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수경 스님, 바깥에서 안을 성찰 중인

2011. 5. 14. 12:37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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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떠난 사람...할 말이 없어”

 

[불교닷컴/봉축특집-④ 길에서 만난 수경 스님, 바깥에서 안을 성찰 중인
2011년 05월 12일 (목) 17:08:21

 

 

 

모든 걸 내려놓고 길을 떠났던 수경 스님을 그 길 위에서 만났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춘 스님.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수경 수좌가 바람처럼

어느 따뜻한 겨울바위 옆에서 졸다 죽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글로 화답했다.

그게 지난해 6월 14일이었으니 얼추 11개월만이다.

<불교닷컴> 취재진은 지난달 23일 수경 스님이 홀연히 떠났던 ‘길’ 위에서

스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수경스님이 지난해 5월 25일 조계사에 마련된 서울선원 개원식에서 4대강개발을 반대하며 기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0 불교닷컴
간화선 올바른 수행법인가?

간화선 올바른 수행법인가?

스님은 한국불교의 간화선병(病)부터 진단했다.

간화선이 올바른 수행법인지 의문이고,

제대로 지도 점검할 스님이 없다는 것이다.

“봉암사에서 20여년을 간화선 수행을 한

상좌가 얼마 전 토굴에 왔다.

묻더라.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갑갑해 미치겠다고.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스승이 없어서 그렇다. 누가 지도할 것이냐.

일례로 봉암사에서 적묵 스님을 조실로 모실려고

스님 70여명이 찾아왔다.

적묵 스님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나쁜놈 들.

내가 법이 없는데 어떻게 조실을 하느냐”며

청을 거절한 적이 있다.

그 때 적묵 스님은 내쳐

“5대총림 방장 가운데 제대로 지도점검해주는

이가 누가 있느냐”고 했다.

한 총림의 방장 스님이 옆자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방에 가보면 제각각이다.

염불, 위파사나... 등등

간화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의 경우, 선방에 처음 갔더니 화두 3개를 늘어놓고 골라잡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 1번 해보다 안 되니 2번 하고, 그래도 안 되니 3번을 해본다는 거다.

미얀마에 가보면 한국 스님들이 많이 와 있다. 인도 힌두교사원에서도 여럿봤다.

인도에서는 3km 가량을 걸으면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미얀마건 인도건 수행을 자유스럽게 한다.

한국사찰의 매력은 숲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숲은 생명력을 갖고 있다.

한국 사찰에서도 숲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숲은 병든 이들을 치유할 뿐 아니라 수행에도 이 보다 좋을 순 없다.“

한국 불교의 간화선에 대한 수경 스님의 문제제기는 간절했다.

스님은 2007년 <불교평론> 봄호에서 수행법과 관련,

“사찰 대부분 신도들의 신행은 기도와 염불과 참회가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도 조계종단에서는 간화선의 진작만을 내세운다.

신도들을 수행 유목민화해서는 안 된다.

한국 불교의 외호대중인 불자 대부분의 신앙행위가 간화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종단 차원의 배려는 없다. 종립염불원을 설립해 참선 이외의

많은 수행 방편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대해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교를 제대로 설명해줄 스님은 있나

스님은 다음 문제로 공부하지 않는 스님들과 불교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꼽았다.

"스님들이 공부를 너무 안 한다. 그러니 불교의 핵심을 모른다.

4념처 8정도를 비롯한 37조도품. 제대로 핵심을 짚어 설명하는 스님이 있나? 없다!

<반야심경> 첫 구절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에서 바로 핵심이 오온개공(五蘊皆空)인데 우리는 딴 데서 헤매고 있다.

우리가 불교를 잘못 설정해 놓은 것이다.“

예컨대 수경 스님식의 ‘우리가 잘못 설정한 불교’는 이런 것이다.

“미얀마 등을 순례할 때 배낭여행을 온 한국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열정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배낭을 메고 체험하며 걸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배우려는 열정과 바늘구멍같은 취업 등 현실적 고통에 절망하고 있었다.

종교, 불교가 이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 수많은 사찰,

불교단체들에서 이들에게 갈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해보면 참가자 상당수가 20~30대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품고 온다.

국가에서 안하면 종교계가 나서서 해야 한다.”

스님은 폐사지 문제도 거론했다.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걸망만 짊어진 채 길을 나섰던 스님이

처음 들른 곳이 폐사지라고 했다.

잡초 속에 간간히 긴단석이나 와편들만이 세월에 묻혀 있는 모양새가

맨몸으로 서 있는 스님의 모습과 공감대를 형성했을 법하다.

 

 

   

▲ 수경 스님이 2010년 3월 13일 여주 신륵사 입구

여강선원 개원식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2010 불교닷컴

 

 

걸망지고 잡초무성한 폐사지에 서서

스님은 “폐사지 자료조차 찾을 수 없어 어렵사리 구한 책자에 의지해 여러 곳을 둘러봤다.

먹먹하더라. 종단에서 5대 결사라는 큰 화두를 내걸었다.

그런데 폐사지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가 방향설정의 구체성에서 문제점을 보인것 아닌가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폐사지를 복원한다고 한다.

우리가, 불교계가 나서서 할 일이다. 자료를 찾는 일부터 복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연구해야 한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이곳들이 폐사지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안타깝다.”고 했다.

스님은 최근 조계종 종령기구인 불교사회연구소에

사패산터널 보상금이 사용된다는 소식에 이 돈의 성격을 세세히 설명했다.

스님은 조계종단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환경 생태운동에 사용하되, 당시 북한산(사패산터널) 환경운동에 동참했던

단체들의 합의를 거쳐야 하며, 보상금을 받게 된 경위를 자세히 종도와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참회한 뒤라야 한다고 했다.

이 뜻을 전해들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달 25일 불교사회연구소 운영비는

별도의 재원으로 운영토록 했다. 또 보상금은 중앙종회의장 보선,

교육원장 현응, 호계원장 법등 스님 등 3명의 공동명의로 예치할 것도 지시했다.

수경 스님은 한동안 폐사지를 순례하다 지난 겨울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인도 등을 돌아본 뒤 최근 귀국했다.  

 

 

   

▲ 수경스님이 2008년 9월 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열린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는 오체투지 순례 출발행사에서 문규현신부와 나란히 서서 기도를 하고 있다. ⓒ2008 불교닷컴

 

 

일종식 발우공양 수행 결기는 여전

수경 스님이 갑자기 환경운동을 중단하고 잠적한 이유에 대해

도법 스님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좌절감이 치솟았고 화가 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 문제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데 정부는 아무런 의식이 없고,

불교계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좌절감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도법스님은 설명했다.

우리도 그렇게 미뤄 짐작할 뿐이다.

스님의 토굴 주변엔 농익은 봄이 왔다. 구절초가 지천으로 파릇한 싹을 올리고,

가까이는 분홍 진달래, 멀리는 하얀 산벚이 제 색들을 드러냈다. 목련과 개나리도 한창이다.

방안은 마른 한기가 돌았다. 침대와 옷가지를 담은 작은 수납장,

책상 위 노트북과 몇 권의 책이 세간의 전부다. 삼보일배로 망가진 무릎이 불편하다며

바닥에 내려앉질 못했다. 침대가 그래서 필요해 보였다.

1951년생. 환갑 나이에 전국을 기어 다녔으니 그럴 법도 하다. 걸을 땐 제법 많이 절뚝거렸다.

머리와 수염을 정리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눈빛에서 보이는 결기는 더 단단해 보였다.

혼자 발우공양을 했다. 저녁은 먹지 않는다는 걸 보니 일종식을 하는 모양이다.

문수 스님도 1,000일을 일종식(하루 한끼만 식사하는 수행법의 하나)하며 묵언수행하다

작년 이맘 때(5월 31일) 낙동강 지류에서 몸을 불살랐다.

수경 스님은 떠날 때 남긴 편지에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나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명을 아우르는 모습에

지금의 내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고 했다.

“스님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뭘 또... 그 땐 여기 없을 거여”

다시 길을 나설 셈인가 보다. 왜 떠났는지, 언제 돌아올지 묻지 않았고 답을 주지도 않았다.

스님은 얘기 마디마다 “난 떠난 사람이라 할 말이 없어”라고 되풀이했다. 

수경 스님의 떠남은 '바깥'에서 불교의 내재적 한계를 성찰하는 방편인 듯 했다.

스님은 내려놓을 엄두도 못내는 우리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은 살다 보면 누구나 기대하지 않은 어려움으로 인해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발전합니다. 지금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부딪혀 있는 사람은 그 어려움이 나에게 온 축복이자 숙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고 불평불만만 하다 가면 이 세상에 와서 괜한 헛고생만 하는 셈이 됩니다. 사람을 제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공포와 두려움과 절망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두려움이나 절망감에 자신을 던지지 마세요. 그것은 바로 죽음 속에 자기 자신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은 용기와 뜨거운 가슴입니다 - 좋은글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