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선원 만남의 모습들

2010. 6. 15. 19:53일반/생활일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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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보내는 이 전체메일은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우리 문수선원 카페의 만남의 자리에 있었던 모습들을 찍은 사진과 그 사진을 두고 곁들여 붙인 푸른솔님의 글입니다. 사진도 사진이려니와 그에 붙인 글이 한 편의 시화(詩畵) 같은 것이라서 카페의 보다 나은 발전과,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살려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올려진 자료를 편집해서 보내 드립니다. 편집자 - 상청마당 -




2주일은 넘게 의견 조율하며 기다려 온 13일 일요일의 모임입니다. 부산에서 다섯 사람이 출발해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갔습니다. 사천에서 축동 I.C 빠져 나가면서 몇 번의 통화와 몇 번의 물음으로 간신히 구절초님의 시골 별장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는 이렇게 예쁜 연분홍 애기달맞이꽃이 우리를 보고 웃어 주었습니다. 어렵게 찾아온 고달픔이 일시에 사라집니다.

눈부신 빛깔의 나리꽃입니다. 자연이 주는 색감은 인간이 표현하기엔 정말 역부족입니다. 요염한 인사에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마당 구석구석 빈 곳이 없이 심어져 있는 어여쁜 꽃들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홀립니다. 아침도 안 먹고 나선 길, 모두가 배 고픈 것도 잊고 잠시 마당 구경에 여념이 없습니다.

뜨락 구경 마치고 비로소 텃밭에서 따 온 푸성귀 안주 삼아 일단 막걸리 한 통 비웁니다. 주말에 연달아 비가 온다고 했지만, 우리들 모임을 알아서 비는 오지 않았고, 적당하게 구름을 가려 참 좋은 날씨를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카페지기이신 대장님, 손수 나서셔서 부침개 준비해서 급히 안주 마련합니다. 잔파 까고, 양파랑 매운 고추 총총 썰어 넣고 붉은 고추도 듬성듬성 넣어 즉석 안주 바로 공급합니다. 오징어 한 마리 썰어 넣었으면 좋으련만 그냥 먹어도 기막힌 맛입니다.ㅎㅎㅎ

다음 타자 명정행님~! 맛깔스런 솜씨를 자랑하시는 분~! 묵은지에 깻잎 장아찌에 다시마 무침에 고들빼기 김치까지 챙겨오신다고 꼭두새벽부터 분주하셨을 마음과 몸, 여기 와서도 유감없이 솜씨를 발휘합니다.

급하게 가까운 수산물 시장에서 매운탕 감으로 낭태를 한 아름 사오신 구절초님~! 뒷마당으로 가셔서 소리없이 손질하시는 그 솜씨가 한두번 하신 실력이 아닙니다. 가끔 낚시해서 손질하신 솜씨라고 하십니다. 열 마리쯤 되는 낭태를 금방 손질해서 매운탕 거리로 담아 주십니다.

매운탕 재료로 너무 많아서 두 마리를 구우려고 소금을 뿌려 두었습니다. 단백하고 고소하니 너무도 맛이 있어, 구운 것 못 드신 분도 있으실 듯...

수산 시장에서 사 오신 바다 고둥입니다. 삶아놓고 빼 먹을 이쑤시개가 없어 구경만 하고 있는 동안에 바로힘님께서 어디서 탱자 나무 가시를 잘라오셔서 모두들 또 까 먹었습니다.

그럭저럭 '아점' 상이 차려졌습니다. 모두들 배고파서 서둘러 둘러 앉았습니다. 곱슬한 밥에, 싱싱한 매운탕에, 맛난 밑반찬에, 갓 뽑은 푸성귀에 그리고 삼 년 묵힌 매실주와 시원한 막걸리, 동동주에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다들 둘러 앉습니다.

"문수 선원의 발전과 회원들의 행복을 위하여..." 반갑고 풍성하고 행복한 만찬을 위하여 모두들 건배를 합니다. 초여름날, 꽃이 피어 흐드러진 마당에서 함께 만난 사람들만이 같이 나눈 흥겨움이었습니다.

점심 후에 잠시 마당에 편하게들 앉아 담소를 나눕니다. 이런저런 신앙체험담도 이야기하고 삶의 힘겨운 순간들도 함께 풀어내는 동안 아까운 시간이 자꾸 흘러 갔습니다. 함께 못해 궁금하고 아쉬운 분들의 이름도 같이 나누었습니다.

아직 공사중이지만, 이제 구절초님 두고두고 꾸며나가고 살아가실 어여쁜 시골집 마당에 한바탕 지신밟기를 합니다. 신나는 악기는 없었지만, 신나는 노래로 그렇게 한참을 뛰어 다녔습니다.

연분홍 메꽃이 고개 쑥 내밀고 마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구경합니다. 마당의 모든 꽃들과 나무들도 모처럼의 시끌벅적한 풍경에 함께 신나게 잎사귀를 흔들어댑니다.

이것 보리수 열매 맞습니까? 보리수 열매로 보기엔 너무 커 보여서...

흥이 많은 우리 큰언니 이무심이 언니의 노래 한마당이 노래 가사가 없어 끝까지 가지 못합니다. (ㅎㅎㅎ...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또 맛난 것들이 마당 귀퉁이 대나무 가지로 땐 장작에서 익어갑니다.

통째로 익힌 단호박과 감자 고구마... 배가 불러 많이 먹지도 못했지만 어찌나 먹음직하던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기 전,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그림 같은 마당 입구 꽃밭에서, 아래쪽 왼쪽부터 푸른솔, 명정행님, 장신행님 청정심님, 풍경님 친구, 풍경님, 그리고 이무심이님, (위쪽 왼쪽부터) 녹수님, 바로힘님, 구절초님, 상청마당님, 불도행님, 미리내서비님. 울 집 거사는 사진 찍느라고 여기에 끼이지를 못했네요.

문수선원의 꽃미남 불도행님과 한의학 하시는 녹수님

마당귀에 초롱꽃이 이별을 아쉬워 하는 듯합니다. 다음에는 경주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울, 수원 쪽으로 먼길 가시는 분들이 먼저 나섭니다. 인사를 나누고, 부산 팀들은 나머지 정리할 것들 마무리하고 조금 늦게 나섰습니다. 그래도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매실 따러 가는 수고도 덜었고, 주신 매실로 매실주 잘 담궈 맛나게 발효되면 술 가지고 또 찾아가겠습니다. 주말마다 조금씩 집을 수리하고 정리하고 계시는 구절초님, 겨울에 황토방 완공되면 또 부산 식구들은 찜질하러 가겠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따스한 마음씨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함께 하시지 못한 분들은 다음 기회에 또 뵙기를 바라며... 아쉬운 인사를 합니다. 옴 마니 반메 훔. - ()()() - (그대 가슴 속에 연꽃과 같은 지혜의 보석꽃이 피어 나기를...) 사진은 울집 거사 '퍼진라맹'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