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4. 12:3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할 것은 오직 수행 뿐
꽃은 화려하게 피어있으면서도
나는 화려하다고 자랑하는 마음도 없어.
하룻밤 새 떨어져버려도
꽃 자신은 떨어졌다고 해서 아까워하는 생각도 없어.
무심하다 그 말이야.
그런데 꽃을 피워야하는 사람은 피어있을 때는
그렇게 곱다고 야단하다가 꽃이 지면 아까워한다 그 말이야.
그것 뿐 아니라 사람은 돈이 잘 벌리거나
높은 자리에 영전하거나 하면 온통 집안에 경사가 났다고
좋아하고 야단이다가 재수가 없어서 살림이 망했거나
높은 자리에서 떨어져서 파면을 당하거나 하면
그냥 밥을 못먹고 잠을 못자고 그렇게 속을 상한다.
그러니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식물인 저 꽃만도 못한다는 고인의 게송이 있습니다.
방금 조실스님(故 전강스님) 녹음법문을 통해서
활구참선법 최상승법에 대한 간곡한 법문을 들었습니다.
조실스님 법문 한 대목만 들으면 사실 오늘
무슨 더한 법문을 들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불교 가운데는 참선이 제일 수승한 법이고 참선 가운데도
활구참선이야말로 확철대오하는데 가장 지름길.
활구참선을 해나가는데는 화두, 공안을 참구해가지고
공안을 타파함으로써
자기의 본래면목 자기의 마음자리를 깨달아 버려.
화두 하나만 제대로 참구할 줄 알면
그것이 바로 참선을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회 때마다
화두참구법에 대해서 항상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화두는 공안이라고도 하는데
이론, 지식, 분별로 따져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기 때문에 화두를 철학적으로 이론적으로
부처님 교리로 온갖 지식과 상식을 동원해서
이렇게도 따져보고
저렇게도 따져보고
그래가지고는 깨달음에 이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량분별을 사용하지 않고 이 공안을 참구해.
그것이 참 천하의 간단하고도 쉬운데
실제로 해나가는 것을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분별을 하고 있고 따지고 있다 그 말이야.
그래가지고 그럴싸한 해답을 얻으면 바로 깨달은 게 아닌가
스스로 착각을 하고. 그런 경우가 왕왕 있어.
참선은 죽비치고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야.
꼭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도 하고 누워서도 하고
걸어가면서도 하고 일하면서도 하고 차타고 가면서도 하고
심지어는 속이 상할 때는 하고 슬플 때고 하고 기쁠 때도 하는 것이야.
見色非揀色이요, 色聲不是聲이라.
온갖 색을 봐도 색에 관여하지 않고,
온갖 소리를 듣되 소리에도 끄달리지 않는다.
色聖不疑處면, 親到法王城이라.
온갖 색과 소리에 의심없는 곳이
바로 그곳이 법왕의 성에 도착한 곳이다.
우리 중생은 눈으로 온갖 색상을 보면 거기에 끌려가
분별심이 일어나고 번뇌망상이 일어나고,
무슨 소리를 들으면 칭찬하는 소리, 욕하는 소리, 새소리,
음악소리,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서 분별심을 내고
짜증을 내고 때로는 기쁜 마음을 내고 슬픈 마음을 낸다.
수행하는 사람은 보되 끌려가지 말고 이뭣고.
온갖 소리를 듣되 집착하지 말고
소리를 듣자마자 이뭣고 화두를 거각한다.
황벽(黃檗)스님께 여쭙기를
"어떤 것이 계급에 떨어지지 않는 도리입니까?"
계급이라 하는 것은 소리를 듣거나 색상을 눈으로 보거나
우리의 안이비설신의를 통해서 색성향미촉법 6진(塵)을 상대할 때
좋은소리 나쁜소리 온갖 차별경계를 계급이라 하는 것이야.
일체 차별경계에 떨어지지 않는 도리가 무엇입니까 물었어.
황벽스님께서 이르기를
"다만, 종일 밥을 먹되 한톨의 쌀도 씹은 바가 없고,
종일 걸어가되 한 조각 땅도 밟은 바가 없다."
쌀을 씹지 않는다 그 말은 밥을 먹되 맛이 있다, 없다, 질다, 되다
이러한 생각이 일어나면 벌써 쌀을 씹고 있는 거여.
깨닫지 못한 경계에서는 화두의단만 독로하도록
종일 걸어가되 한 쪽의 땅도 밟지를 않어.
어떻게 걸어가는데 땅을 밟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밟고 걸어가되 땅이 평평하다 어쩐다는 분별심이 일어나질 않어.
이러할 때에 내라 하는 생각, 내가 걸어간다는 생각,
내가 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 인아상(人我相)이야.
종일토록 일체 사물에 여의지 아니하고
여의지 않되 일체경계에 현혹되지 않는다.
이것을 자재인(自在人)이라고 해.
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귀를 막고 모양이 보기 싫다고 해서
눈을 막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뜨고 귀를 열어놓되
보되 본바가 없고 듣되 들은바가 없고
화두에 대한 의단만 독로하게 잡두리를 해나가는 것이야.
종일토록 일체 일을 여의지 아니하되
일체 경계에 현혹된 바가 없어야 자재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완전한 자재인이 될 수 없지만, 자꾸 화두를 거각하고
또 거각하고 놓쳐버리면 챙기고 또 챙기다 보면 나중에
화두를 들지 아니해도 화두가 독로하게 된다.
의단이 독로하도록 잡두리 해나가면 경계에 흔들림을 받지 않게 된다.
지나간 과거도 간 곳이 없고, 현재도 집착함이 없고,
미래에 대해서도 오는 것을 생각하지 마라.
뭐하러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고 앞으로 올 일을 미리 생각하고
현재 닥쳐있는 일을 집착할 것이냐 그 말이야.
오로지 화두만을 거각해라.
그래가지고 단정히 앉아서 일체 것을 다 놔버리고,
마음의 긴장도 털어버리고,
몸뚱이의 긴장도 다 털어버리고,
목에도 힘을 주지 말고, 눈에도 힘을 주지 말고,
다못 입을 한일자로 딱 다물고, 눈은 평상으로 뜨고
그리고서 이뭣고, 이뭣고... 이뭣고한 이놈이 뭐꼬.
이렇게 생각생각을 단속해서 행주좌와 어묵동정
일체처 일체시에
간절히 간절히 단속을 해서 의단이 독로하도록
하루하루를 한시간 한시간을 노력해갈 것이라.
이 불법 문중에서 천사람 만사람이 참선을 한다고 하지만
겨우 서너사람 정도 밖에는 도를 깨닫는 사람이 없어.
왜 그러냐? 허기는 허되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알뜰히 노력을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조금 하다가 말다가
하기 때문에 정말 도를 이루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못한다.
공부가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복잡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다만 한 생각이 간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
허다가 말고 딴 생각이 나면 그리 끄달리고,
앉아서 하다가 서면 잃어버리고. 놓치자 마자
챙기고 또 챙기고 해야 할텐데 놓치면 거기서 경계에
끄달려버리기 때문에 그래. 정말 이 공부를 할려고 마음 먹으면
정말 여기에다가 몸과 목숨을 바쳐 정말 간절하게 해야지.
공부한답시고 그럭저럭 지내면 재앙이 닥친다.
지금 이만큼 건강할 때 이만할 때 철저히 해놓지 않으면
늙어서 병들어서 곧 죽게 될 때 그때 생사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눈 한번 감으면 내생인데 그때 염라대왕한테 끌려가서
'참선을 했습니다'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금생에 이 생사문제를 결정코 해결해야 돼.
누가 대신해서 생사윤회의 고통을 대신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
역대조사들은 진즉 이 문제를 해결해가지고
생사해탈을 해서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계셔.
한결같이 하신 말씀이 생사는 무상한 것이다.
어쨌든지 무상함을 철저히 느끼고 시간을 아껴서
정진을 하도록 간곡히 부탁을 하신 것입니다.
생사는 어디에서 부터 오느냐 하면 우리의 생각이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데서 생사윤회는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생각을 단속하는 것이
우리의 생사윤회를 해결짓는 유일한 방법인 것입니다.
- 용화 선원장 / 송담 큰스님[불교 조계종 대표적 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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