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일여라는 방편 / 대혜선사

2014. 8. 28. 00:2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오매일여라는 방편 / 대혜선사

 

 

이 질문들 가운데 "깨어 있는 때와 잠잘 때에 한결 같은가?"는

오매일여라는 말은 대혜르 참된 깨달음으로 이끈 방편이었다.

담당이 말하기를

"내가 방장 속에서 너에게 말할 때에는 곧 선이 있다가도 방장을 나오자마자

곧 없어져 버리고, 깨어서 생각할 때에는 곧 선이 있다가도 잠이 들자마자

곧 없어져 버린다."고 하였는데, 대혜는 여기에서 벽에 부딪힌 것이다.

선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대혜를 이처럼 극복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담당의 방편이었다.

 

깨어있을 때와 잠잘 때에 한결같다는 말의 뜻을 오해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 무리가 있다.

한 무리는 한결같다고 할 만한 무엇이 있어서 깨어 있을 때에도 그것이

변함없고 또렷이 의식되고 있으며, 잠잘 때에도 변함없이 또렷이 의식이

되어서 결코 끊어지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 순간도 의식을 놓지 않는 것으로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라고 하면서 이런 것을 일러 오매일여라고 한다.

이들은 방편을 진실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며,

단상이변에서 상변쪽으로 치우친 외도들이다.

 

다른 한 무리는 늘 정신을 바짝 차려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주인공 노릇하는 것을 공부로 삼아, 깨어 있을 때에 모든 일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는 것처럼 잠자면서도 역시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주인공 노릇하면서 모든 일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경계에 끄달리지 않는

자기 자신을 확립하는 것이 곧 마음공부라고 여기고, 경계를 물리쳐야 할

삿된 망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한다.

아공법공을 모르고 주인공이라는 '상'을 만들어 집착하니 '아상'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한 무리는 말하기를, 우리의 마음은 허공과 같고 의식은 햇빛과

같은데 해가 떠올라 햇빛이 허공 속에 빛나 삼라만상을 밝게 비출때에도

허공은 밝은 적이 없고, 해가 져서 삼라만상이 어둠 속에 묻혀도 허공은

어두운 적이 없는 것처럼, 깨어 있을 때에 의식이 밝아도 마음은 밝은

적이 없고 잠잘 때에 의식이 어두워도 마음은 어두운 적이 없이

언제나 변함이 없다고 한다.

 

------------------------

  

 대부분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이 이 세 부류 속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언어는 이 법을 정확하게 드러낼 수 없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말일 뿐, 진리가 아닙니다.

아마도 어떤 스승밑에서 깨쳤다면 그것은 그 분의 말의 의미를 생각해서

깨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냥 그 한 마디가 인연이 돼서 자신의

본 모습이, 본성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깨친 사람들의 수많은 말은 마치 내가 그리지도 못한, 보지도 못한 애인의

모습같습니다. 실제로 한번 탁 보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이해는

하겠지만 그게 결국 '님'을 그리는 손가락일 뿐, '님'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시비분별은 모두 방편을 잘 못 이해해서 자꾸 군살이 박힌 것입니다.

이것도 자신의 몫입니다.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군살이

생기는 지도 모르고, 또 다른 사람은 군살이 생기는 대로 쪽쪽 없애는

사람이 있고, 일부는 군살이 박혀서 어디에도 걸림없이 다녀도 상처가 생기기

않는 사람도 있고, 제일 이상한 사람도, 이런저런 군살을 모아서 분석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믿을 만한 선지식이 나와서 "모두 멈추시오! "하면 어떤 사람은 순간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이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계속 하던 일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멈추기는 멈췄는데 생각을 굴리고 있죠,

언제 다시 시작할까? 하하, 그게 인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인연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이 순간에

바로 멈추지 못한다면 계속 이어져 가는 것입니다.

 

물 컵에 물이 있습니다. 물이 반 잔있느냐, 아니면 반밖에 없느냐?

이게 생각입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런 게 아니고 물이 중요합니다.

컵 모양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물입니다.

나눠질 수 없고 분리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살리는 생명수입니다.

물에 무슨 오매일여가 있고 주인공이 있고 담당이 있고 대헤가 있고

방편이 있고 허공이 있고 '나'가 있습니까? 그저 물입니다.

흘러가는 물, 지금 생생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이뿐입니다.

절대 견해를 가지지 마십시오. 이런 방편은 그저 자신의 망상이 부딪히는

벽일 뿐입니다. 망상은 알다시피 잘 부딪히지 않고 언제나 뱀처럼

매끄럽게 순간적으로 빠져나가거든요. 그것을 잡기위한 그물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