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8. 18:3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하루 동안 맑고 한가하게 지내면 하루 동안 신선이며,
한 가지 행이 부처님다우면 그 한 행은 부처님이다.
一日淸閑一日仙 一行如佛一行佛
일일청한일일선 일행여불일행불
- 고덕(古德)
사진/거원님
세속에 사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산이나 한적한 사찰에 오면 흔히
“신선이 사는 곳 같다”, “신선이 되겠다”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
환경이 맑고 자신이 하는 일이 없어 마음이 한가하면 그대로가 신선이다.
그러나 환경이 맑아도 마음 속에 온갖 복잡한 생각이 한시도 떠날 때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신선 같은 삶은 맛보지 못한다.
환경과 마음이 함께 맑고 한가해야 잠깐이라도 신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신선의 삶보다는 부처로서의 삶을 가장 선호한다.
불자들은 밤이나 낮이나 부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렇게 말하는 부처는 행동이나 말이나 생각이 부처님 같아야 될 수 있다.
한 가지 행동을 부처님 같이 하면 그 한 가지 행동이 곧 부처님 행동이다.
부처님 행동을 한다면 그는 그대로 부처님이다.
이것을 일행일불사상(一行一佛思想)이라고 한다.
예컨대 사지가 성한 사람이 1분간 다리를 저는 흉내를 낸다면
그 1분의 인생은 다리를 저는 인생이다.
또 누군가가 두 눈이 다 밝은데도 1분간 맹인의 흉내를 낸다면
그 1분의 인생은 맹인의 인생이다.
그와 같이 한 순간 부처님 행동을 하면 그 한 순간의 인생은 부처님이며,
한 순간 아수라나 아귀의 행동을 하면 그 한 순간의 인생은 곧 아수라며 아귀다.
나는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 그것은 간단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가가 답이다.
내 몸이 있는 장소가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나의 관심사가 곧 내가 사는 곳이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곧 나다.
잘 살펴보라. 부처님으로 있는가. 아귀나 아수라나 축생으로 있는가를···.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④
[소를 때려야 하는가,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더 깊은 눈물 속으로/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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