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좌5계(首座五戒) / 성철스님
성철 스님은 참선을 수행의 근본으로 강조하는 까닭에 선방(禪房)
수좌(首座.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 들에게는 특별히
'수좌5계(首座五戒) '를 지키라고 가르쳤다.
수좌5계란 '수좌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이란 뜻인데,
성철 스님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어 소개한다.
5계는 1.간식하지 말라, 2.돌아다니지 말라, 3.말하지 말라,
4.잠을 적게 자라, 5.책 보지 말라 등으로 기본적으로 금기.금욕의 가르침이다.
성철 스님이 강조한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간식하지 말라'는 세 끼니 외에는 먹지 말라는 뜻도 되지만 원칙적으로
'적게 먹으라'는 의미다. 간식은 말할 것도 없고, 세 끼 식사를 학(鶴) 처럼
먹으라고 했다.
"학과 같이 고고한 영물은 자기 위장 크기의 7할 이상을 먹지 않는다"며
"하물며 사람이 짐승보다 못해서 배 터지게 먹어 위장 상하고 건강을 망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곤 했다. 그래서 과식하고 소화제 먹다가 큰스님께
들키는 스님이 생기면 그 날은 선방 전체가 긴장하곤 했다.
음식에 대한 욕구을 자제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이라는 가르침이랄 수 있다.
둘째,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은 "선방 수좌라면 좌복 위에서 앉았다 섰다 해야지,
산천유람 삼아 아무 건덕지도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는 의미다.
아무 곳 선방의 좌청룡 우백호가 어떻건, 어느 토굴이 명당인데 거기에 가서
정진만 하면 도가 트인다는 등 터에 집착하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배울 만한 선지식(참선수행의 스승) 이 있으면 그곳이 명당이라는 얘기다.
셋째,'말하지 말라'는 곧 묵언(默言) 이다.사람들이 모이면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시작해서 음담패설을 지나 끝내는 남의 허물을 들먹이며 입을 아프게
하는데, 그만큼 실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는 의미다.
동시에 "선방에서 정진하면서는 일절 남의 허물을 보지 않고 내 허물만 보고
살아야 조금은 수좌의 본분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란 당부다.
사실 선방에서 한철 살면서 큰스님의 '말하지 말라'는 원칙을 지켜보겠다는
의욕에 '묵언(默言) '이라고 새긴 나무조각을 목에 달고 다니는 스님도 봤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인 동시에 "나는 묵언하는 사람이니 나에게
말을 걸지 말라"는경고다.
그러면 그리 알고 다른 스님들이 묵언패(牌) 찬 스님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되는데, 일부 스님들은 묵언의 다짐을 깨보려고 짓궂게 말을 걸거나 장난을
하기도 한다. 간혹 말을 안 하는 대신 종이에 온갖 할 말 안할 말 적어가며
옆사람을 번거롭게 하는 스님도 있다. 모두 다 성철 스님의 꾸중을 들을 일이다.
넷째,'잠을 적게 자라'는 것인데, 눕지 않고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 나
잠을 자지 않고 참선에 전념하는 용맹정진(勇猛精進) 을 강조해온 큰스님의
가르침과 같은 맥락이다.
성철 스님은 "세속에서 서울대학에 가려면 4시간 이상 자면 안된다고 해
4당5락(四當五落) 이니 하는데, 하물며 선불장(選佛場.부처님을 뽑는 곳.
선방을 의미) 에서 4시간 이상 자서야 되겠느냐"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해인사 선방에서는 4시간 이상 못 자게 했다.
다섯째,'책보지 말라'는 가장 논란이 많은 가르침이다. 선방의 수좌는 화두를
들고 참선에 전념해야지 경전이나 어록 등 불교서적을 보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불교서적을 가장 많이 섭렵한 성철 스님이 그런 말을 하니 일부에선
"당신은 경전이나 어록 등 책을 다 보고서 남들은 왜 못보게 하나"라는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성철 스님이 열반한 뒤 언젠가 법정 스님이 "성철 스님이 혼자 책을 다 보고서
후학들에게 읽기를 엄금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의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백양사 방장인 서옹 큰스님을 찾아 뵙고 여쭌 적이 있다.
- 서옹 스님의 답변.
"성철 스님 때는 마땅히 배울 스승이 없었어. 그래서 자신이 대장경이다 어록
이다 해서 다 읽었지. 그런데 그렇게 공부하고 보니 마음을 깨치는 선방
수좌에겐 많이 보고 읽는 것이 소용없더란 것을 알았지. 수좌라면 오로지
참선하는 것 밖에는 마음을 깨치는 다른 길이 없음을 확실히 아셨지."
원택 <성철스님 상좌>
학승이시면 선승이신 성철큰스님의 법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