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2. 21:4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수행이 즐겁다
월호 스님
좌선을 하다 보면 잡념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때로는 ‘이런 기억들까지 내 마음에 존재하고 있었던가?’싶을 정도로 갖가지 번뇌망상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 그래서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이렇게 앉아 있기를 계속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인 것이다. 목석을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깎아서 앉혀 놓는다면 번뇌망상이 떠오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잡념이 떠오른다는 것은 펄떡펄떡 피가 흐르고 있다는, 다시 말해서 몸과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다리가 아픈 것은 몸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잡념이 떠오른다는 것은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다만 잡념이 일어날 때, 이 잡념에 마냥 이끌려 다니지만 않으면 된다. 얼른 잡념이 일어난 줄을 알아차리고, 마음 돌이켜서 화두를 잡아 나가는 것, 이것이 수행의 비결이다.
그러므로 옛 스님들도 말씀하시기를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잡념이 일어난 줄 알아차리지 못할까 두려워하라!’고 하셨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 돌이키는 수행이 처음부터 수월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츰 차츰 돌이키도록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쉬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힘 덜어지는 곳省力處이 곧 힘 얻는 곳得力處이다. 마음 돌이킴이 조금씩 쉬어짐을 알게 되면 즐거워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 상대방이 필요 없는 즐거움,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즐거움인 것이다.
수행이 꼭 미래의 깨침에만 목표를 두고 최종적 깨침을 얻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그 목적지까지 도달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결과도 즐겁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미래의 깨침에만 마음이 가 있다면 현재의 마음은 공허하다. 마음은 한 군데 밖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마음이 공허하다 보니 다른 수행법들에 눈을 돌리게 된다.
“가지와 잎사귀를 따는 일에 평생을 바칠 것인가? 근본 줄기와 뿌리를 다룰 것인가?”
힘 덜어지는 곳(省力處)이 곧 힘 얻는 곳(得力處)이다.
優遊超物外 사물 밖 벗어난 유유한 놀음
自在度朝昏 자재로이 보내는 아침 저녁
足踏千山月 천 산의 달 밟는 두 발
身隨萬里雲 만 리의 구름 따르는 이 한 몸
本無人我見 나 남이 없이 보는 본래의 소견이니
那有是非門 옳고 그름 갈린 문 어찌 있겠나
鳥不含花至 새가 꽃을 물어오지 않아도
春風空自芬 봄 바람은 저절로 꽃다운 것을
- 정관靜觀 일선一禪
- 휴식 / 해들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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