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보고 듣는 것은 무엇인가?

2010. 6. 11. 17:1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당신이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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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보고 듣는 것은 무엇인가? 

 

                      월호 스님

 

사에 사는 최상의 낙 가운데 하나는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계곡 가운데 앉아서도 때때로 딴 생각을 하게 되면 물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니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의식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하더라도, 마음의 초점이 다른 곳에 향하면 이미 그 꽃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가 봄을 찾아 온 산을 짚신이 다 헤어지도록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와서야 울타리에 매화꽃이 피어있음을 발견했다고 하는 시구詩句도 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집에서도 실험을 할 수가 있다. 예컨대 응접실에 괘종시계가 놓여져 있다고 하자. 시계는 하루 종일 똑딱똑딱 쉬지 않고 소리 내고 움직이며, 귀는 항상 열려 있다. 그러나 괘종시계 소리가 항상 들리지는 않는다. 비록 응접실에 있다 하더라도 다른 생각이나 다른 일에 열중해 있는 동안은, 그런 시계 소리가 있는지 없는지 의식조차 되지 않는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인물과 배경을 함께 찍을 경우,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 배경이 희미하게 나온다. 배경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인물이 희미하게 나온다.

 

우리의 시선도 이와 같다. 비록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잘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눈이 보는 게 아니고, 귀가 듣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눈과 귀는 다만 그 매개체 역할을 할 따름이다. 진정으로 보고 듣는 성품은 따로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는 말도 있다. 아니 귀는 듣기만 하고, 눈은 보기만 하는 줄 아는데,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고? 무슨 화두 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몇 해 전 중국의 몇몇 아이들이 귀로 글을 읽는다는 소식이 일간 신문의 해외토픽 란을 장식한 적이 있다. 눈은 철저히 가리고 귀에 책이나 글을 갖다 대면, 그 글을 바로 읽어내는 것이다. 물론 기이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보는 성품과 듣는 성품이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눈과 귀는 다만 매개체 역할을 할 따름이다.

                      진정 보고 듣는 성품은 따로 있다.

                              

 

 

                                                       - 휴식 / 해들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