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으로 돌아가세요 / 고산스님

2014. 10. 14. 12:5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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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으로 돌아가세요 / 고산스님

 

경기도 부천시 보운산(寶雲山) 아래 자리 잡은 석왕사를 찾아갔을 때,

고산 스님은 점심 공양을 위해 방문을 나서는 중이었다.

그런데 공양을 하러 가신다면서 스님은 왼손에 아홉 개의 커다란

 나무 구슬로 만든 단주를 쥐고 계셨다.

“스님,

항상 그렇게 단주를 들고 다니십니까?”
“단주가 어째 생겨났는지 압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 부처님 제자 가운데 우반 존자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전생에 소로 살다가 죽어서 인간이 된 분이었는데,

전생의 업으로 항상 입을 우물우물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왜 소가 여물 먹을 때 우물우물 하면서 먹잖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욕을 하거나 불평을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런 우반 존자를 위해 처음으로 단주(염주)를 만드셨습니다.

 단주를 돌리고 있으면,

누가 봐도 염불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거라면서

 우반 존자에게 항상 단주를 손에서 놓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해서 단주가 생겨 난거군요.”
“처음에 아홉 개의 구슬로 만들었는데,

9라는 것은 숫자의 종극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어요.

그 종극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구하라는 뜻이지요.

 아홉 개의 구슬로 만들었던 단주가 이후에 108개,

1080개 3000개 등으로 늘어 난겁니다.

그리고 또 우리는 항상 오른손으로 밥을 먹잖아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왼손으로 염주를 돌리라 하셨습니다,

균형을 이루도록 말이예요.”

고산 스님은 매월 초 여드레 정기법회 때 마다

이곳 석왕사를 찾아 법문을 하신다.

고산스님은 석왕사의 창건주다.
“원래는 서울에 포교당을 지으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아서,

서울은 내가 아니라도 지을 사람 많으니까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보자고

 시작한 것이 바로 이곳 부천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의 세가 가장 센 곳이 부천입니다.

여기에 신앙촌을 비롯해서 200여개의 교회가 있어요.

그들을 좋아하려고,

적극적으로 포교했지요.

처음에 나한테 전도하러 왔다가 지금은 열렬한 불교 포교사가 된

신도들이 여럿 있습니다.”

스님은 부천에 불교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맨 먼저

구약·신약성서를 통째로 다 외워 버렸다.

그리고 불교의 잣대로 그것의 오류를 전도사들에 일러주며,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자신들과 달리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을 취한 스님께 K.0패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고산 스님께 기자가 며칠 전 꾸었던 꿈 이야기를 했다.
“꿈 속에서 스님을 만나러 여기 오는데,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약속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도착했는데,

울상이 된 저에게 스님께서 이것 저것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꿈에서 깨어났어요.

무슨 뜻이 있는 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참,

희한한 꿈도 꾸었네.

꿈은 주사야몽이라.

낮에 생각한 것이 밤에 반영된 겁니다.

자기 생각에 따라 좌우되는 거다 이 말입니다.

 마음으로 생각하면 전부가 다 이뤄진다 해서 불교에서는

모든 것을 일체유심조라 하잖아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첫 번째 생각하면 종자가 마련되고,

두 번째 생각하면 싹이 트고,

세 번째 생각하면 벌써 열매를 거둔다하셨습니다.

기자 선생이 나 만나러 오려는 생각에 그런 꿈을 꾸었나 보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소. 허허허…”
“많은 이들이 저처럼 꿈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마음이 허해서일까요.

게다가 세상이 점점 물질만을 추구하다 보니,

좋은 꿈을 꾸었다 싶으면 곧바로 복권을 사고요.

요즘,

복권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부작용도 가지가집니다.

하지만 저도 가끔은 복권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만 바래야지,

허영심을 가지면 인생을 망칩니다.

복권이나 증권으로 큰 돈을 얻으려 해서는 안됩니다.

 부처님께서도 주는 기쁨은 ‘보살 복’이요,

 받는 기쁨은 ‘거지 복’이라 했습니다.

남한테 무엇을 기대하거나 공짜로 얻을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허영심으로만 가득 차서 노력은 안하고,

받기만을 바래서는 안됩니다.

받는 마음,

그것은 도적의 마음이지요,

도적의 마음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
“스님,

올해도 이제 한달 남짓 남았습니다.

안팎으로 마음이 혼란스럽고,

동요되는 시점에 가르침을 주십시오.”
“총무원장 시절에도 그랬지만

내가 매번 불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뭐냐 하면,

초발심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농사를 짓던지,

 공부를 하던지,

회사를 다니던지 뭘 하든지 간에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이 말입니다.

 자,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누구든지 처음에는 바른 마음과 큰 기대를 가지고 잘 해 나가다가

조금만 내가 뜻한 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고 정말 못해먹겠다’하는

마음을 내어서는 처음 마음을 다 까먹곤 합니다.

그래서 화를 내고,

화를 내다보니 일은 더더욱 제대로 되지 않고,

 안 그렇습니까?”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지난 1년이,

아니 어제 하루가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간다.

나는 과연 얼마나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며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가. 점수로 매기자니,

 50점도 안될 것 같다.

학점으로 환원하면 F학점!

 다시 공부해야하는데,

 인생은 되돌릴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님은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말씀을 계속 하셨다.

“초발심으로 돌아가시오.

 처음 마음 그것으로 돌아가서 하면 다 성공합니다.

처음 자기가 뜻을 발할 때 그때로 돌아가면 못할 것이 없어요.

우리나라가 지금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지 압니까?

 물질문명만 최상으로 올려놓고,

정신문화는 땅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물질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내가 총무원장으로 있을 때에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서

몇 번이나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앞장 설 테니,

우리 정신문화 계발에 힘써 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다들 이 모양입니다.”

스님은 물 한 모금 드시지 않고 말씀을 이어나갔다.
“내가 오늘은 여기에 있지만 주로 부산 혜원정사에서 생활하는데,

부산 서민들의 생활이 요즘 말이 아닙니다.

대기업들이 곳곳에 큰 백화점을 지어서,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같은 재래시장 상인들이 굶어 죽게 생겼어요.

부자만 자꾸 부자가 되고,

동네 구멍가게는 아무도 찾지를 않아서 하나둘 문을 닫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를 살피고,

서민들 살아가는 것을 살펴서 진정으로 나라의 발전을 위해야 하는데,

다들 지 감투나 챙기려 하고,

자기 자리나 보전하려해서 문제입니다.

서민들 잘 살게 만드는 게 정치인의 본분인데,

다들 자기 얼굴이나 내고,

자랑이나 하고….

부산 만 그런게 아닙니다.

 대도시는 다 이렇게 되고 있어요.

돈 없는 사람은 점포도 하나 꾸려나갈 수 없어요.

오늘은 이 중소기업이 망하고,

내일은 또 어느 가게가 문을 닫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어요.

이 얼마나 딱한 일입니까.”
중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는 고산 스님은 30분 넘게

 이 부분에 대해 말씀하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정신문화가 땅에 떨어진 결과라며,

정신문화를 계발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셨다.

쉼 없이 말씀하시는 고산 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수행으로

 당신의 삶을 온전히 지켜내고 있다.

스님은 스스로 일과를 정해 놓고 생활한다.
매일 새벽 도량석 목탁소리가 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 법당에서 108 참회를 한다.

바로 예불에 참여하고,

<원각경>과 <관세음보살보문품> 지송에 발원문 까지 한 후에

 아침 공양 전까지 참선을 한다.

이후에는 법회나 천도재에서 법문을 하고,

오후에는 경전을 읽으며 정진하거나 때로 찾아오는 신도들과 대화도 하신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저녁 예불하고,

저녁 공양하고,

다시 참선 수행을 하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이렇게 매일 같이 생활하다보면,

하루도 넉넉한 시간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망상을 하거나,

게으름 피울 시간이 없지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출가자의 삶을 살고 계신 고산 스님.
불현듯 고산 스님이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살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스님.”
“네가 가진 물질적 모든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 육신의 골수까지도

다 중생을 위해서 다 베풀겠다는 마음입니다.

 받기만 하려는 거지의 마음을 버리고,

보살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 전체가 이 마음을 고쳐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언론에 연일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와요.

근데 한 번 보세요.

좋은 말만 해도 다 못하는데,

서로 헐뜯어서 되겠습니까.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그런다고 바보처럼 그대로 믿기나 합니까.

오히려 욕하는 바로 그 사람이 욕을 먹지요.

보살의 마음으로 모든 일을 행하세요,

그러면 우리 가정이,

우리 사회가 모두 행복해 집니다.

일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는 보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참 불자의 삶입니다.”

 

 

기도 / 법정스님

 

수행자는 기도로써 영혼의 양식을 삼는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이다.

사람의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기도가 우리를 도와준다.

기도는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절한 소망이다.

따라서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말은 그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

진정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이 필요 없다.

오로지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순간순간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진지한 기도가

당신의 영혼을 다스려 줄 것이다.

그리고 기도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말은 생각을 일으키고 정신을 흩뜨려 놓는다.

우주의 언어인 거룩한 그 침묵은 안과 밖이 하나가 되게 한다.

 

어느 인도의 스승은 말하고 있다.

‘사람의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 우리의 영혼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雨餘觀山色 景象便覺新姸  우여관산색 경상변각신연
夜靜聽鐘聲 音響尤爲淸越  야정청종성 음향우위청월


비 개인 뒤 산빛을 보면
경치가 문득 새로이 고움을 깨닫고,

밤이 고요할 때 종소리를 들으면
그 울림은 더욱 맑고도 높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