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0. 16:4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마음으로 헤아려라"
금강산 어느 절에 한 소년이 출가의 뜻을 품고 들어왔다.
소년은 땔나무 백 단을 한 달 안에 하면 제자로 받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절을 떠나겠다고 큰스님 앞에서 제 스스로 다짐을 놓았다.
그러나 소년은 지게 지는 일이며 도끼질하는 것이
서툴러 며칠이 지나도 변변한 땔나무를 해 오지 못했다.
그것을 본 큰스님은 열 단이든 아흔아홉 단이든 쫓겨나기는 마찬가지니
고생 그만하라는 뜻으로 소년에게 일찌감치 떠나라고 했다.
그러나 소년은 “쫓겨날 때 쫓겨나도 열 단보다는 아흔아홉 단을 해 놓고
가겠습니다. 꾀 많은 여우보다 미련한 곰이 되고 싶습니다” 라며 고집을 부렸다.
큰스님은 소년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그럼, 미련한 곰 노릇 좀 해보아라”
마침내 약속한 한 달이 내일로 다가왔다. 소년은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나무를 했지만 겨우 예순아홉 단밖에 채우지 못했다.
소년은 눈물이 솟구쳤지만 한 단이라도 더 해서 일흔 단을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밤중에 산을 오르다 그만 발을 헛디뎌 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다음날 큰스님이 지게와 도끼가 없어진 것을 보고
산속으로 찾아온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큰스님은 호통 아닌 호통을 쳤다.
“눈으로 헤아린 너에게는 나뭇단이 예순아홉 단이겠지. 그러나
내가 마음으로 헤아려 보니 너의 나뭇단은 백 단도 넘고 이백 단도 넘느니라.”
그렇게 큰스님의 제자가 된 소년은 바로 근세 불교의 마지막 수좌로 일컬어지는
금오 스님이다.
그는 평생 한없이 자기를 낮추는 마음으로 거지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던 수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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