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참구법(자세와 호흡법 등)
오직 열린 마음으로 만사 놓고 쉬어라
‘선의 기치를 드높인 육조혜능(638~713) 스님은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좌선(坐禪)과 간화(看話)를 주창하지 않았다. 다만 단박에 자신의 본성을 바로 볼 것(見性)을 강조했을 따름이었다. 이것은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거나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고,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을 돌이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참선이란 선지식의 지도와 자신의 열려있는 마음이 전제될 경우,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원리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몸의 좌선이며, 마음의 화두 챙김이다.
좌선 자세
15년 전통의 해인사 선우회가 제시하는 좌선의 자세는 다음과 같다. “고요한 곳에서 두터운 방석을 깔고 하며, 발은 두 발을 반대편 넓적 다리 위에 놓는 가부좌가 기본이다. 이 때 어느 쪽 발이 위로 와도 상관없지만 몸 전체의 균형을 위해서는 두 발을 번갈아 위에 두는 것이 좋다. 또 두 발은 ‘일(一)’ 자가 되어 몸이 정삼각형을 이루어야 하며, 다리가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 손은 포개서 발 위에 편하게 놓는데 위에 두는 손은 발의 순서와 일치하면 된다. 이 때 두 엄지손가락 끝은 서로 맞대야 한다. 눈은 지그시 떠서 졸음을 쫓아야 하며 시선은 몸을 앞으로 구부려서 손 끝이 닿는 지점에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
다리가 아플 경우는 살며시 바꾸어 놓아도 무방하다. 망념이 일어나면 다만 망념인 줄 알아채면 저절로 사라지니, 절대로 붙들고 씨름할 필요가 없다.
호흡법
좌선시의 호흡은 우선 숨소리를 내지 않아야 하며 숨을 거칠 게 하지 말고, 스스로 호흡한다는 의식이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라야 한다. 공기를 조용히 들이마시되 아랫배가 약간 볼록하도록 하고, 조용히 내쉬어 차츰 아랫배가 약간 들어가도록 8부 가량만 숨을 쉰다. 이 때 잠시 호흡을 머물렀다가 내쉬면서 ‘이 뭣고’하는 것이 화두를 배로 참구하는 한 요령이다.
화두 받는 법
화두 받을 때의 마음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수선회 회장 현담스님은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따라서 화두를 받는다는 안이한 정신 자세로는 화두를 받아야 소용이 없다”면서, “사람 몸을 받은 금생(今生)에 수행 정진하여 생사윤회를 해결하겠다는 대신심(大信心)으로 굳은 각오가 되었을 때 선지식 스님을 찾아가서 화두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두 드는 법
화두는 반드시 선지식으로부터 받는 것이 원칙이다.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은 좌선시, 평상시로 나누어 지도하고 있다.
“앉아서 참선할 때에는 화두는 전방 1.5 내지 2m 아래에 두고 의심을 끊어지지 않게 지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습관화 되면 앉으나 서나 걸어가나 일을 하나, 다른 이와 대화를 할 때도 화두를 놓지 않고 눈 앞에서 생생하게 화두의 의심을 챙길 수가 있습니다.”
좌선 끝내는 법
집단으로 좌선하는 선방에서는 끝내는 신호에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혼자서 좌선하고 있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옛 선사들은 “좌선이 끝나 일어설 때에는 천천히 몸을 움직인 후에 편안히 일어나고 갑자기 일어서서는 안된다. 좌선에서 일어난 뒤에는 어느 때나 항상 좌선의 방법에 의해 선정(禪定)의 힘을 보호하고 유지하기를 어린애를 돌보듯 하라”고 했다.
화두 참구시 주의할 점
좌선하기 전 주의사항
“모든 인연을 놓아 버리고 만사를 쉬어, 몸과 마음이 하나 같이 움직이고, 고요함에 틈이 없어야 한다.”<좌선의>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좌선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조절이다. 설사, 변비, 복통 등이 있거나, 배가 부르거나 고파도 좋지 않다. 또 음식물은 되도록 자극적인 것을 피하고 대소변도 시작하기 전에 봐둬야 한다. 그리고 식사 30분 후에 좌선을 시작한다. 수면조절 역시 필요하다. 많이 자도 좋지 않고 부족해도 좋지 않다. 좌선을 시작하기 전에는 목과 상체, 팔, 다리, 무릎, 허리 등을 풀어주는 가벼운 체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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