에 말한 것을 문답으로 해석하고 또 제자의 다음 세상에 태어날 곳을 예언한 것이다.


  “이 사람은 그만큼의 아승지 겁을 지나면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고 수기하는 것이다. 모든 부처님 법에서 중생에게 수기를 하시려면 먼저 모두 빙그레 웃으시면서 한량없는 광명을 네개의 어금니에서 내시나니에서 내시나니, 이른바 청색 황색 적색 백색 옥색 자색 등이다.


  ④가타(Gatha)

  풍송(諷誦) 고기송(孤起頌)이라 하며 장행문에 의하지 않고 곧 게송의 구를 짓는 것이다. 법구경이 이런 경우다.


  여섯 글귀, 세 글귀, 다섯 글귀 등 그 글귀의 많고 적음은 정해 있지 않는데도 역시 기야하 하며 또한 가타라고도 한다.


  ⑤우다나(udana)

  자설이라고 하며, 묻는 사람이 없이 부처님이 스스로 설한 경으로 아미타경 등이다.


  우타나(優陀那)라 함은 법이 있다는 것인데, 부처님은 반드시 말씀을 하셔야 되는데도 질문한 이가 없으면, 부처님은 대략 질문의 실마리를 열어 주신다.


  ⑥니다나(Nidana)

  연기 또는 인연으로, 경 가운데서 견불문법(見佛聞法)의 인연과 부처님의 설법교화의 인연을 설한 것이다. 제경의 서품으로 인연경과 같다.


  니타나(尼陀那)하 함은 모든 부처님 법이 본래 일어난 인연을 말한다. 부처님께서는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일을 말씀하셨다”거나, 수다라 중에서는 “어떤 사람이 물었기 때문이 그를 위하여 이 일을 말씀하셨다.”거나, 비니(毘尼) 중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범하였기 때문에 이 계율을 정하셨다”고 하는 것 등이니, 온갖 부처님의 말씀이 일어난 인연의 일을 모두 니타나하고 한다.


  ⑦아바다나(Avadana)

  비유라고 하며 경 중에 비유하여 설한 것이다.


  아파타나(阿波陀那)라 함은 세간의 모양과 비슷한 일의 부드럽고 얕은 말이다. 마치 중아함 중의 장아파타나경과 장아함 중의 대아파타나와 비니 중의 이십억아파타나 등이다.


  ⑧이제목다가(Itivrtaka)

  본사(本事)라 하며 부처님이 제자의 과거세의 인연을 설한 경문으로 법화경 가운데 약왕보살본사품 같은 것을 말한다.


  여시어경(如是語經)이라 함은 두가지가 있나니, 첫째는 끝맺는 구절이어서 “내가 먼저 말하기로 한 것을 이제 다 말하여 마쳤다”고 말하는 것이요. 둘째 삼장과 마하연 이외에 다시 경이 있어 이를 일목다가(一目多迦)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목다가라고도 한다. 마치 부처님께서 “이 사자는 비바시불 때에는 바라문의 스승이었는데 부처님을 설법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로 왔는데 그때 대중들은 법을 듣느라 함께 말하는 이가 없자 욕설을 퍼부었다. 이 구업 때문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91겁동안을 축생안에 떨러져 있었다. 이제는 나의 처소에 와서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해탈하게 될 것이다“고 하셨다. 이와 같은 등의 것을 인연이라 한다.


  ⑨자타카(Jataka)

  본생이라고 하며 부처님이 자신의 과거세의 인연을 설한 경문이다.


  본생경이라 함은, 옛날 보살이 일찍이 사자였을 때 숲 속에 있으면서 한 마리의 원숭이와 함께 친하게 지냈다. 원숭이는 두 마리의 새끼를  그 사자에게 맡기고 있었는데 마침 독수리가 배가 고파서 먹이를 찾고 다니다가 사자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원수이 새끼를 채 가지고 나무위에 가 앉아 있었다. 사자가 잠에서 깨어 독수리가 새끼를 채어간 것을 보고 돌려달라고 했으나 돌려주지 않자, 자기의 날까로운 발톱으로 자신의 겨드랑이 살을 뜯어 내어 그 원숭이의 새끼들과 바꾸었다......이와같이 한량없는 본생에는 구제한 일들이 많이 있나니 이것을 본생경이라 한다.


  ⑩비불략(Vaipulya)

  방광(方廣)이라 하며 광정(光正) 광대한 진리를 설한 경문이다.


  광경(廣經)이라 함은 마하연을 이름하니 이른바 반야바라밀경과 육바라밀경과 운경과 법운경과 대운경 등 이러한 한량없는 아승지의 모든 경전이니, 아뇩다랴삼먁삼보리를 얻기 위하여 말씀하신 경이다.

  

  ⑪아부타달마(Adbhutadharma)

  희유법, 미증유법이라 하며 부처님의 여러 가지 신력을 나타낸 부사의사를 기록한 경문을 말한다.


  마치 부처님께서 갖가지의 신력을 나타내면 중생들이 보고 전에 없던 일(未曾有)이고 괴상하게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니, 이른바 부처님께서 탄생할 때 몸으로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의 세계와 어두운 곳을 비추신 것이다....땅은 크게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렸으며 나무는 음성을 내고 하늘의 음악이 울렸으니, 이러한 등등의 한량없는 희유한 일들을 말씀하신 것을 바로 미증유경이라 한다.


  ⑫우바제사(Upadesa)

  논의라 하며 법리의 논의와 문답의 경문을 말한다.


  논의경이라 함은 모든 질문한 이에게 대답하면서 그 까닭을 해석하는 것이다. 또 다시 모든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니, 마치 부처님께서 사성제를 말씀하실 때와 같다......이와같은 문답에서 그 뜻을 널리 해석하는 것을 바로 우바제사라 한다.


  <대지도론>에서는 이와 같이 경문을 구분하면서 이러한 모든 경전들을 수지독송하기 위해서는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그 말은 12부경의 핵심이 바로 반야바라밀이라는 것이다. 반야란 지혜를 말하고 바라밀이란 도피안(度彼岸)을 말한다. 즉, 반야바라밀이란 지혜로써 이 언덕을 건너 저언덕에 이른다는 것이다. 고통의 원인을 직시하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바른 행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그것을 행하는 것이 반야바라밀이다. 반야바라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이다. 즉, 모든 것은 실체가 없으므로, 일체의 존재나 현상들 속에서 고정되고 편협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자재한 본질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지혜이다. <반야심경>에서 관자재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시다 오온이 공함을 보시고 일체의 고액을 벗어났다고 하였으니, 모든 존재의 본질은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니며,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그리하여 현실과 본질이 둘이 아닌 세계의 실상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금강경>에서는 “무릇 형상 있는 것들을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으면 곧 부처를 본다”하였다.

  따라서 진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현실 가운데 있으나 현실 속에 묻혀 버린 사람(상에 갇혀 버린 사람)은 진실을 볼 수 없다. 일체의 상을 벗어버려야 진실을 증득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조차도 방편임을 분명히 알아 집착함이 없어야 한다. 부처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뗏목에 비유하셨다. 뗏목은 강물을 건너는 데는 요긴한 것이다. 그러나 저 언덕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버려야 한다. 범부 중생은 불법승 삼보에 의지하여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방편인줄 모르고 그것을 절대화시키고 또 하나의 상을 만들어 움켜지고 있는 한 참다운 진리는 요원한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불법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손가락 끝을 따라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고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간경 수행자는 경을 읽을 때 이 점을 명심하여 그 요체를 파악하는 데 힘 쓸 것이지 문자에 떨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일체 경을 수지독송 할 때에 반야바라밀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3)경전의 선택


  경전의 바다는 넓고도 깊다. 너무나도 많은 경전이 있어서 수행자가 그것을 모두 읽고 익히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수행자는 먼저 경전 가운데 기둥이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게 마련이다. 이를 ‘중심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경전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적당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만하게 두루 익히기 위해서는 이런 방편적 개념을 어느 정도 따르는 일도 필요하다. 더구나 공부를 처음하는 이에게 이 방법은 매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중국에서는 일찍이 교상판석론으로 대두되어 각 종파별로 자신의 종파의 으뜸경전을 소위경전으로 삼아 이것을 바탕으로 전체 경전을 배치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엄의 5교 10종판과 천태의 5시 8교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경전의 실제적인 편찬 순서와는 맞지 않고 각가 자기 종파의 경전을 중심으로 세운 체계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다시금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경을 읽는 목적에 따라 나누어 보았다.


  ①입문자의 필독서

순서

갈래

서명

1

입문

불교입문(불교학개론), 부처님의 생애

2

경전

법구경

3

보살행

자타가

4

수행자세

유교경, 초발심자경문, 보왕삼매론, 부모은중경


  일단 경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현대 서적 들 중에서 불교에 대한 기초적인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도서를 읽고, 수행자의 마음가짐과 생활자세를 일깨워 줄 경문을 읽는 것이 좋다.


  ②교리 공부를 위해

순서

갈래

경명

1

원시

아함경

2

부파

구사론, 대비바사론

3

반야

반야경, 중론, 대지도론, 유마경

4

유식

해심밀경, 유식삼십송, 유가사지론, 성유식론.

5

여래장(불성)

승만경, 열반경, 여래장경, 보성론

6

유식·여래장 종합

능가경, 대승기신론

7

화엄

화엄경, 화엄경 탐현기

8

천태·법화

법화경, 법화경종요, 마하지관, 소지관


  너무나 방대한 경전들이기 때문에 우선은 아함경을 먼저 읽고, 반야경 중에서 반야심경을 읽는다. 가능하면 대품반야를 죽 읽는 것도 좋다. 그리고 유마경, 해심밀경 정도를 읽고 열반경을 읽는다. 그리고 능가경과 대승기신론을 읽고 화엄경과 법화경을 읽는다. 이 중에서 법화경은 사경이나 독경용으로 많이 선택되는 경이므로 이 때에는 이 순서에 상관없이 한다. 또 화엄경은 양이 방대하므로 품별로 나누어 먼저 읽어나가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함경을 가장 먼저 보는 것인데, 아함경도 양이 많으므로 주제별로 추려놓은 현대서적을 이용하여 읽어 나가면 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율이나 참선수행에 있어서도 아함경에 기초적인 내용들이 나오므로 계율과 수행법 부분을 따로 모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계율수행을 위해

순서

 갈래

경명

1

5계

우바새경, 우바새오계상경,

2

8재계

지재경(재경), 사천왕경,

3

10선계

십선경, 십선업도경, 십지경론, 십주비바사론

4

보살계

범망경, 우바새계경, 보살내계경, 보살선계경, 보살지지경, 유가사지론, 보살영락본업경,


  우바새경, 재경, 사천왕경, 십선경 등이 모두 아함경에 들어있으니 5계, 8재계, 십선은 아함경을 보면 기본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으며 보다 상세한 내용은 우바새5계상경이나 우바새계경을 보면 되고, 특히 십주비바사론에서는 대승적 관점에서 각종 계에 대한 구체적인 관점들이 잘 나타나 있다. 끝으로 보살계는 5계, 8재계, 십선계가 충분히 몸에 익은 사람이 받는 계이니 이와 관련된 경을 보는 자도 마땅히 앞의 계가 충분히 익은 후라야 할 것이다. 다른 모든 경전을 읽을 때 그래야 하지만 특히 보살계는 심지계이니 범망경을 비롯하여 보살계를 설한 경론을 읽을 때에는 계의 근본 정신을 깨우치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참고로 불살생계는 모든 계율의 근본이며 이에 대한 적극적 실천법으로 방생이 있다. 방생에 대해서는 중국 주굉스님의 <계살방생문>을 보면 좋다.

 

  ④참선수행을 위해

순서

갈래

경명

1

소승선

대념처경, 안반수의경, 청정도론

2

대승선

능엄경, 금강삼매경, 원각경, 금강경

3

조사선

선가귀감, 선문촬요, 육조단경, 신심명, 증도가


  대념처경은 아함경 속에 있고, 안반수의경은 독립경이기는 하나 문장이 난해하므로 아함경 속의 입출식념경 등을 통해 익히는 것이 더 좋다. 그러므로 아함경 가운데 사념처관과 호흡관 부정관 및 37조도품에 관한 경문을 모아 읽는다. 그리고 나서 능엄경, 원각경, 금강경을 읽고 대승선의 경지를 한번 가늠해 본다. 그리고 선가귀감 선문촬요를 읽는다. 선가귀감, 선문촬요의 내용이 수행자의 배울 바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먼저 이것을 보고 나중에 경을 읽는 것도 좋다. 그리고 육조단경과 신심명을 비롯한 조사어록은 어느 정도 공부가 익은 후에 보는 것이 좋다. 이들 대승경전이나 조사어록은 수행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며, 혹 이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수행을 통해 나름대로 체득한 이후에 다시 읽어보면 처음에 읽은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가 와 다을 것이다. 또한 수행 중에 자신의 경험한 바를 점검하거나 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침서 역할도 한다.

  이렇게 갈래를 나눈 것은 편이상 이름붙여 놓은 것이지 우열을 논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어느 것이나 하나만이라도 재대로 익혀 깨달음에 이를 수 있으면 나중에는 저절로 다 통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⑤염불, 기도, 독경, 진언수행을 위해

순서

갈래

경명

1

참회

천수경, 정찰선악업보경

2

염불

아미타경, 무량수경, 괌무량수경, 반주삼매경

3

기도

지장경, 관음경, 약사경

4

보살행

보현행원품


  위의 경전은 순서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읽되 한 경을 지속적으로(천독, 만독) 읽는 것이 좋다. 앞에서 보았던 경전 중에 금강경과 법화경도 수지독송하기 좋은 경이다. 그 이유는 어느 경보다 수지독송의 공덕을 강조한 경이기도 하고, 금강경의 경우 선종의 정수를 잘 표현한 경이기 때문에 옛부터 조사스님들께서도 거기에 의지하여 불법의 이치를 설파하곤 하셨다. 또한 조계종의 소위경전이기도 하며 분량도 적어 외워서 암송하기도 좋다.

  지금까지 소개한 경론과 어록은 모두 한글번역본이 있는 것들로 고른 것이다. 경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여 쉬운 개론서들만 읽을 것이 아니라, 직접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와 닿는대로 참구하고 실천해나가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내 마음을 주고 싶은 친구

생각이 깊은 친구를 만나고 싶네
그런 친구는 정신이 건강하여
남의 아픔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하진 않겠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을 두르고
몇 푼 안되는 콩나물값에 핏대 세우는 까탈스런
친구보다는 조그만 기쁨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목젖이 다 드러나도록
웃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빨간 립스틱 쓱쓱 문질러 바르고
비 오는 날 예고 없이 찾아와서는
애호박 채 썰어 전을 부쳐 먹고
변두리 찻 집에서 커피 한잔을 마셔도
마음이 절로 편한 친구였으면 좋겠네
때로는 억울한 일 횡재한 일
울다가 웃다가
소낙비 내리듯 거침없이 쏟아부어도
그저 넉넉한 가슴으로 그래그래 하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큰 나무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네
마음 씀씀이가 비 그친 하늘 닮은 친구 하나
내 우정의 빈터에 조심스레 들이고
그에게 가장 미더운 친구
그에게 가장 순수한 친구
그에게 가장 힘이되는 친구
그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친구로
나도 그의 맑은 하늘이 되고싶네
- '여백이 있는 풍경'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