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마음의 바른 이해 (眞心正信)
화엄경(華嚴經)에 말씀하시기를
[믿음은 道의 근원이며 공덕의 어머니라 모든 선근(善根)을
자라게 한다]하셨으며,
또 유식(唯識)에 말씀하시기를
[믿음은 물을 맑히는 구슬(水淸珠)이 능히 흐린 물을 맑히는
것같다]하시니, 이것으로써 만가지 선(善)이 생기는 데는
믿음이 앞잡이임을 알겠도다.
그러므로 불경 첫머리에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하는 말씀을 둔 것은 믿음을 내게
하기 위한 것이니라.
어떤 이가 물었다.
조문(祖門=선문)의 믿음과 교문(敎門=교학)의 믿음이
어떻게 다른가?
대답이라.
여러 가지로 같지 않으니, 교문에서는 인천(人天)의 무리
로 하여금 인과의 법을 믿게 하되 복락(福樂)을 즐기는
이는 십선(十善)을 믿음으로써 묘(妙)한 인(因)을 삼고
인간과 하늘로써 즐거운 결과를 삼게 하며,
공적(空寂)을 즐기는 이에게는 생멸의 인연을 믿음으로써
바른 인을 삼고
고집멸도(苦集滅道)로써 거룩한 결과를 삼게 하며,
불과(佛果)를 즐기는 이에게는 삼겁(三劫)과
육취(六度)를 믿음으로써 큰 인을 삼고
정각(正覺)을 이룸으로써 바른 과로 삼게 하거니와
조문(祖門)의 믿음은 앞의 것과 매우 다르니라."
온갖 유위의 인과를 믿지 않고
오직 자기가 본래 부처라는 것만을 믿게 하니
천진한 자기 성품이 사람마다 구족하고
圓覺(원각)의 묘체(妙體)가 낱낱이 원만히 이루어져서
남에게 구할 필요가 없이 元來 스스로에게 갖추어
있느니라.
三祖께서 말씀하시기를
[원만하기가 허공같아서 모자람도 남음도 없건만
취하고 버리려는 생각 때문에 답지 못하다] 하셨고,
지공께서 말씀하시기를
[형상 있는 몸 속에 형상 없는 몸이요, 무명의 길 위에
생멸 없는 길이라.]
영가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無名의 실다운 性品이 곧 부처님 몸이요, 허깨비 같은
빈 몸이 곧 法身이라.]하시니, 이것으로써 중생이 본래
부처인 줄 알 것이다.
이미 바른 믿음을 내었더라도 반드시 잘 알아야 하나니,
영명(永明)이 말씀하시기를 [믿고도 알지 못하면 무명만
더하고, 알고도 믿지 않으면 삿된 소견만 더한다]하시니,
이것으로써 믿음과 견해가 겸비하여야 道에 들어감이
빠른 줄 알리라.
어떤 이가 다시 물었다.
처음으로 발심해서 아직 道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이익이
있겠는가?
대답이라.
기신론(起信論)에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이 법을 듣고 겁내는 생각을 내지 않으면,
이 사람은 결정코 부처 대를 이을 것이라
반드시 부처님들의 수기를 받으리라.
가령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중생을 교화해서
모두가 十善닦게 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잠깐이라도
이 법을 바로 생각함만 같지 못하니,
앞의 공덕보다 곱이나 수승하여 비유할 수 없다.]
또 반야경(般若經)에 말씀하시기를
[한 생각이라도 깨끗한 믿음을 내는 이는
부처가 모두 알고 모두 보나니 이 중생들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복덕을 받으리라.]하셨으니 ,
이것으로써 보건대 천리의 길을 가려거든 첫 걸음을 바르게
해야 할 것임을 알겠다.
첫 걸음이 틀리면 천리가 모두가 틀리는 것 같아서
無爲國(자성의 본체)에 들어가려면
첫걸음인 믿음을 바르게 하여야 하나니,
처음의 믿음을 잃으면 만가지 선이 모두 물러나리라.
그러므로 祖師께서 말씀하시기를
[털끝만치의 차이만 있어도 하늘과 땅이 아득히 막힌다.]
하심이 이 도리이니라.
- 선문촬요 -
여기는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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