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0. 04:0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스스로 내 마음에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봉은사 불광보조 일요법회 지안 스님(직지사 불전한문승가대학원 원장) 이나은 기자 | oasis1983@hanmail.net
▲ 지안 스님은 … 1970년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4년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고, 통도사 승가대학 강주, 정법사 주지, 조계종 교육원 역경위원장, 조계종 승가대학원 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조계종 고시위원장이자 반야불교문화연구원 원장, 직지사 불전한문승가대학원 원장으로 있다. 저서와 역서로 〈왕오천축국전〉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처음처럼〉 〈마음속 부처 찾기〉 〈대승기신론강해〉 〈금강경 이야기〉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연꽃잎 달빛 향해 가슴을 열고〉 〈바루 하나로 천가의 밥을 빌며〉 등이 있다.
원하는 것 줄어들어야 일상생활 단순해지고 그래야 인생 행복해져 그렇지 않으면 불만만 가득
서울 봉은사(주지 원학)는 구랍 21일 불광보조(佛光普照) 일요법회에 직지사 불전한문승가대학원 원장 지안 스님을 초청해 ‘오늘을 사는 지혜’를 주제로 법회를 열었다. 지안 스님은 법문을 통해 “혼란스런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도록 마음의 안부를 묻고 불교정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 면서 자비와 지혜가 항상 갖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법문의 요지다.
자비에는 적이 없다
불교는 법회를 통해 부처님 법을 선양하고 불자님들의 심신을 단련해 복덕과 지혜를 닦아나가는 그런 신행활동을 하는 종교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법회는 귀의, 찬탄, 참회, 발원하는 마음으로 신행의 정서를 다지며 항상 자비심과 지혜심이 일어나도록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불교의 정서가 사람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하고, 지혜롭게 합니다. 흔히 우리가 ‘자비무적(慈悲無敵)’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자비에는 적이 없다. 자비심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미운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지혜무번뇌(智慧無煩惱), 즉 지혜에는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처님 법을 따르면서 우리 마음이 자비롭고 지혜롭게 되도록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방편과 환경,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모든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년이신 분들은 “세상 사는 게 재미가 없다”, 또 어떤 분들은 “우울증에 걸렸다”라는 말도 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상의 주제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주제도 마음이고, 인생의 주제도 물론 마음입니다. 우리가 흔히 멀리 있는 사람, 또는 친척이나 친지들의 안부를 궁금하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안부라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이 편안한가, 어떤 생활에 괴로운 문제는 겪지 않고 있는가. 이런 생각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법화경〉에 보면 부처님과 부처님이 안부를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부처님과 타방 부처님이 보살을 보내서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요즘 잘 계시는지 안부를 여쭙니다. 이처럼 우리가 안부를 묻고 살 듯 스스로 내 마음의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금강경〉에는 마음을 다스리라는 뜻에서 항복기심(降伏其心)이란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항복한다’ 이는 망심(妄心)을 항복한다는 뜻에서 한 말입니다. 〈화엄경〉 정행품에는 선용지심(善用之心)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쪽 경에서는 마음을 항복시키라 설하고, 한쪽 경에서는 그 마음을 잘 써야 한다고 합니다. 항복기심은 망심, 허망된 생각, 상(相)이 치솟는 마음에 항복하라는 이야기이고 ‘마음을 잘 써라’는 말은 본래 우리 진심(眞心), 마음의 진여(眞如)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승기신론〉에 설해놓은 법문에 따르면 이 진심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괴롭다, 절망스럽다, 심지어 자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게 전부 망심에서 하는 일입니다. 번뇌가 일어난 상태에서 상(相)이 하도 높고 짙게 붙어 있는 상태, 이런 마음상태에 있을 때, 원망을 품고 불만을 갖고 심지어 현실에 어떤 극복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갖고 있을 때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이것이 조복해야할 망심에서 일어나는 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심에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선용지심해야 하는 이 진심은 무한한 마음입니다. 우주 허공보다 부피가 더 큽니다. 아무리 번뇌가 치성하고 망상이 일어나더라도 그 번뇌심, 망상심은 전체의 마음에 비교한다면 우파니사타분(지극히 적은 수량을 뜻함)의 일(1)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생은 참 묘한것입니다. 인생이 지극히 우파니사타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문제에 막혀서 내 마음이 절망하고 좌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때로는 부아가 일어나 남을 죽이고 그럽니다. 그래서 불교는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서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매일 같이 내 마음의 안부를 물어야 합니다.
마음의 다이어트를 해야
틱낫한 스님이 있는 포럼빌리지에 프랑스인들이 스님을 보러 자주 찾아간다고 합니다. 그곳에 가면 스님은 내방객들과 함께 산책을 한다고 합니다. 걷는 동안 당신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읽고 관찰하라고 한답니다. ‘워킹 메디테이션(walking meditaion)’이라고 하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본다든지,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항상 마음을 관한다고 합니다. 이것에 불교의 수행법과도 같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죠. 다스려진 마음과 다스려지지 않은 마음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 이겁니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이 2년 전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일간지에서 그 스님을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이 서울에 와서 깜짝 놀랐답니다. 한국이 매우 잘사는 나라여서 놀랐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고 합니다. 왜냐,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겁니다. 그 스님이 말하기를 “한국 사람들은 전부 몸만 이해할 줄 알지 마음을 이해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몸 치장하고, 옷 사입고, 놀러다니고, 육체를 건사하는데는 매우 민감하고, 매우 부지런한데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합니다. 행복하길 원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모릅니다. 어떤 면에선 모순이죠.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상은 전부 그렇습니다. 인과로, 인연으로 설명됩니다. 불교에서 한 차원 높여 설명하면 일심(一心)법, 인과법, 인연법으로 해결해야 됩니다. 이 세 가지 법을 적용해서 내 인생 문제, 세상 살아가는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될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모순이 있는가 하니,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현대인들의 눈은 보고 싶은 것도, 귀는 듣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와 과학 문명이 발달됨으로써 인간의 음양이 증폭합니다. 행동반경이 엄청나게 넓어져가고 있습니다. 구업(口業)도 늘어납니다. 언어의 양을 봤을 때, 옛날 사람보다 많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삽니다. 생각이 많아지죠. 필요 없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죠. 라즈니쉬는 “인간의 생각 중 필요한 것은 100%가운데 5%밖에 안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100가지 하는 생각 중 95가지는 무익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말해본다면, 첫째 단순해져야 합니다. 원하는 것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이 줄어들어야 행복해질 수 있지, 원하는 것이 많으면 평생 불만에 허덕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원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까. 천만에요. 내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과대망상, 허영, 엉뚱한 생각에 의해 자꾸 욕망의 마음을 키워서 원하는 겁니다. 이게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생활문제 중 가장 큰 것입니다. 쓸데없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필요 이상으로 원하는 것이 많아질 때는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정신적인 병이 생기죠.
요즘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녀 관계없이 다들 비만해지지 않으려고 신경 쓰죠. 몸뿐 아니라 정신적인 다이어트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버린 다는 것은 뭡니까.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겁니다. 버린다는 것은 평등을 뜻합니다. 마음에 집착된 것을 버려서 마음을 평등하게 편안하게,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 남의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마음이 가장 빨리 전염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기분 나쁘면 옆에 있는 사람도 기분 나쁜걸 영향 받습니다.
양쪽 다 버려야 대립·증오 사라져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폐단들이 있습니다. 양극화 현상이라든가, 보수·진보의 대립 등 이런 이야기들이 신문에 나옵니다. 불교를 흔히 중도라는 말로 이야기 합니다. 양쪽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이죠.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 없이 못살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떤 경계에 나타나는 상황을 놓고 말하죠. 하지만 다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양쪽을 다 버리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느 한쪽으로 편들지 말라 이겁니다. 왜 한쪽으로만 편듭니까. 한쪽만 편들면 다른 쪽은 싫어지고 미워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이 앞서서 이런 행동을 제일 잘합니다. 이것이 우리사회에 균열이 가게 합니다.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항상 편안하게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거죠.
행복하기 위해서 또 하나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살줄 알아야 합니다. 단순하면 솔직해지고 밝아집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정보화 시대는 온갖 지식이 범람합니다. 이 쓸데없는 지식을 갖고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알아도 모른 체하고 살아야 하는데 쓸데없는 잡지식으로 잘난 체 하려하고 정법(正法)이 아닌 사법(邪法)을 만들려 합니다. 옳고 바른 것이 아닌 곡해하고 왜곡한 것을 여기저기 퍼뜨리며 자신의 자존감이 세워지고 자부심이 생기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알아도 모른 척 하고 살아야 합니다.
집착도 미움도 버려야 평화로워진다
마음은 반드시 정성을 바칠 곳이 있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정을 붙일 데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집착해서도 안됩니다. 또한 싫어하는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이 세상은 마음이 순수하고 소박한 상태이면 집착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 내 마음은 자유롭고 편안해집니다.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해져야 행복을 느끼지, 항상 의식이 혼란된 상태에서 복합적 감정, 이중적인 삼중적인 의식구조가 돼서 때로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남을 속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나를 가식하고 산다는 게 참 힘든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 자기 정체를 노출 시키는 것이 가장 편한데 그러지 못하죠.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면서 열등의식에 빠지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납니다.
요새는 상대적 빈곤이 많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됐지만, 남과 비교하다보니 상대적 열등감을 일으키게 되는 겁니다. 또 나는 못났다라는 자학증세, 혹은 자조감 같은 것이 일어나 스스로 소외감을 느낍니다. 50대 중년 남성이 자신의 아들이 대입에 실패하자 창피해서 두문불출하고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열등감, 수치심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는 겁니다. 그래서 친구고 뭐고 외출을 안 한다는겁니다. 이렇게 살아가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내가 괴로워지고 남도 괴롭게 되고 우리 자리이타라는 대승불교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나도 이롭게 남도 이롭게 하자. 이게 아주 중요한 말인데, 나도 손해되게 하고 남도 손해되게 하고 거꾸로 마음을 쓴다 이겁니다. 그러니 이 결과는 안 좋은 것만 전부 나타납니다.
행복은 원하는 게 줄어야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허망된 생각에서 오는 욕심을 버리고 사무량심(四無量心)으로 자비희사(慈悲喜捨)를 실천해가야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항상 새롭게 불교 정신을 본받아 내 마음의 안부를 묻고 다른 사람에게도 스스로 마음의 안부를 묻도록 하십시오.
꿈이요 환상이요 허공의 꽃이지
이리저리 살아온 육십 칠년 세월
하얀 새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가을 강물은 아득히 저 하늘로
- 굉지선사의 임종게
<선문염송> 제1칙에 다음과 같은 공안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태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을 제도하셨다."
흐르는 곡:소리없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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