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8. 19:5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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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화에...
◇ 어제는 반가운 부부불자님이 오셨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 참석하지 못하시어 일요일을 택해오셨다. 부부불자님이시다. 차를 마시며 허심탄회한 담소가 이어졌다.
◇ 남자불자님이 최근 마음이 심란하여 고민을 털어놓았다.
“스님 요즈음 제가 하는 일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단순한 업무에 또 일을 열심히 해도 보람도 없고요, 또 도대체 희망이 없으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이 이젠 너무 싫습니다. 지금 이일을 하기엔 내가 너무 젊은 것 같습니다. 급여도 너무 적구요.”
“네~ 거사님 지금하신 일이 단순한 업무라 성격상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거사님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고 여기저기 다니며 일하는 영업이 적성에 더 맞으니 많이 힘이 드시겠습니다.” 이렇게 일단 그 분의 현재 마음을 인정해 주었다.
사실 이 거사님은 가스충전소에 일하고 있으며, 부인은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 몇 달 전 부인이 하는 가게를 돕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직장을 구하여 온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를 스님이 했다.
“ 거사님~ 몇 년전 주유소 잡지에서 이러한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한 시골주유소에 새로 취업한 사십대 후반의 남자가 너무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내용을 적은 글이었습니다. 그 김씨라는 남자는 오는 차마다 유리창을 닦아주고, 자기가 기름을 넣어주는 모든 차주들이 안전하고 또 행복하기를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하니 오는 사람마다 그 사람이 사장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사실이 주유소 사장의 귀에 들어가자 자기의 일처럼 해주는 김씨에 게 보너스를 주고 그 후에 사장이 주유소 사업이 잘되어 또 다른 주유소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그때 그 김씨를 소장으로 발탁하여 주유소 경영을 맡겼다고 합니다. 물론 그 주유소 경영을 잘하여 주유소사장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고 그 덕에 자신도 많은 돈을 벌어 나중에는 자신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거사님~ 위 김씨라는 사람은 작은 일이라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또 손님이 있어야 주유소가 살고 또 그 덕에 자기가 있으니 오는 손님들을 마치부처님 모시듯 하였다고 합니다.
김씨는 불심이 대단한 사람으로 매일 주유소일을 하면서 신묘장구대다라니 를 21독하면서 오직 고객과 주유소를 위해 열심히 일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자 그 거사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님~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재미있게 열심히 일하며 주변사람들과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내가 일을 먼저 마치고 아내가게를 도와주며, 마지막 문을 닫고 함께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답니다. 그러다가 차츰 되풀이 되는 단조로운 일이 너무 싫고요, 그러던중 1주일 전 거제도에 있는 지인이 “하루 일당 25만원을 주는 곳이 있는데 와서 일해보지 않겠는가?” 라는 전화 1통화를 받고는 가스충전소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면 한 달에 20일만 일해도 5백만 원이요, 1년만 일하면 6천만 원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빚을 갚고도 남아요. 그래서 그곳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일은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배 페인트 칠하는 곳이랍니다.” 라고 침을 삼키며 말을 했다.
“ 거사님~ 그런데 큰 배는 높이가 몇십미터나 됩니다. 높은 빌딩에 줄에 매달려 작업하는 것과 똑 같습니다. 두꺼운 마스크와 두꺼운 방수 옷을 입고하는 작업으로 얼마나 고되고 또 위험한 직업인줄 아십니까? 그곳은 마치 탄광처럼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막장이란 곳입니다. 국내노동자는 물론 외국인도 몇 달 버티지 못하는 그런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잘 아시고 판단하세요. 작은 급여라도 좀 전에 말한 그 김씨의 경우 결코 작지 않습니다. 또 부부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아니하고 함께 오순도순 산다면 그 또한 큰 행복입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거사님~ 만일 위험한 작업 중에 불의의 사고라도 나면 그 돈이 다 소용이 없는것 아닙니까?” 이렇게 이야기하자 그 부인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불자부부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나중에는 부부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이 큰 축복이요, 감사해야 할 일임을 깊이 깨닫고 갔다. 그리고 작은일 하나라도 소중하지 않는 일이 없음을 깊이 인식하였다.
마지막에 “스님~ 이제 우리 부부가 일하는 곳에 오는 모든 손님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살기를 부처님께 기도하겠습니다. 마음속으로 한분이 오실 때마다 관세음보살 10번을 부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두 부부의 얼굴은 너무도 행복한 환희심에 차 있었다.”
◇ 오늘아침 도시포교당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수개월 전 건물 주인의 전화 한통화가 생각났다. 주인이 “집이 팔려고 하니 포교당이 있어서 잘 팔리지가 않아요. 그래서 내년 초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이 어려우니 스님 미리 대책을 세우세요.”라고......
그 전화 한 통화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가? 섭섭한 생각, 억울한 생각 등등이 있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한 생각만 돌이키면 그 모든 것이 반야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이곳 도심에 계신 부처님이 얼마나 답답해하실까? 이번 기회에 공기 좋고 물 좋은 푸른 숲속에 모셔 가리라.” 이렇게 다짐하고 부처님 모실 장소를 구하니 현 여건에서 가장 적합한 곳을 찾게 되었다. 도반스님이 소임관계로 토굴을 비우게 되니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강화도 읍내에 있는 정토사라 아담한 작은 절이었다. 다음 달 보름 경에 그곳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 그렇다. 한통의 전화에 사람은 극락도가고 지옥도 간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생각의 장난에 불과하다.
어떠한 경계에 부딪치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극락이 펼쳐질 것이요,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천당과 지옥이 바로 이 마음속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이 이치를 깨우쳐주신 석가모니부처님께 뼈에 사무치게 감사드리오며 이 목숨이 있는 한 수행정진하며, 고통에 쌓여 있는 많은 불자님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또 전하리라.
인터넷 포교를 시작한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오봉정사에서 개운정사로 다시 정토사로 거처를 옮기지만 인터넷 포교에 대한 열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다.
“가거라. 수행자여 ! 전법의 길로 떠나거라!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이 법을 전하라~”라는 부처님의 전법선언이 오늘 다시 깊이깊이 마음속에서 울려나온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음력 사월 열하루 (양력 2010년 5월 24일)
한번 다녀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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