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마음이 충렁거려 괴롭습니다/현정선원

2012. 4. 13. 20:4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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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 1

여전히 보이고 들리는 것에 마음이 출렁거려 괴롭습니다.

 

< 답변 >

'괴로운 것'과 '괴롭지 않은 것'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니오. 이 세상이 인연

따라 수도 없이 바뀌지 않소? 쓰나미가 오고 허리케인이 와서 온 세상을

휩쓸어가도, 그 겉모양이 인연따라 어떻게 바뀌건 간에, 그 본체는 늘 그대로라는

사실을 꿰뚫어 봐야 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본다고 할 때, 거기에는 '보는 자(能見)'가 있고 '보는 바(所見)'가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지만, 하나의 신령한 성품바다(一眞性海)에 들면 능견도

소견도 하나의 물결일 뿐인 것이오. 그 각자가 독립적인 기능이 있어서 '보는 자'가

'보이는 바'를 보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자기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출렁거리는

파도는 없는 것이 분명하지 않소? · · · 자체로 성품이 없는 것이오. 물결치기는

물결치는데 '물결치는 놈'이 없고, '물결치는 놈'이 없으니 '물결친 바'도 없는 것이

진실이오. 그래서 이 세상은 천파만파가 출렁이는 이대로인 체로 적멸(寂滅)하다고

하는 것이오.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는 이 세상 일체만법이 모두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없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있다'만 보내는

것이 아니고 '없다'에도 머물지 않소. '있다'도 보내고 '없다'도 보내고, 보냈다는

생각도 보내고 나서야 그 때 비로소 영각성(靈覺性)이 우뚝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오. 그것이 바로 바다의 천파만파만 보다가 물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이오.

 

실제(實際)란 없소. 여러분 눈앞에 보이고 들리는 현전상은 여러분이 허망하게

지독한 꿈을 꾸느라고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로 오인하고 집착함으로 말미암아 내

마음속에 눌어붙은 허망한 업의 그림자요. 그 그림자에 현혹되지 않고 물들지 않을

수 있으면 그 사람을 일러 힘있는 큰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니 그 사람이 바로

부처인 것이오.

 

-현정선원 법정님의 법문-

 

 

< 질문 > 2

현재의 삶에 별 큰 어려움도 없고, 법회도 덤덤히 습관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답변 >

오죽하면 범부(凡夫)라고 하겠소? 궤짝 속에 들어앉아(凡) 있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 말이오. · · · 스승이 그 모습이 안 됐어서 "그 답답한 궤짝 속에서 나와라"

해도 "그냥 이 안에서 그럭저럭 살만해요" 하는 꼴이오.

 

어머니가 실수를 저질러서 태(胎)속에 아기를 가진 체 감옥에 들어갔다 상상

해봅시다. 그리고 그 아기가 태어나서 그 안에서 다 클 때까지 자랐다 칩시다.

· · · 그 아이는 그 감옥 안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을 거요. 보는 이, 죄수들과

간수들뿐이니 그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질 않겠지. · · · 그러다

어찌어찌 하여 출소해서 바깥 세상에 나와보니, 이건 도무지 그동안의 자신의

생활과는 너무나 다르네? 도무지 어울릴 수도 없고,· · · 그러다 결국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하다가 다시 돌아간 곳이 어딘 줄 아시오?· · · 다시 교도소

앞에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하면 다시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궁리를 하는

거요. · · · 결국 여차저차 해서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고 나니 이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네? · · ·

 

지금 누구 얘기 하고있는 줄 아시겠소? · · · 여러분도 마찬가진 거요. 어머니

배밖에 나오면서부터 이 육신이라는 탈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산 거요. 그러니

영락없이 이 몸이 '나'요. 그리곤 그 속에 갇혀 평생을 두고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 편안한 것과 불편한 것들에만 온 정신이 팔려 살아가고 있는 거요. 그러니

어디 그 탈바가지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할 수나 있겠소? · · · 감옥에 처박혀

있는 놈이 도무지 자유천지에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 · · 입만 벌이면 자유가

어떻고 자유의지가 어떻고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이 얼마나 겹겹이 갇혀 사는

줄을 모르고는, · · · 그 길들여진 분위기, 그 업(業)이 좋아서 그냥 그대로

그 안에서 살고싶은 거요. 벗어날 생각을 안 하고, · · ·

 

 

-현정선원 법정님의 법문-

 

 

 

 

잊지마라 ! 그대가 행성의 여행자라는 사실을 . ./법상스님

 

 

삶이란 길고 긴 여행.
생이란 오랜 여행 중 잠시 들르는 간이역일 뿐.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낯선 여행지마다 잠깐씩 들러
보고 배우고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자하는
끊임없는 변화의 경험이다.

즉 안주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다.

영겁의 여행 속에서
지구라는 행성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 온 우리들이
여행자 본연의 목적을 잃지 않기를.

여행은 곧 구도의 행각이다.
이 구도 여행의 참된 의미를 잃고
이 곳에서의 삶에 머물러 집착하고, 속박당하며,
무엇이든 부여잡으려고하는 나의 길동무 도반들에게,
또한 마찬가지로 망각을 일삼는 나 자신에게
죽비로 경책해 본다.

여행자여, 잊지 말라.
그대가 왜 이 곳에 와 있는지를.
그대가 행성의 여행자란 사실을.

구도자여, 잊지 말라.
여행자는 끊임없이 떠돌며 흐를 뿐,
어디에도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만행하는 구도자에게 삶은 하나의 연극이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일 뿐,
슬픔도 좌절도 진짜가 아님을.

지금 그 자리에서 순간순간 여행을 즐길 뿐,
머물 곳을 찾지 말라.

또 다른 여행지로
언제 다시 출발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매 순간 떠날 마음의 채비를 갖춰놓는게 좋을 것이다.

당신의 여행은 얼마나 가벼운가.
여행 가방이 너무 무겁지는 않은가.
걸망이 가볍다면 떠남이 두렵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