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2. 19:1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금강경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 덕민스님
선인의 자취가 배어있는 율시(律詩)감상
시원한 누각에 올라 황학을 타보라!
한 주에 먹황학루 무너지니
주관-객관 단박 사라지고
한 번 발길질에 앵무주 마르니
이는 아공-법공 조화된 세계라
덕민 스님은 "선인의 자취가 곳곳에 스며든 역사의 현장을 돌면 후대로 이어줄
정신문화를 보다 값지게 일궈야겠다는 각성이 든다"고 말했다.
금강반야바라밀이나 禪에서는 춥고 덥고를 따로 구별하지 않습니다.
추울 때는 추워하고 더울 때는 더워하며 추위와 더위를 담연히 마중합니다.
我相이 남아 있어 實相을 바로 보지 못한다면 추위와 더위에 흔들리게 되겠지요.
선풍기가 등장하고 다시 또 에어컨이 등장하기 전에 우리는 합죽선을 펴들고
시조를 읊으며 더위를 물리치곤 했습니다.
기계의 노예가 되고 피서지에서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며 더위를 물리칠 것이 아니라,
솔바람 부채 바람과 함께 풍류가 살아있는 옛 정서를 다시 불러들여 더위를 마중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律詩를 챙기며 옛 정취에 젖어봅시다.
千年王都도 거닐어 보고,시원한 누각에 올라 황학을 타는 신선도 되어 봅시다.
때때로 선인의 자취가 곳곳에 스며든 역사의 현장을 돌면 후대로 이어 줄 우리의
정신문화를 보다 값지게 일궈야겠다는 각성이 일어납니다.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성루, 강릉의 의상대 등에는 낙성을 기념하여 열리는 백일장에서
최고로 선발된 율시들이 주련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적지를 다니며 주련에 소개된 많은 율시들을 놓치는 것은
곧 누각에 얽힌 선인들의 일화와 정신의 흐름 등을 놓치는 일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율시는 경주를 회고하는 것인데, 율창의 대가인 정병태씨가 정리하여
시조 악보에 남겨놓은 것입니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경주의 왕릉을 돌아보며 신라의 정신문화에 대해 찬탄했습니다.
우리도 千年古都의 숨결을 음미하면서 율시를 감상해봅시다.
1. 懷 古 회고
鷄林遺事問無憑 極目蕭條感廢興(首聯)
계림유사문무빙 극목소조감폐흥(수련)
계림의 역사 궁금하나 물을 곳 없고,
보는 곳마다 덧없고 쓸쓸하여 폐흥만 느껴지네.
流水一千年古國 荒烟四十八王陵(함聯)
류수일천년고국 황연사십팔왕릉
물은 천년의 왕조를 흘러왔고,
연기는 마흔 여덟 왕릉을 거칠게 덮었도다.
瞻星臺屹飢烏集 半月城空野鹿登(頸聯)
첨성대흘기조집 반월성공야록등(경련)
첨성대 높은 곳엔 주린 까마귀가 모여들고,
반월성 텅 빈 곳엔 들 사슴만 오가는데
漠漠平郊秋草合 斷橋孤渡夕陽僧(尾聯)
막막평교추초합 단교고도석양승(미련)
아득한 들녘에 가을 풀이 무성하고,
끊긴 다리를 석양의 스님이 외로이 건너도다.
* 이 律詩는 일제 강점기에 경주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장원에 오른 시입니다.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시조 악보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유수(流水)와 황연(荒烟)이라는 표현에서 덧없는 세월과 망국의 한을 엿볼 수 있습니다.
2. 黃鶴樓(崔顥) 황학루(최호)
昔人已乘黃鶴去 此地空餘黃鶴樓
석인이승황학거 차지공여황학루
옛 선인은 황학 타고 가버리고,
이 땅엔 텅 빈 황학루만 남았네.
黃鶴已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
황학이거불복퇴 백운천재공유유
황학이 떠난 뒤에 다시 오지 않으니,
흰 구름만 천년 동안 유유히 노니네.
晴川歷歷漢陽樹 芳草처처鸚鵡洲
청천력력한양수 방초처처앵무주
비 개인 맑은 냇가에 한양 길 가로수 또렷이 비치고,
풀 향기는 앵무주에 무성한데
日暮鄕關何處是 烟波江上使人愁
일모향관하처시 연파강상편인추
날 저물어 돌아갈 고향은 어디메뇨,
노을 빛 물결치는 강가에 시름 만 잠기네.
* 황학루의 유래는 중국의 삼국시대 오나라에서부터 이어집니다.
어느 날, 신선같은 한 노인이 무창에 있는 신씨라는 노파의 주막을 찾아와 술을 청했습니다.
신씨는 노인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대접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노인은 같은 시간대에 주막을 찾아 계속 술을 청하곤 했습니다.
신씨는 그 때마다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잔을 내주었습니다.
반년이 넘도록 공짜 술을 마시던 노인이 하루는 그동안 밀린 술값을 내겠다면서
그동안 안주로 먹던 노란 귤 껍질로 한 마리의 학을 만들어 벽에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학이 아주 생생하였습니다. 노인은 황학의 그림을 가르치며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면 저 학이 살아 나온다’고 말하고 사라졌습니다.
신씨는 학의 그림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노란 학이 튀어나와 신씨의 노래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이 소문을 듣고 많은 풍류객들이 주막을 찾아왔고 신씨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10년이 지난 후 노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신씨가 술을 대접하려는데 노인은 술은 사양하고 그 대신 소매 자락에서 꺼낸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러자 피리 소리를 들은 노란 학은 그림에서 튀어나와 노인을 태우고
구름 위로 훨훨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노인도, 학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씨는 주막을 헐고 노인과 학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정자를 지었습니다.
이 것이 바로 황학루의 유래입니다.
신씨의 대접이나 노인의 그림이 모두 無心(無相, 無住의 布施)으로 이루어진 일이기에
신통스런 학의 춤(妙用)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여기서 소개하는 ‘최호’의 ‘황학루’는 경관 좋고 규모가 가장 크기로 이름난 황학루에서
지은 시입니다. 율시 중에서 최고로 찬탄 받는 시인데 황학루의 낙성식 기념 백일장에서
장원에 오른 시입니다.
최호는 이백, 두보 등과 같은 시대 사람이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인데
이 ‘황학루’를 짓고 유명해졌습니다. 뒷날 황학루에 오른 이백(李白)이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최호의 韻(운)에 맞추어 시를 지으려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자
‘崔顥詩在其上頭(최호시재기상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후에 금릉(金陵)의 봉황대(鳳凰臺)에 올라 ’봉황대‘ 시를 지어 최호의
’황학루‘와 쌍벽을 이루게 되었지만 황학루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최호‘의 ’황학루‘는 ’장계‘의 ’한산사‘ 처럼 無心의 상태에서 詩를 지었기 때문에
불후의 명작이 된 것입니다.
* 第一,首聯과 第二, 聯은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했고,第三,頸聯과 第四,尾聯은
노을지는 봄날에 진한 향수에 젖는 나그네의 심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3. 眞淨克文禪師 진정극문선사
一拳拳倒黃鶴樓 一踏踏飜鸚鵡洲
일권군도황학루 일답답번앵무주
한 주먹으로 때려서 황학루를 거꾸러뜨리고,
한 번 발길질로 차서 앵무주를 마르게 한다.
有意氣時添意氣 不風流處也風流
유의기시첨의기 불풍류처야풍류
의기가 있을 때에 청정한 의기가 되살고,
풍류가 없는 곳에 풍류가 다시 일어난다.
* 이 시는 향곡스님이 머무르시던 관음사 선방 주련에 씌어져 있는 글입니다.
당나라 진정극문선사의 오도송인데, ‘황학루’ 시와 관련이 있습니다.
* 第一, 起句는 색(色)을 떠난 경지에 관한 표현입니다.
황학루와 같이 아무리 화려한 모습이라도 진리의 입장에서는 군더더기일 뿐이므로
한 주먹으로 쳐서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삼십이상으로 보지 않고 텅 비어 있는 한 모습의 진리로 보았을 때
비로소 부처님을 보는, 금강경 도리인 것입니다.
이 경지는 부처님과 나, 주관과 객관이 모두 떨어져 나간 경지입니다.
第二, 承句는 성(聲)을 떠난 경지에 관한 표현입니다.
한 번의 발길질로 앵무주를 차서 아름다운 물소리마저 역행시켜 말려버린다는 뜻입니다.
소리와 색깔이 다 사라져 버리고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이 이루어진 도리를 말합니다.
第三, 轉句와 第四, 結句는 아공과 법공이 이루어진 경지에서 뜻을 낼 때
청정한 마음이 되살아나고 妙有가 활발히 움직이게 되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성색(聲色)이 비워지지 않는 한,우리의 일상생활은 흔적이 남아서 청정하지 못합니다.
성색을 떠나고 아공과 법공의 상태에서 현실을 마주하면 모든 것이 공허할 듯 여겨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맑고 깨끗하기 때문에 활달자재함이 우러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만이 임금에게는 공경(敬)이라는, 부모에게는 사랑(慈)이라는,
아들에게는 효도(孝)라는 청정한 풍류가 되살아납니다.
김천두 / 난초
덕행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 볼테르(Voltaire 1694-1778) 본명: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Francois Marie Arouet)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 철학자 난(蘭) 앞에 서면 / 홍해리 천상천하의 바람도 네 앞에 오면 춤, 소리없는 춤이 된다 시들지 않는 영혼의, 적멸의 춤이 핀다 별빛도 네게 내리면 초록빛 에머랄드 자수정으로 백옥으로 진주로 때로는 불꽃 피빛 루비로 타오르고 순금이나 사파이어 또는 산호 그렇게 너는 스스로 빛나는데 난 앞에 서면 우리는 초라한 패배자 싸늘한 입김에 꼼짝도 못한다 언제 어디 내가 있더냐 일순의 기습에 우리는 하얗게 쓰러진다 천지가 고요한 시간 우리의 사유는 바위 속을 무시로 들락이고 때로는 하늘 위를 거닐기도 하지만 무심결에 우리를 강타하는 핵폭탄의 조용한 폭발! 드디어 우리는 멀쩡한 천치 백치 …… 가장 순수한 바보가 된다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춤사위에 싸여 조용히 조용히 날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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